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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철우 지사 5년, 변화하는 경북의 산업지형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질 확보”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취임 후 5년 연속 국책 연구개발 사업 따내, 규제자유특구도 전국 최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에너지로 대표되는 ‘BBC+E’ 신산업 생태계 조성


▎코스닥시장 대장주로 떠오른 에코프로는 경북 포항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철강의 도시 포항은 어느덧 2차전지 특화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 사진:경상북도
이철우 지사는 2018년 경북지사에 당선됐다. 이후 2022년 77.95%의 압도적 지지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도지사 부임 이래 2023년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지사의 최우선 역점 사업은 ‘지방시대’ 화두였다. 이 지사는 “지방화를 통한 지방시대는 세계적 시대정신”이라는 지론을 펼쳐왔다. 이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지방시대’라는 추상적 개념을 현실로 내려오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지사는 ‘산업정책’을 첫손에 꼽았다. 경상북도의 수장으로서 이 지사의 5년은 “경상북도에 산업 성장판을 만들기 위한 여정”이라고 축약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맞춰 경북의 산업 지형에 변화를 주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실제 이 지사 재임기, 매년 구체적 성과가 도출됐다. 굵직한 사례만 살펴봐도 △대형 R&D 사업인 홀로그램 기술개발(2019년)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2020년) △혁신원자력 연구개발 기반조성사업(2021년) △원전 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사업(2022년)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2023년)이 이어졌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5년 연속 대형 국책 연구개발 사업을 따낸 것이다.

규제자유특구도 전국 최다 보유기록을 가지고 있다. 황무지에 가까웠던 포항 블루밸리 산업단지는 현재까지 5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전국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거듭났다.

또한 안동의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는 마약류로 분류돼 산업화가 어려웠던 대마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실험으로 국제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김천의 스마트 그린 물류특구와 경산의 전기차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도 순항 중이다. 경북의 규제자유특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디지털시대의 흐름을 타기 위한 시도도 병행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2019년 포스텍에 인공지능 거점 센터를 개소했고, 인공지능 대학원까지 유치했다. 2021년에는 국내 최초로 애플의 R&D센터와 SW 개발자 아카데미를 유치했다. 이 밖에 경산에도 SW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개소해 디지털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제 경북의 주력산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에너지로 대표되는 BBC+E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경북 산업은 포항의 철강과 구미의 전자 산업으로 각인됐다. 하지만 점차 BBC+E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경북은 향후 중앙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3곳의 신규 산업단지와 특화단지를 추가할 계획이다.

동해안 원자력 산업벨트 조성 착착


▎이철우(왼쪽 둘째) 경북지사는 경북 반도체산업 초격차육성위원회 대국민 선언식에 참석했다. / 사진:경상북도
경북이 설정한 또 하나의 산업 축은 에너지다. 동해안을 따라 ‘지역밀착형 원자력 산업벨트’를 조성하겠다는 플랜을 실행 중이다. 2022년 경북 울진에 대한민국 27번째 원전이자 차세대 한국형 원전인 신한울 1호기를 준공했다. 2022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는 현재까지 무(無)고장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원전 생태계 복원’ 깃발을 든 경북은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재개했다. 울진의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와 경주의 SMR국가산업단지가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됐다.

또 민선 8기부터 주장해 온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도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으로 완성됐다. 전기요금도 거리에 따라 다르게 부과할 수 있어 경주와 울진의 신규국가산단 기업 유치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경북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미래 핵심사업은 2차전지로 지칭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다. 이미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세계적인 배터리 소재 업체와 10개의 배터리 생산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이는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과 전기차 배터리 자원순환클러스터 유치,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포항을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졌다. 또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2030년까지 양극재 부분 생산 100만t 달성, 매출액 70조원, 고용창출 1만5000명을 목표로 입주기업에 세제혜택은 물론 초격차 기술개발을 위한 R&D 예산 지원까지 이뤄질 방침이다.

경북 남부권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산업단지인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중심축을 이룬다. 2013년 80%에 육박하는 가동률을 보였던 구미산단은 2019년 67.7%의 가동률을 기록하는 등 전국 평균 78.5%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30.4%까지 추락했다. 이 지사는 이를 복원하기 위해 비(非)수도권 유일의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유치했다. 특히 반도체 특화단지는 2023년까지 생산 유발 5조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2조8000억원, 직간접 고용인원 65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를 재활용해 소재 추출을 하는 ‘첨단전자산업 자원순환클러스터’ 유치까지 도전하고 있다.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반도체 소재산업에 관한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

산업구조의 다각화 전환도 가시적 성과


▎2023년 2월 경북 포항에서 2차전지 혁신 산업생태계 구축과 인재 양성에 관한 업무 협약식이 열렸다. / 사진:경상북도
디지털시대 트렌드의 최첨단에 선 물류산업도 경북에서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21년 스마트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김천이다. 이를 통해 김천은 경북 남부권 스마트물류 테스트베드라는 위상을 갖추게 됐다. 대한민국 정중앙에 위치한 입지의 이점을 살려 물류중심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또 경산에는 전기차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를 마련했다. 기술은 있지만 규제로 인해 상용화와 시장 창출 속도가 느린 전기차 무선충전 시장 창출에 도전할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유소에서도 전기차 고출력 무선충전 사업이 가능하도록 실증을 추진 중이며, 8개 국내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산업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안동의 SK 바이오사이언스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K 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시가총액이 17조원에 달하는 등 반도체 핵심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 안동 바이오산업단지는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국제백신연구소 분원 등 백신 관련 인프라들이 집적됐다. 최근에는 ‘안동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되며 백신, 산업용 헴프 그리고 식품기업까지 유치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

안동 이외에도 의성에서는 세포배양산업의 허브로서 2023년 3월 국내 최초의 세포배양지원센터를 개소했다. 포항도 포스텍을 중심으로 방사광가속기, 극저온전자현미경 등 국가 대형연구개발 장비들이 집적해 있어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에는 철강과 전자산업, 소수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속에서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한 경제 산업구조였다면, 이 지사 재임기 경북은 미래 전기차, 바이오, 반도체 그리고 에너지 등 산업구조의 다각화로 전환하며 가시적 성과를 발산하고 있다. 경북도는 “외부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질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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