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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스페셜 | 22대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9)] 윤종군 전 더불어민주당 안성시지역위원장 직무대행 

“GTX-A 노선 종점 유치해 ‘진짜 수도권 안성’ 완성시킬 것”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청와대 행정관, 경기도 정무수석 지내… 2010년부터 텃밭 다져
“30년 이어진 보수정치 끊고 ‘선수 교체’로 안성의 미래 바꿔야”


▎윤종군 전 더불어민주당 안성시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34년 전 멈춘 안성선 안성철교에 조성된 문화공간 ‘안성역 스테이션 100’ 앞에서 “끊긴 철도를 재개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국 최대 의석수를 가진 경기도는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통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도에서 19~21대 총선까지 3연승을 기록했는데, 특히 지난 21대에서는 59석 중 51석을 석권하며 대승을 거뒀다. 최근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 경기지역은 국민의힘이 ‘박빙열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4선의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지키고 있는 ‘안성’은 누구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이규민 후보가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재·보궐선거에서 김 의원이 지역구를 탈환한 상태다. 최근 승부는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 의원의 5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민주당에서는 윤종군 전 안성시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제일 먼저 출마선언을 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학용 의원과 붙어 41.54% 득표로 패한 이후 12년 만의 리턴 매치다. 당시 윤 전 직무대행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했지만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경희대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경기대 대학원에서 직업학 석·박사 과정을 거친 후 경기대와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로 재직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무수석을 지냈는데,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선캠프 메시지 총괄팀장까지 맡으면서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12월 13일 안성에서 만난 윤 전 직무대행은 “이번 총선은 안성 보수정치 30년을 심판하는 선거다. 보수정치를 4년 더 연장할 것인지, 안성 발전의 새 시대를 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TX-A 노선의 안성역 종점 유치 등 7대 교통혁신, 이를 통한 역사문화관광도시 조성으로 안성의 옛 영광을 되살리겠다”며 “이를 실천할 선수를 주전으로 내세워 ‘진짜 수도권 안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안성에서 활동했다. 안성과의 인연은?

“고향은 충북 음성이고 외가가 안성이다. 안성의 명문 안법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그래서인지 모교에 대한 애정이 크다. 선친께서 물려주신 땅으로 형님과 함께 안법고에 ‘성바오로 윤춘기 장학금’을 만들었고, 고교 동창들과 ‘내혜홀 한우리회 장학금’을 만들어 지역에 후원하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직업학을 공부했고, 2010년 민주당 안성위원회가 사고지구당이 되면서 지역위원장을 맡게 됐다.”

안성 최대 숙원과제는 ‘교통 혁신’

2012년 이후 ‘리턴 매치’다. 그동안 어떻게 경쟁력을 키웠나?

“우선 개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청소년들의 진로탐색을 연구하는 국내 직업학 5호 박사다. 2013년부터 경기대 교수,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교육의 중요성과 청년의 삶도 고민하게 되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2020년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무수석으로 활동하면서 행정과 도정의 값진 경험도 했다. 우리 지역에서 당 실무, 행정, 도정을 경험하며 실력을 갖춘 후보는 제가 유일하다. 특히 경기도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안성시만이 갖고 있는 인프라와 장점을 체감하고 비전을 공부할 수 있었다.”

인구 구조가 바뀌는 등 안성 지역의 변화도 많았다.

“안성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라 ‘경기도의 TK’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공도읍과 아양지구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인구 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됐고, 그만큼 정치색도 많이 옅어졌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지만 안성에서는 오히려 1.7%포인트 앞섰고, 21대 총선에서도 4.3%포인트 차로 이겼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31개 시장·군수선거에서 민주당은 9곳만 건지면서 참패했는데, 이곳 안성은 민주당에서 당선자가 나왔다. 보수세가 여전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열세지역’에서 ‘경합 내지 경합우세지역’으로 전환 중인 것은 확실하다.”

제1공약으로 ‘GTX-A 노선 안성 종점 유치’를 내세웠는데?

“일제강점기인 1925년 충남 천안~경기 안성 간을 오가는 안성선이 깔렸지만 1989년 폐선 됐다. 이후 우리 지역에는 30년 넘도록 철도와 전철 노선이 없다. 낙후된 광역교통망은 안성 지역의 최대 숙원과제다. 저는 파주~동탄 구간으로 계획된 GTX-A 노선을 안성까지 끌어오려 한다.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된 용인 남사를 거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지정된 안성시 보개면 동신일반산업단지까지 오는 노선이다. 이 노선이 구축되면 안성은 GTX-A의 종점이자, 수도권 내륙선의 기점이 되어 인구 유입과 교통 편익 향상은 물론 중부내륙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등 다양한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 진입도 30분이면 가능하다. 이런 포부를 담아 98년 전 안성역이 개통됐던 11월 1일에 맞추어서 ‘안성 스테이션 100’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이를 포함해 ‘안성 7대 교통혁신 공약’이 눈에 띈다.

“우리 지역은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내면서도 수도권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도로 등 교통 개발이 더딘 곳이다.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 동부권 균형 발전을 위해 평택~부발철도 동안성역 신설, 환승할인이 적용되는 광역버스 노선 10개 운영, 심야에 이동하는 시민을 위한 안성~서울 심야버스 운행, 38국도 확장공사 조기 완공, 38국도 정체 해소를 위한 공도~대덕~안성 간 안성 남부 고속화도로 신설, 평일 버스전용차로 안성IC까지 연장 등이 핵심 내용이다. 교통 혁신으로 안성을 ‘진짜 수도권’으로 만들 것이다.”

“‘소·부·장’ 유치해 반도체 전진기지 구축할 것”


▎윤종군 전 직무대행은 2008년부터 지역을 샅샅이 훑어왔다. 그 결과 안성은 민주당 입장에서 ‘열세지역’에서 ‘경합우세지역’으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윤종군 전 직무대행
윤 전 직무대행은 “안성의 옛 영광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성은 용인, 이천, 평택, 오송 등 수도권 남부의 주요 반도체 거점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반도체 클러스터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곳”이라며 “여기에 칠장사·청룡사·석남사 등 천년고찰, 안성맞춤과 바우덕이 등 안성 고유의 문화자원을 결합하면 ‘미래산업과 역사가 결합된 1일 문화관광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미래산업 전진기지 구축’을 주장해 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안성 인구는 2040년부터 줄기 시작해 100년 뒤에는 10만 명 미만으로 감소한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안성 정치를 주도해온 보수 세력이 보여준 실력과 결과다. 30년 넘게 철도가 없어도, 16년 동안 환승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어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침대 정치’ 때문이며, 그래서 이번엔 선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도·농복합도시’로 남아 인구 소멸 위기를 겪을 것이냐, ‘반도체 등 미래산업 전진기지’를 구축해 경기 남부권 핵심도시로 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안성에 반도체 특화단지 구축이 가능한가?

“이번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지정된 안성시 보개면 동신일반산업단지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이동·남사읍 일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매우 가깝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이 낮아 ‘소·부·장’ 기업과 그 협력업체들을 유치하는 데 경쟁력이 있다.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1만6000명의 고용효과와 9900억원의 부가가치가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라도 광역교통망의 혁신이 시급하다.”

‘반도체와 역사가 결합한 문화관광권’은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아직 변변한 반도체박물관이 없다. 우리 지역엔 한국폴리텍특성화대 반도체융합캠퍼스, 두원공과대, 동아방송예술대 등 특화된 대학이 많다. 이들과 산학협력으로 첨단기술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일으키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것이다. 관광 콘텐트 생산뿐 아니라 지역의 대학에 활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비전만큼 추진력도 중요한데, 자신 있나?

“현재 안성 발전을 위해 뛰는 사람들 중 누구보다도 안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10여 년 동안 지역을 다니면서 안성의 현안과 대안, 한계와 비전을 깊게 고민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일자리 등 청년들의 고민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있다. 지역에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풍찬노숙을 함께한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큰 힘이 될 것이다.”

친명-비명 논란?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

지난 12월 7일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개최했다. 대의원의 당 지도부 선출 권한을 축소하고, 현역 하위 평가자의 공천 페널티를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이 안건이었다. 찬반토론에서는 계파 간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비명계에서는 ‘나치 정당’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날 윤 전 직무대행도 단상 앞에 섰다. 그는 “정치에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시간이다. 큰 틀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단합된 모습으로 가자”며 개정안 가결을 촉구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정무수석, 대통령 후보 시절 메시지 총괄팀장을 맡았던 윤 지역위원장은 대표적인 ‘친명 인사’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친명-비명 갈등이 극심하다.

“저는 ‘개딸’, ‘수박’이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지금처럼 당내 논란이 커진 데에는 이를 부각시킨 언론의 탓도 있다. 그러나 논쟁과 논란은 정당의 생리다. 선거를 앞두고 가열되는 이유는 선거야말로 정당의 혁신과 비전이 명확히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는 오히려 정치적 논쟁과 논란은 더 뜨거워도, 더 아슬아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중앙위원회에서의 발언은 ‘시대는 그에 맞는 지도자상을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의 폭정과 실정 앞에서 지금은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의미였다.”

여의도에 진출하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앙정치 활동으로 보자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 을지로위원회는 ‘현장 정신’이 살아 있는 가장 민주당스러운 위원회로, 현장에서 뛰며 해법을 찾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경기도 정무수석 당시 ‘위기극복과 상생을 위한 공정임대료 TF’ 단장을 맡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한 전담조직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또 하나는 안성을 대표하는 큰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안성에서는 보수정당 출신의 3선, 4선 의원이 나왔지만 중앙무대에서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무대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 글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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