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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평양리포트] 북·러 밀착과 2024 한반도 정세 

세 번 만에 쏘아 올린 정찰위성, 인민의 식량과 맞바꾼 대가였다 

9·19 군사합의 파기 이후 정찰위성·핵미사일·SLBM 등 무력 확보 집중
재래 무기와 군사기술 빅딜로 러시아와 밀월 강화해 유엔 제재 무력화


▎조선중앙통신은 11월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자력인지 외부의 도움인지는 몰라도 삼세번 만에 성공했다. 한 달간 잠행을 이어 가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비서는 러시아 기술자로 추정된 미지의 서양인과 ‘DPRK NATA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실무진에 둘러싸여 환호성을 질렀다. 북한 매체는 과거와 달리 흰머리가 노출된 그의 사진을 내보냈다. 마치 그간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총력을 다했다는 점을 인민들에게 과시하는 듯했다. 두 차례의 실패로 최고지도자의 체면을 구긴 상태라 김정은은 3차 발사 성공에 흥분했다. 요란한 행사를 동반한 3차 군사정찰위성의 우주 궤도 진입은 동북아 정치 군사안보에 복잡미묘한 함의가 있다.

우선 북한과 러시아 간 정치와 군사 결탁의 합작품이다. 지난 5월과 8월에 시행된 두 번의 실패 직후 평양 당국은 10월 발사를 공언했으나 한 달 이상 늦췄다. 김정은은 9월 중순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푸틴과 군사기술 협력을 주제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포탄과 탄약 제공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우주항공 기술의 비법을 전수받는 흑색 거래를 시작했다.

국제정보망은 러시아 기술진의 평양 방문을 확신했다. 실시간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 소속 일류신-62M이 11월 2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낮 12시 30분께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러시아 군용기에 누가 탑승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추론은 가능하다. 1차 실패가 엔진 연소 미점화, 2차 실패가 단 분리 불능 등이 원인이었던 만큼 러시아 기술진의 협조는 3차 발사의 성공을 보증했을 것이다.

북한의 군사기술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정찰위성은 북한의 숙원사업이다. 핵추진잠수함과 더불어 북한이 개발과 전력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무기체계다. 김정은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업을 제시하면서 ▷초대형 핵탄두 ▷고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무기 ▷핵잠수함 ▷군사정찰위성을 우선 추진 과제로 꼽았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무기가 어려움이 많지만, 러시아가 확실한 도우미 역할을 함으로써 북한 첨단무기 개발은 도약단계를 맞고 있다.

북한 군사정찰위성은 궤도 안착, 신호 송출, 사진 전송의 3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궤도 안착과 신호 송출은 완료됐고 최종결과물인 해상도 높은 사진이 나와야 한다. 고해상도 사진을 전송할 수 있을지가 군사위성 성공의 관건이다. 하루에 한 번씩 지구궤도를 돌면서 사진을 촬영할 것이다. 현재 북한이 공개한 미군 괌 및 본토 사진은 아직은 구글 검색 수준이다. 앞으로 5개 정도 추가로 위성이 발사되면 두 시간마다 사진 전송이 가능해진다. 기술은 장애 단계를 돌파하면 가속이 붙는다. 러시아의 기술 제공이 있으면 해상도 높은 사진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정찰위성 3차 발사 앞두고 평양 향한 러 군용기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월 러시아에서 회담 중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정찰위성은 전술핵과 ICBM에 이은 북한판 ‘핵미사일 3축 체계’의 마지막 퍼즐이다. 전술핵무기를 ICBM에 장착해 목표지점 타격을 시도할 때 필수인 핵 공격의 눈이 장착됐다. 위성은 상대의 군사기지, 무기체계 및 훈련 동향을 파악하는 필수장비다. 북한은 러시아와 위성항법 시스템인 ‘글로나스(GLONASS)’ 협력도 추진 중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위성 위치 정보를 받는다면 주일 미군기지까지가 사거리인 전략 순항미사일의 운용력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다. 핵미사일로 무장하고 매의 눈으로 상대를 주시한다면 김정은이 집착한 군사강국의 퍼즐이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한국의 군사 대응태세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이 즉각 재개됐다. 북한 역시 남북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면서 우리 측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5년간 공식적으로 17차례 합의를 위반해 사실상 군사합의가 사문화됐기 때문에 파기 선언은 명분 싸움에 불과하다. 김정은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기념한 축하 행사에서 “정찰위성 발사는 정당방위권 행사”라고 말했다.

북·러의 군사 밀착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021년 1월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사진은 2019년 7월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공개한 잠수함 모습. / 사진:연합뉴스
북·러의 군사 밀월(蜜月)이 한반도 안보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 미묘하다. 푸틴도 파장을 의식했는지 유엔 대북 제재 틀 내에서 북한과 군사협력이 가능하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으나 파장은 심상치 않다.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지난 30여 년의 비핵화 접근법이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이탈로 물거품이 됐다. 한·소련 수교(1990년), 소련 해체(1991년) 이후 가장 우려스러운 변화로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유엔 창설과 핵비확산(NPT) 체제 형성 과정에서 옛 소련이 상당한 역할을 했던 판을 푸틴이 깨버렸다. 김정은은 향후 유엔 대북제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다. 최악의 불량국가가 무법 활동을 전개하니 다른 불량국가들도 유엔 헌장을 준수할 이유가 없다.

최근 북한은 전방위 외교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외교 전술을 선회했다. 평양은 유엔 제재로 운신의 폭이 크지는 않지만 모스크바와 손을 잡는 외교의 만조기(滿潮期) 전술을 추진했다. 1960년대 이후 주체균형외교를 내세운 평양 외무성은 최근 들어 중·러 등거리(等距離) 전술에서 러시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 9월 푸틴과 김정은 정상회담 이전에 평양은 이미 6000억원어치의 포탄을 담은 2000여 개의 컨테이너를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선적시켰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12월 8일 북한 나진항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최소 4100여 개로 확인했다. 미국의소리(VOA)도 인공위성 사진업체 ‘플래닛 랩스’ 자료를 인용해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나진항에 총 20척의 선박이 출입했다며, 이를 통해 1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송됐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11월 중순 러시아 텔레그램에 “북한 다중로켓발사기(MRL) 사거리 연장포탄 지원 감사”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제 한국의 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북한의 수출용 무기 대량생산은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불안을 부추긴다. 북·러의 군사 밀월은 동북아의 안보 불안을 부추긴다. 북한의 신무기와 군사적 위협은 한국 단독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북·러 간 무기거래는 단순 군수품을 넘어 북한군의 약점인 전투기 및 각종 미사일 무기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북·러 간의 ‘민감한 분야’에는 구체적으로 전투기는 물론 핵·미사일 기술이전이 포함됐을 것이다. 특히 핵잠수함 기술 제공은 공포 수준이다. 바닷속에서 최장 6개월까지 물 밖에 나오지 않고 작전을 전개하는 핵잠수함은 재래식 디젤 잠수함과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실전 배치하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국군의 동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북한의 기습 핵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육해공에서 날아오는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미는 주한미군의 사드와 패트리엇, 천궁 등으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동해 등 측면에서 날아오는 SLBM이나 전략 순항미사일 등에는 취약하다.

북·러 군사협력이 전면화하면 북핵의 외교적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북제재 효력도 급감할 수 있다. 북한에 대량살상무기(WMD)는 물론 모든 재래식 무기의 수출입, 판매 및 이전을 금지한 안보리 대북제재를 상임이사국이 앞장서 무너뜨리는 것이다. 2022년 상반기 이후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도발에 관한 새로운 대북제재가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밀착하는 북·러, 한반도 안보에 새 위협


▎북·러 양국은 지난 11월 15일 평양에서 경제공동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정서에 조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알렉산드로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정부 대표단은 11월 16일 평양에서 10차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북·러 경제공동위원회는 북·러 간 장관급 경제협력 증진 협의체로, 1996년부터 총 9차례 열렸다. 임업·운수·과학기술·지역협력·무역 등 5개 분과가 설치돼 있다. 이번 10차 회의는 지난 9월 김정은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개최가 합의된 사안이다. 러시아 대표단은 북한의 경공업 제품 전시회인 ‘경공업발전-2023’과 만수대창작사 미술작품전시관, 대성백화점 등 경제, 문화 현장을 찾았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나진·하산 중심의 북·러 경제 물류 협력,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등 다각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김정은의 방러 당시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북한과 건설, 관광, 농업 분야 협력 사업을 연내 시작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었다. 유엔 대북제재 불이행을 시사한 연해주 기업들은 건설공사와 벌목에 북한 노동자를 투입할 계획이다. 비탈리 블로츠키 연해주 건설국장은 “2023∼2025년 지역에 예정된 건설 작업량을 고려할 때 1만7300명가량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에 주력해왔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젊은이들이 모스크바를 포함해 서부 대도시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양질의 노동력 확보는 어려운 과제였다. 북한은 1946년부터 소련과 러시아에 노동력을 공급해 왔다. 러시아도 인건비 싸고 숙련도 높은 북한 노동자를 선호한다. 초기 수산업 분야에서 주로 일했던 북한 근로자들은 1990년대 말 이후 주로 건설업에 투입됐다. 2017년 12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는 제3국에서 북한 노동자를 이용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의 식량 지원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2020년 (북한에) 밀 5만t을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했고 이를 다시 추진할 준비가 됐다고 했으나 북한 동지들은 ‘정말 고맙다’며 ‘상황이 어려우면 의지하겠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솔직히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대사는 “북한은 실제로 올해 상당히 좋은 수확량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북한이 가을 풍작을 거뒀다고 주장했지만 올해도 ‘외부 식량 지원 필요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1월 3일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6개국에 포함시켰다. 북한이 외부의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가로 꼽힌 것은 FAO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17년째다. 북한은 고도의 군사기술을 지원받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식량 제공 의사를 에둘러 거절했을 것이다. 인민의 삶보다 무기 개발이 우선이라는 정치적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2023년 겨울 북한 경제 상황은 ‘그럭저럭버티기(muddle through)’ 수준으로 평가된다. 심각하게 악화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개선되지도 않은 빈곤의 함정(poverty trap)에 빠져 있다.

1973년 1월 개최된 파리평화회담은 베트남에서 미군을 축출하기 위한 월맹의 전술이었다. 회담 합의에 따라 60일 이내에 주월(駐越) 미군과 한국군 등 외국군이 철수하면서 월남은 2년 만에 공산화됐다. 위장 평화를 내세워 적을 무장해제시키고 최종적으로 공산화 목표를 달성하는 전술은 공산주의자의 대표적인 기만정책이다.

밀 제공하겠다는 러시아에 “괜찮다”는 북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앞 왼쪽)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파리평화협정에 고무된 북한은 1974년 3월부터 줄곧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평화전략을 구사해왔다. 평화를 내세워 주월 미군을 철수시킨 베트남 모델을 한반도에 접목시키려는 궁리였다. 북한은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통해 남측의 무장해제를 시도했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도록 북한을 지원하는 합의라서 ‘역사적인’이라는 형용사를 붙였던 것인지, 5년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정확하게 간파하게 됐다. 당시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무엇을 논의했는지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미궁이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에 이어 중화기를 반입하는 등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에 들어갔다. 남측을 겨냥한 해안포도 개방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2018년 합의 당시 비무장지대 남측 초소는 60여 개, 북측 초소는 160여 개인 상황에서 일대일 동수 비율로 남북은 각각 11개씩 철수했다. 불공평한 졸속 합의였다. 북한 GP는 땅굴로 연결돼 있어 지상에 돌출된 특정 초소를 철거해도 대남 정찰 및 감시에 큰 지장이 없다. 반면 우리 초소는 수가 적고 감시 영역도 넓어 11개 철수로도 비무장지대 중 6분의 1의 감시 공백이 생긴다.

9·19 군사합의 24개 세부사항 중 남북이 완료한 9개 항목을 보면, 북한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거나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행했다.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수도의 거리 차이(평양 140㎞, 서울 40㎞)는 우리 안보에 구조적 함정이다. 북방한계선(NLL) 서해 끝단을 기준으로 북으로 50㎞, 남으로 85㎞ 등 거리가 다른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 우리 군 최전방부대의 방어태세에 치명적인 약점이며 북한군의 수도권 기습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파리평화회담처럼 평화 구호에 매몰돼 우리만 불리한 군비 통제를 감행한 것이다.

북한의 군사합의 파기에 맞대응이 최선 방책

성공한 군사합의는 이행 검증이 필수적이다. 검증 없는 군비통제 합의는 무용지물이었다. 1970년대 미·소 간 전략핵무기감축협정(SALT)은 철저한 상호 검증 하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양측은 협정 준수 여부를 정찰위성으로 감시했다.

상대방의 선의에 의존하는 비대칭 합의였던 9·19 군사합의는 북한군의 GP 복원으로 완전 사문화됐다. 우리 군도 GP 복원 등 상응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공동경비구역(JSA)에 근무하는 북한군이 권총으로 무장하는 등 비무장화를 파기한 만큼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 유엔군사령부 동의를 얻어 동등한 화기를 반입해야 한다. 적시에 대처하지 않으면 하마스식 기습공격을 방치하는 격이다. 안보에서 철저한 맞대응(tit-for-tat)은 유사시 희생을 줄이는 최선의 방책이다.

2024년 국제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예측 불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2년을 넘기면서 미국과 유럽의 전쟁 피로감은 가중될 것이다. 2023년 10월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 역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으로서는 추가적인 전선이 형성되면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집중할 수 없게 됐다. 2024년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도 큰 변수다.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몸값을 최대한 높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빅딜을 겨냥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 영변 핵시설의 시운전 정황을 탐지했다. 김정은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강력한 신무기 배치를 공언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폭파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히 철거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을 북한의 자산으로 만들어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와 같이 연말에 전원회의를 개최해 새해 대남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이다.

푸틴은 12월 4일 이도훈 신임 주 러시아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한·러 관계 회복은 한국에 달려 있고 러시아는 준비돼 있다”고 공을 던졌다. 한·미 동맹을 이간하려는 압력이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대한민국 안보 상황은 새로운 차원을 맞이하고 있다. 푸른 용(靑龍)의 해를 맞이해 북한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비상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남성욱 -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을 지냈다. 201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뒤 후학 양성과 북한 문제 연구에 전념해오고 있다. [김정은의 핵과 경제](2022, 박영사),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2017, 한울아카데미), [한반도 상생프로젝트](2009, 나남) 등 북한 문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202401호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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