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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4·10 총선 MZ 표심 어디로 

국민의힘 지지표 ‘이준석 신당’에 쏠릴 듯… 민주당은 ‘청년·여성 비하’로 표심 안갯속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
이준석·박지현 지지로 갈라졌던 성별 표심, 총선 앞두고 변화 조짐
“당선에만 신경 쓰는 정치인에 배신감”… 거대정당 외면 무당층 늘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20·30세대 남녀 표심은 완전히 쪼개졌다. 사진은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헌정사상 최소 득표차(24만7077표) 승부가 벌어진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스윙보터’인 20·30세대 남녀의 투표는 완전히 엇갈렸다. 20대 이하 남성의 58.7%가 국민의힘에 투표한 반면, 여성의 58%는 민주당을 선택했다. 30대 역시 남성의 52.8%가 국민의힘에, 여성의 49.7%가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젊은 세대들의 표심이 이렇게 나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최전선에 내세워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특히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발표하며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실제 이 전 대표가 취임하기 전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는 20대 이하 남성의 국민의힘 투표율이 40.5%였는데, 2년 만에 18.2%p 상승했다.

민주당은 20·30세대 여성층 공략을 위해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캠프에 영입해 맞불을 놨다. 박 전 위원장은 ‘추적단 불꽃’이라는 단체 활동을 통해 온라인 성범죄 ‘n번방’ 사건을 공론화시킨 인물로, 대선 당시 “젠더 친화적 행보에 힘을 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반감이 생긴 20·30세대 여성들의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렸다.

하지만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판도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연일 대립한 이 전 대표는 현재 탈당을 언급하며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박 전 위원장을 앞세웠던 민주당은 ‘청년·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여 예측이 어려워졌다. 두 인물이 좌지우지했던 20·30 세대들의 표심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국민의힘 행태에 실망… ‘이준석 신당’ 관심”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출신의 임모(24·남) 씨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징계당하는 과정을 보고 “국민의힘에 정이 떨어졌다”고 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는 이 전 대표.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인 이모(24·남) 씨는 전북도당과 중앙당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의 험지인 전북에서 14.4%라는 표를 얻는 데 일조했다. 전북지역 유세 현장에서 “너희 부모는 정말 불쌍하다”는 말을 들어도 굴하지 않을 정도로 국민의힘에 ‘진심’이었다고 했다.

이런 이씨가 당시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준석 전 대표였다. 그는 “(선택할 당시) 국민의힘은 당내 민주주의가 활성화된 정당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당의 행태를 분명히 꼬집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최대 지지를 받았던 것을 보고 빅텐트 정당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현재 국민의힘의 모습에서 집권 여당이 되기 전에 보여줬던 신선한 모습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국민의힘은 ‘친이’와 ‘친박’과 같은 두 계파가 대립하면서 경쟁하는 나름의 선순환 구조가 있었다”며 “지금은 ‘친윤’을 제외하면 별다른 경쟁이 없다. 목소리를 내야 할 소장파가 축출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씨는 “당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맹목적으로 (정부를) 방어하니까 실망한 것 같다”며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 지지율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 중앙당 상근부대변인 출신의 임모(24·남) 씨는 국민의힘에 실망을 넘어 ‘환멸’을 느낀 상태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1년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는 과정을 눈앞에서 목격했다는 임씨는 “국민의힘에 정이 다 떨어졌다”고 했다. 임씨는 “이 전 대표가 탄압의 희생양이라는 게 아니다. 억지로 쫓아내려 했던 게 공감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단물 다 빨아먹고 버리는구나 싶었다. 20대 청년으로서 박탈감과 허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청년 스피커로서 목소리를 내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전국 각지를 다녔다는 임씨는 “이 전 대표가 남아 국민의힘이 쇄신되지 않는 이상 (국민의힘에는) 표를 주지 않을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창당하면 신당 후보를 찍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변에 이 전 대표로 인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20대 남자가 많다”며 “어렵게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열었는데 다시 닫아버릴 것 같다”고 했다.

실제 20·30세대 남성들의 지지세가 뚜렷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여부에 따라 총선 판도가 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2023년 12월 7~8일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에서 ‘이 전 대표 중심 신당 창당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응답자의 32%가 ‘좋게 본다’고 답했다. ‘좋지 않게 본다’는 답은 50%였다. 눈에 띄는 점은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44%가 좋게 본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모(27·남) 씨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찍었던 이유가 이준석 때문이었는데, 신당이 생기면 당연히 뽑을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청년·여성 비하’ 여진 가라앉지 않은 민주당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캠페인 홍보를 위해 제작한 현수막의 문구가 청년을 비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민주당의 행태를 두고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청년과 여성 비하 논란은 MZ세대의 불신을 가중시켰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청년 캠페인 홍보를 위해 만든 현수막에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를 넣어 청년을 비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설치는 암컷”이라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민주당은 또다시 뭇매를 맞았다. 박성민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디서부터 잘못됐으며, 어디까지 잘못될 수 있는가. 지금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억울함이 아니라 위기감”이라고 질타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도 “여성과 청년을 대변해야 할 민주당이 여성과 청년 비하 논란으로 정신이 없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청년 당원 출신인 조모(31·여) 씨는 청년세대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민주당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입당한 조씨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은 가진 자산에 비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결단이나 전략 구성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 조씨는 “민주당은 청년층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에 결집했던 20·30세대 여성 지지층 표심이 이번 총선에서는 흩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 근거로 ▷당내 유력 정치인의 성범죄 ▷대기업 하청업체 여성 노동자 마녀사냥 논란 등을 들었다. 조씨는 “민주당은 성범죄 피해자를 모두 지켜내지 못했고, 하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을 때도 이해조차 못했다”며 “이대로라면 20·30 여성이 지지하기 어려운 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한 몇몇 청년들도 이번 총선에서는 생각이 바뀔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모(24·여) 씨는 “대통령을 처음 뽑는 거라 최대한 나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정당에 투표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최근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우리 세대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모(26·여) 씨 또한 “앞에선 보호한다고 해놓고 정작 행동은 다르니 (지난 대선 때) 잘못 선택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이번 총선에서는 MZ세대의 표심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무당층’이 많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2023년 11월 14~16일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아무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27%로 집계됐다. 특히 20대의 48%, 30대의 34%가 무당층이었다. 실제로 기자와 만난 MZ세대 대학생 및 직장인 역시 대부분 지지하는 정당이 없었다. 자신의 당선에만 몰두하는 국회의원에게 배신감을 느껴 지쳤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투표하는 기계 아냐… 실제 체감되는 정책 내놔야”


▎대학생 강모(25·남) 씨는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는 청년 유권자들. / 사진:연합뉴스
대학생 최모(25·남) 씨는 지난 대선에서 무효표를 던졌다고 했다. 최씨는 “정치인이라면 표를 신경 쓸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를 그저 투표하는 기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씨는 지난 11월 열린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현장에 걸려 있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보고 반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정치인들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정말 높을까? 단순히 청년들이 게임에 열광하니 여기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것 같다”며 “이런 가식적인 활동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청도가 고향이라는 직장인 서모(28·여) 씨는 지난해 12월 발의된 중부내륙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1년이 걸린 것을 보고 국회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중부내륙의 발전과 각종 규제 완화 등이 골자인 이 법안은 당초 올해 상반기에 처리될 전망이었지만, 여야 간 충돌로 인해 지연됐다. 서씨는 “선거 때는 뽑아만 주면 바로 통과시킬 것처럼 하더니 막상 당선되니까 통과가 늦더라”며 “정쟁 때문에 민생 현안이 밀린 것 아닌가. 솔직히 총선 앞두고 급하게 통과시킨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정치에 관심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학생 장모(25·여) 씨는 “솔직히 요즘은 먹고살기 바쁘다”며 “선거 기간마다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쟁에 놀아날 시간이 없다. 정치적 견해를 가져도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대학원생 정모(26·여)씨 역시 “정당마다 선거 때 내놓는 공약들은 어차피 안 지킬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회는 신뢰할 수 없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두 거대정당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출신의 임씨는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자기들 안방인 국회에서 세미나를 여는데 누가 오겠나. 대부분 청년들은 생존 경쟁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낸다”며 “(국회의원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직접 청년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25·남) 씨는 청년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대학교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시행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비슷한 맥락으로 월세와 교통비 지원 등 청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 gur145145@naver.com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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