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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 도전하는 경북 경주 

“경북에 1조4374억원 경제 효과 발생 기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지역민의 열렬한 유치 의지와 국제회의 치를 수 있는 경험과 인프라 겸비
경주의 전통문화와 포항·구미·울산의 산업발전 현장 동시에 체험할 기회


▎2025년 APEC 경주 유치가 미치는 시너지 효과와 상징성에 주목하는 이철우 경북지사는 “단 한 순간도 개최를 의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사진:경상북도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는 확정된 상태다. 관건은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국제적 행사를 여느냐다. APEC이 열리는 장소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회원국 정상이 방문한다. 자연스럽게 외교·통상 관련 장관, 경제 사절단이 동행한다. 외교부는 비공식 사전 교섭이 개시되는 2024년 12월부터 정상회의가 거행되는 2025년 11월까지 200건 이상의 각종 회의가 열릴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수반되는 파급 효과가 명백하기에 경북 경주를 비롯해 인천, 제주 그리고 부산 등이 APEC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경상북도 경주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9월 7일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희망 포럼’을 열었고, 이날부터 85일 동안 무려 146만 명의 유치 기원 서명을 받았다. APEC 경주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는 12월 14일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100만 명 서명부 전달식을 개최했다. 경주시 차원에서도 김성학 경주 부시장이 단장을 맡으며 유치 추진단과 TF팀까지 구성했다.

경주가 가장 부각하는 부분은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인한 낙수 효과를 경북도 전체가 누릴 수 있다는 대목이다. 실제 대구·경북연구원은 ‘APEC 정상회의를 경주에서 개최하면 경북 지역에 1조4374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APEC 개최 도시는 2024년 4월 이후 결정될 예정이지만 경북도와 경주시는 벌써부터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APEC 정상회의가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주의 APEC 유치를 지원하는 경북도는 “경주가 동북아시아 최대·최고의 역사문화관광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인근 도시인 포항·구미 등 경북지역에도 신산업 발전과 성장의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경주는 역사와 문화적 콘텐트를 내세우는 도시다. 여기서 APEC이 개최된다면, 경주는 물론 인근 경북지역 내 다양한 역사·문화 유적에도 시너지 효과를 발산할 수 있다. 게다가 경북도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경북도가 경주 APEC을 경상북도 전체의 사업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경북이 APEC을 유치한다면, 경북도민 전체에게 자긍심을 안겨주고 국제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 성장 담은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


▎2023년 9월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한 포럼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도 참석했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긴밀한 공조를 확인할 수 있다. / 사진:경상북도
APEC 유치전에서 경주가 경쟁 도시보다 비교 우위를 지니는 점은 경북도의 다른 도시와 연계·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APEC은 정상회의 외에 분야별 장관회의, 고위관리회의, 실무그룹회의 등이 연중 개최된다. 특히 정상회의 기간에는 ‘CEO 서밋’도 열린다. 이런 사이즈를 수용하려면 경주뿐 아니라 포항, 울산 등 인근 도시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정상회의 기간 중 문화유적과 산업 시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수반돼야 한다. 이때에도 경북의 경계를 넘어서 대구, 울산 등 타 지자체와의 협력이 불가결하다.

2020년 말레이시아 APEC 정상회의에서 향후 20년간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이 채택된 것도 경주에는 호재다. 이 미래 비전은 소외된 지역의 포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핵심 가치로 담고 있다. 이런 방향성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지역균형발전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APEC 정상회의 유치 의사를 표시한 도시 중 경주는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에 속한다. 경북도는 “APEC이 지향하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 가치와 윤석열 정부 국정 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실현’에 가장 적합한 도시가 경주”라며 “경주는 APEC의 비전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유치의 최대 관건은 2025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인프라와 역량을 경주가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7438㎡ 규모에 달하는 경주 화백컨백션센터(HICO)는 콘퍼런스홀, 회의실, 전시 공간, 시청각 장비 등 대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적합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세계적 관광도시답게 보문관광단지 3㎞ 이내에 1만5000실에 달하는 4~5성급 숙박시설이 집중돼 있어서 국제회의 개최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실제로 이미 경주는 2012년 APEC 교육장관회의, 2015년 제7차 세계물(水)포럼, 2020년 제6회 세계인문학포럼 등 각종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2022년 12월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관광단지 일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됐다. 경주는 “이런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부가 국제회의 도시로서 APEC 개최 역량을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자부한다.

한국의 아름다움 보여줄 수 있는 최적지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등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유산 공간이다. / 사진:경상북도
현재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전은 경주 외에도 부산, 인천, 제주가 뛰어든 상태다. 하나같이 경주보다 규모가 큰 도시들이다. 그렇지만 경주가 유치를 자신하는 데에는 나름의 확고한 차별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 도시로서 신라 10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신라는 한반도 최초의 통일문화로서 국제교역과 K컬처의 출발지라 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 문화유산인 석굴암과 불국사는 세계 정상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또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3㎞ 이내에는 회의시설, 숙박시설이 집적돼 있다. 보문관광단지 내에는 민간인 주거지와 고층건물이 없어 정상회의를 위한 안전과 경호에 적합하다. 김해공항에서 경주까지는 차로 60분(90㎞) 거리다. 경주 바깥으로 조금만 나가면 포항, 구미, 울산이 인접해 있다. 하나같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사의 중심지다. 경북의 전통문화와 산업발전의 현장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외교부는 12월 말 로드맵이 나오면 준비기획단을 발족할 것이다. 이 순간부터 본격적인 유치전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측면 지원하는 경북도는 “경주의 강점을 부각할 것이고, 경쟁 도시와 차별화하는 유치 제안서 전략 마련과 선정위원회의 서면·현장 평가에 철저히 대비해 경주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최종 선정 시까지 전 도민, 민간추진위원회 등과 힘을 합쳐 방송·신문·SNS 등을 가리지 않고 경주 유치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나갈 방침이다. 경북도는 “유치 공모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APEC 경주 유치의 의미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경북도는 경주시의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전폭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체제를 갖춰서 경주가 선정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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