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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윤석열 정부의 히트 상품 ‘중앙지방협력회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밸런스를 맞추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대통령과 시·도지사들 간 대화, 2시간 동안 국민에 생방송
“윤 대통령,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강해”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시·도지사들이 대통령과 3개월에 한 번 눈을 맞출 수 있는 기회다. 4월 6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도지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감사드립니다.”(김진태 강원지사)

“울산 현안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이철우 시·도지사협의회장이 하지 말라고 하니 다음 회의 때 말씀 올리겠습니다.”(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 시절 제주도를 방문하고는 취임 후에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열리는 제주포럼에 기조연설을 해주실 순 없을까요?”(오영훈 제주지사)

지난 4월 6일 부산에서 열린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한 시·도지사들은 이처럼 저마다 지역의 간절한 사연을 담은 메시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날은 부산시의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 주요 부처 장관,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장이 참석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부산 벡스코에서 주재한 날이다.

주최 측에서는 이날의 주제인 부산 2030 세계박람회 지원에 발언의 초점을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도지사 중에는 1인당 3분 정도 할애된 발언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지역 현안을 하나라도 더 부각하고자 기를 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4월 6일은 좀 특별한 날로 기록될 듯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과 17개 광역지자체장 간 대화 내용이 국민에게 가감 없이 생중계된 날이기 때문이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 모든 과정은 K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대통령과 지방행정을 책임지는 광역지자체장들이 함께하는 자리는 원래 드물었지만 모든 발언이 SNS를 통해 일일이 대중에 공개되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주요 시·도지사들의 발언, 표정, 몸짓 등 일상의 참모습을 날것 그대로 살펴볼 기회이기도 했다.

시·도지사들이 느끼는 희열과 효능감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출근하는 공무원들.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대한민국의 압축성장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 사진:연합뉴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아직도 많은 이에게 명칭조차 생소하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17개 시·도지사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주요 부처의 장관들과 분기별로 모여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한마디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는 기구다. 일명 ‘제2의 국무회의’라고 불린다. 문재인 정부 말에 청와대에서 한 번 열렸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울산, 전북, 부산 등에서 세 번 더 열렸다. 앞서 세 차례의 회의는 대통령 모두 발언 등을 끝으로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4월 6일 제4회 부산회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되면서 세인의 시선을 모았다.

월간중앙은 2021년 3월부터 ‘구루와 목민관 대화’라는 제목으로 ‘광역지자체장’과 ‘지역의 지성인’ 간 릴레이 대담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21명의 광역단체장이 참석했다. 민선 8기 지방자치시대 개막(2022년 7월) 이후 월간중앙이 만나본 시·도지사들은 예전에 맛보지 못하던 희열과 효능감을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느끼는 듯했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정책을 다루는 회의의 성격상 모든 시·도지사에게 발언권이 주어진다. 광역지자체를 대표하는 선출직 공직자에겐 하고픈 얘기들이 차고 넘친다. 지역의 숙원 사업이나 현안을 누구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고 건의하는 통로가 생긴 건 지방정부에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회의 참석 멤버인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처음엔 시·도지사들도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분권 의지에 대해 긴가민가했다”면서 “회의를 거듭할수록 신뢰가 확신으로 발전했고 대통령 앞에서 솔직한 의견들이 기탄 없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히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의장(議長)인 윤 대통령 본인이 앞장서 이 회의에 힘을 실어주고 의욕적으로 참여한다고 월간중앙이 만난 시·도지사들이 입을 모았다. 그리고 지방을 돌며 개최하는 까닭에 비수도권의 존재감을 확인해주는 기능도 한다. 지역 순회 개최와 관련해 대통령실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은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위치에서 국정운영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의미를 살리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앙중심주의, 수도권 중심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4월 6일 부산의 제4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이철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경북도지사)은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대통령이 꼬박꼬박 참석하는 등 의지를 가져준 데 대해 진정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시·도지사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로 동의하면서 사업 추진의 물꼬가 트인 설악 오색케이블카와 관련해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이날 회의에서 “강원도민들의 41년 한이 풀렸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김 지사는 중앙지방협력회의 때마다 오색케이블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성과를 거뒀다.

지방의 목소리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


▎윤석열 정부 들어 시·도지사들의 발언권이 부쩍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2월 전북도청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시·도지사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지자체장들은 지역 현안 언급에 더 적극적이었다. 4월 6일 회의에서 김관영 전북지사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참여한 지역 업체들의 고충을 전하면서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윤 대통령의 전남 가뭄 현장 방문 및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축사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지난 회의 때 제주와 중국의 여러 도시와의 직항로 개설 문제를 대통령님께 건의 드렸다”면서 “흔쾌히 도와주셔서 3월 중순부터 중국의 대부분 도시들과 직항로가 복원되고 있고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다”며 그 공을 윤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쯤 되면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정부에 견줘 이렇다 할 발언 통로를 갖지 못한 지방정부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꿈의 무대로 여겨질 수 있다. 수도권 기세에 눌려 늘 뒷전에 내몰리던 지방의 목소리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시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앙지방협력회의 등을 통해 지방 회생이라는 명제의 구조와 기법이 국민의 일상에 분명히 모습을 드러내는 건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을 역임한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분권이라는 말은 많이 했지만, 중앙정부 관료, 중앙 정치인들이 이를 추진하다 보니 잘 안됐다. 지방 분권적 시각이 굉장히 강한 시·도지사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때 분권에 탄력이 붙는다. 시·도지사들이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중앙과 지방의 밸런스가 맞춰지고 있다. 그래서 중앙지방협력회의가 분권과 지방자치에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대통령실은 현 정부 들어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중앙권한의 지방 이양 추진 계획 ▷지역 고용 활성화 계획 ▷지방소멸대응 기금 개선 방안 ▷자치조직권 확대 등을 논의하고, 지역이 일자리와 산업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 실무협의회 공동위원장으로 회의에 앞서 안건을 준비하고 조율하는 유정복 인천시장은 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행안부가 과거 전부 통제하는 지방정부의 조직 체계와 직급 체계를 조금씩 풀어주고 있다. 기관 명칭에 ‘지방’이 붙는 중소벤처기업청, 고용노동청, 환경청 등 특별행정기관의 사무·인력·예산을 시·도로 일괄 이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치와 행정이 부딪히면 행정이 물러난다


▎서울 등 수도권 인구가 2020년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했다. 지방은 인구 이탈이 가속되면서 소멸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방정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4월 6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의 이철우 경북지사의 넋두리가 이런 정황을 반영한다. 그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열리면 지방에서는 중앙의 권력을 좀 내놓으라고 강력하게 요청하는데 부딪힘이 크다”면서 “5000년 동안 중앙집권제를 해온 걸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 대한민국 발전 전략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분산과 균형을 요체로 하는 지방분권 정책의 조타수 역할을 성장과 경쟁을 중시하는 중앙정부가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선출직 공직자(대통령, 시·도지사, 국회의원 등)와 비선출직 관료층(중앙과 지방 정부의 행정 공무원)들의 생각과 이익이 궁극적으로 일치하는 선에서만 정책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도 분권과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본질적 한계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고(故) 김광웅 서울대 교수는 생전에 “정치인이 표에, 기업인이 돈에 눈이 멀었다면, 공무원은 인사에 눈이 멀었다”고 갈파한 바 있다. 더 이상 출마할 일이 없는 대통령을 제외한 선출직 공직자 대부분은 유권자들의 ‘표’가 생명이다. 관료들은 인사(人事)와 승진을 향해 직진하는 속성을 가진다. 선출직과 비선출직은 한솥밥을 먹지만 얼마든지 행위의 동기와 결과의 지향점을 달리할 수 있다고 하겠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이런 모든 이질적 요소들이 모두 결집한 공간이기도 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선출직 공직자들과 비선출직 관료층이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이 회의에서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일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미래를 보자면 중앙정부 관료들의 속마음과 공직사회의 생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고(故) 김광웅 교수는 2018년 4월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정부 관료의 내면을 조명했다. 그는 제자인 임동욱 현 차의과학대학 부총장과 함께 청와대와 각 부처 공무원 51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져 주관식 답을 모은 결과를 분석했다.

응답자에 따르면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공직사회에서 대통령의 의지는 알파요 오메가로 작용하는 듯하다. 공직사회 모두가 대통령의 입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한 공직자는 “정치적 합리성과 행정적 합리성이 부딪히면 행정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라고 했다. 또 어떤 공직자는 “관료가 개인적 소신 등을 이유로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관료제의 근간과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물론 “공직자는 소신 있게 일한다. 영혼은 없어도 양심은 있다. 중심을 잡고 잘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공직자들도 있었다.

이런 구조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한 시·도지사들이 한 번이라도 더 대통령에게 지역 문제를 어필하려고 애쓰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조직 구성원들의 마인드도 영향을 받는다. “윤 대통령이 깃발을 들자 중앙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다”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인 김관영 전북지사는 말한다.

“과거 광역단체장들이 건의하면 중앙정부에서는 대부분 어렵다며 노(No)를 연발하곤 했다. 지금은 일단 대통령이 공감해주니까 지방의 요구와 주장에 대해 가끔 중앙정부에서도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앙정부 관료들이 변하고 있을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은 최대한 지역의 현안과 관심사를 부각하려고 노력한다. 중앙의 윤 대통령 왼쪽으로 지자체장들이 자리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각종 임용 시험을 통해 중앙정부에 진입한 관료들은 전문성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나라 경제를 이끈다는 자부심을 품게 마련이다. 예컨대 여야가 소외된 지방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 완화에 대해 관료들은 반발한다. 중앙 관료들의 시각과 관점은 지방자치, 지방분권에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이 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료 사회에서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지방 민원 회의로 변질할까 경계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한 중앙정부 관료는 “대통령과 장관을 모신 자리에서 지역 현안, 민원을 얘기하는 회의는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료의 맨 꼭대기에 있는 중앙부처 장관들도 부하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요령부득이다. 그래서 시·도지사들이 같은 현안을 두고 대통령과 다른 온도 차를 느끼게 하는 장관들을 향해 볼멘소리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중앙정부는 피원조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로 가는 경제와 사회의 기틀을 닦았다. 압축 성장이 가능했던 건 국가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시장만능주의, 경쟁력 지상주의, 선택과 집중의 원리는 중앙정부가 걸어온 길에 투영해보면 일면 이치에 맞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간과되는 경향도 있다. 고(故) 김광웅 교수는 저서 [좋은 정부]에서 “그들(기획재정부 등 중앙 관료층)에게는 나랏일을 경제로 만 보려고 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의 삶은 자연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해진다는 지극히 일차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래도 괜찮을까? 현재 대한민국의 지역 간 불균형 구조의 심화는 그런 의문을 품게 한다. 많은 이들이 분권과 지방 회생의 시급함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의 대안을 접해본 적이 없기에 늘 해오던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아닐까?

서승우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은 “‘중앙 중심으로 가는 축’과 ‘자치분권 중심으로 가는 축’이 서로 맞물릴 때 국가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기본 철학”이라고 말한다.

국토의 면적이 11%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1극 체제는 더 이상 발전의 비전을 제공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 권한을 늘려 중앙과 경쟁이 가능한 구도를 조성하고자 한다. 그 노력의 일환이 바로 중앙지방협력회의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새롭게 떠오른 중앙지방협력회의가 당면한 문제의 해법을 제공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박스기사]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본 중앙지방협력회의 -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정서적 거리 좁혀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에 영입된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 사진:연합뉴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하에서 수평 관계로 바뀌는 전환점

이철우 경북도지사 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은 4월 6일 제4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한 이들에게 시·도지사협의회 신임 사무총장으로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영입했다고 공지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유 전 수석은 상공부에 근무하다 유학길에 오른 뒤, 성균관대에서 국정관리대학원장, 행정대학원장 등을 지낸 행정통이다. 그는 2013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국정 전반의 운용에 관여했다. 이제 그는 지방정부를 위해 일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아우르게 된 유 전 수석에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국무회의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

“국무회의에는 국무조정실장이 차관회의의 조정을 거쳐 합의를 본 안건 중에서 대통령 비서실이 최종 승인한 안건만 올라온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시·도지사들은 상정된 안건 외에도 지역 현안에 대해 발언도 한다. 즉석에서 대통령의 지시가 이루어지는 등 토론의 질과 양의 측면에서 국무회의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지방자치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심리적 영향을 진단한다면?

“시·도지사들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직접 소통한다는 점에서 시·도지사와 대통령 간의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졌다. 대통령의 깊은 관심과 참여 속에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면서 시·도의 심리적 자긍심 또한 매우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중앙부처, 특히 행정안전부와 각 시·도는 수직적이고 의존적인 상하관계에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수평적 협력 파트너 관계로 발전해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시·도지사는 중앙정부 아닌 지방의회가 견제해야”

중앙 관료들의 성과주의, 경쟁력 우선주의 사고가 분산과 균형을 요체로 하는 지역균형발전론과 충돌하게 된다.

“다수의 시·도지사가 장관,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등 정치·정책·관리적 역량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시·도지사는 부처 장관에 견줘 현장에서 시민(도민)의 니즈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정무적 감각과 대응력이 뛰어나다. 중앙 부처가 시·도를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제 시·도지사에 대한 견제는 행정안전부가 아니라 지방의회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가 재설정된다고 보나?

“중앙 부처 중심의 정책이 시·도에 내려가서는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하자. 중앙정부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시·도 간 경쟁을 유도하는 공모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부처 차원에서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도 현장에 내려와서는 다수 부처의 사업들이 개별적이고 분절적으로 이뤄져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수요자 주도의 균형발전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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