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ZOOM UP] 나 자신을 찾는 시간, 봉선사 템플스테이 

500년 봉인의 빗장을 풀다 

최영재 기자
봉선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만 허락된 광릉숲의 휴식
앉고 일어서기 108번. 억겁에 쌓인 걱정과 생각을 밀어내


▎국립수목원 광릉숲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봉선사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들에게만 발길을 허락한다.
스님의 목탁 소리가 고요하게 퍼지며 경내의 어둠을 밀어낸다. 새벽 예불을 위해 스님들이 큰 법당으로 모이고, 그 뒤를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삼삼오오 따른다. 처마에는 이른 아침을 맞이한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때마침 그 모든 것을 감싸듯 범종 소리가 청아하게 울린다. 그렇게 모두가 큰 법당에 들어서자, 스님과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목탁 소리에 맞춰 절을 시작한다. 빠르지도 않게, 느리지도 않게 한번, 또 한 번 절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그렇게 정성껏 앉고 일어서기를 108번. 억겁에 쌓인 걱정과 생각을 밀어내자 이윽고 온전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봉선사는 500년간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아 신비로우면서도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광릉 숲 가운데 자리 잡았다. 60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는 곳으로 2010년부터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인정받아 보호 관리 중이다. 경기 남양주, 포천, 의정부에 걸쳐 2238㏊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산림 보고인 셈이다.

오랜 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공간. 그 깊은 비밀의 숲이 500년의 세월을 넘어 봉선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빗장을 열어주고 있다. 저마다의 시간을 품은 채 하늘 높이 솟은 아름드리나무와 키 작은 이름 모를 야생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은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고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박주남 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를 퇴사해 마음이 혼란스럽고 힘들었는데, 스님의 조언과 명상을 통해 내 마음속을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람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과 위안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템플스테이 지도법사인 탄현스님은 “본인이 왜 휴식이 필요한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그런 분들에게 남들이 보는 내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어떻게 하면 보다 집중할 수 있는지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21년째, 템플스테이로 사람들을 맞고 있는 봉선사는 광릉숲의 뛰어난 경관과 함께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용이한 접근성 때문에 수도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탄현스님은 “한눈에 띄는 큰 변화보다는 오시는 분들이 좀 더 편하게 머물다 가실 수 있도록 작은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찰 문화를 접하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에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전하려 한다”고 봉선사 템플스테이의 지향하는 바를 소개했다. 참가자 김리아 씨는 “큰 계획 없이 혼자 왔는데, 정말 걱정 없이 잠만 잤다. 밥까지 맛있었다”며 새벽예불 후 스님과의 차담에서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템플스테이로 올여름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들은 고민과 소감을 차담을 통해 나누고 탄현스님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온전히 본인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마다의 시간을 품어 울창하게 솟은 아름드리나무가 보기만 해도 평온해지는 풍경은 세상과 나를 단절시켜,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스님의 목탁 소리가 고요하게 퍼지며 경내의 어둠을 밀어낸다.



▎새벽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만 들어도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고요해진다.




- 사진·글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8호 (2023.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