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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총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제3지대 ‘빅텐트’ 

거대 양당 독식에 지친 국민의 정치 혐오 씻어낼까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신당 창당·이합집산 동시 전개에 대안세력 탄생할지 관심 집중
기존 정치세력의 한계 극복할 비전 제시하는 게 성공의 조건


▎1월 16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새로운미래(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열린 창당 발기인대회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 조응천 의원 등 신당 창당에 나선 이들이 함께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여의도가 요동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핵분열이 시작됐다. 양당 구도 타파를 내세운 신당 창당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창당 작업과 함께 제3지대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당 체제를 깨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핵분열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민주당이다. 당초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거라던 민주당의 분열은 이탈과 신당 창당이 본격화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신당과 비명계 의원 3인방(조응천·김종민·이원욱)이 주도하는 신당이 잇따라 창당준비위를 발족했다.

지난 1월 11일 민주당을 나온 이 전 총리는 닷새만인 16일 새로운미래(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새로운미래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창당 발기인대회 겸 창당준비위 발족식을 열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키고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미래를 창당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는 국익과 실용을 중심에 둔 포용적 중도개혁주의를 노선으로 제시했다. 거대 양당의 과두정치를 타파하고 다당제 민주주의 구현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중대 선거구제로 개편하고 지역구 대비 비례제 비중을 확대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제안했다.

민주당 이탈한 전·현 의원들 속속 신당 합류


▎1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추진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하루 전날인 15일에는 조응천·이원욱·김종민 의원이 추진하는 미래대연합(가칭)이 발기인대회와 창준위 출범식을 열었다. 비명계 3인방 외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과 정태근 전 국민의힘 의원 등 발기인과 초청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최운열 전 의원, 최성 전 고양시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함께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양당 체제 타파를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은 “모두 말로만 국민정치하겠다고 하지만 다 까먹는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국민이 아닌 윤석열 정부를,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한다. 그래서 저희는 양당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여야 양 지도자의 끝없는 갈등 속에 국민이 분열되고 있다. 밑에서 이걸 떠받치고 양산하는 사람들을 저는 이른바 정치 훌리건이라고 표현한다. 즉, 강성 팬덤”이라며 “여기 계신 분들은 온건 팬덤이다. 이런 건전한 팬덤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열겠다”고 말했다.

미래대연합은 창당취지문을 통해 ▷양극화·글로벌 대전환 속 격차와 불평등 대안 제시 및 합의 ▷기후위기·인구위기·지방소멸 대안 제시 및 합의 도출 ▷미·중 충돌 속 대한민국의 평화·협력 전략 제시 ▷신기술·신산업 흐름 속 인간다운 삶 유지 ▷현대사회에 맞는 민주주의 견인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또 승자독식 정치가 아닌 다당제 민주주의를 통해 연대·연합의 정치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미래대연합은 2월 4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예고했다. 제3지대 빅텐트를 위한 신당들 간의 대화도 활발해졌다. 지난 14일에는 이낙연 전 총리,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을 만나 서로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연대를 위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화 테이블에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까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와 비명계 3인방의 신당이 윤곽을 드러내자 민주당 이탈자들도 속출했다.

새로운미래가 창당을 선언한 16일 오전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을 비롯해 청년 민주당원 1000명이 탈당을 선언했다. 신 전 도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민의 삶을 대변하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루며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새 길을 여는 창당 활동에 뛰어들겠다”며 “오늘 당을 떠나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더 큰 물줄기에서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느 신당에 합류할지에 대해선 “각자가 어떤 신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생각이 다르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에는 신경민·최운열 전 의원과 최성 전 고양시장, 장덕천 전 부천시장, 이근규 전 제천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도 탈당해 이낙연 신당 참여를 선언했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도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개딸’과 편향적 유튜버가 당 좌지우지”


▎최성(왼쪽) 전 고양시장, 최운열(오른쪽) 전 의원, 신경민(가운데) 전 의원 등이 1월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전 의원, 신 전 의원, 최 전 고양시장, 장덕천 전 부천시장과 이근규 전 제천시장 등은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민주당을 나온 양향자 의원의 신당 한국의희망을 더하면 민주당을 이탈한 현역 의원은 4명이다. 탈당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예비후보 심의를 통과해 경선 자격을 얻고도 탈당 대열에 몸을 실은 장덕천 전 부천시장은 “소위 ‘개딸’이라고 불리는 극단적 지지자와 편향적 유튜버들이 당의 흐름을 좌우하면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무릎 꿇고 같이 극단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지지자만을 위한, 개딸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민께 새로운 선택지를 드려 원하는 당을 선택할 기회를 늘리고 그를 통해 정치를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이탈 규모가 커지자, 민주당 내부에선 겉으로는 태연해하면서도 짐짓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낙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양한 범민주 진보세력, 그리고 국민의힘 이탈 보수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했다.

이 전 총리가 탈당 가능성을 예고했을 때도 낙관하는 기조는 이어졌다. 민주당 안에선 신당 창당이 쉽지 않을 거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전 총리에 이어 비명계 의원 3인방마저 탈당하자 상황을 다소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을 좇는 당원들의 이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역 의원들 중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신당 창당과 탈당이 가시화하자 여론도 출렁였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월 11~12일에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2.1%p 내려간 42.4%를 기록했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13.9%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 대상, 응답률 3.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집안 단속에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분들이 도대체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떤 가치를 갖고 설계하느냐, 정당의 가치와 비전이 아직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이합집산하면 기존의 1당과 2당을 비판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당이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피습을 당한 뒤 병상에서 회복 중인 이재명 대표가 1월 12일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첫 회의에서 조정식 사무총장을 통해 ‘공정한 공천 관리’를 강조하는 병상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내부 단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제3지대 통합 움직임… “설 명절 전이 1차 목표”


▎1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 제3지대에 합류한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공동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 사진:강정현 기자
민주당은 이와 함께 탈당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해 비어 있는 지역구 17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했다. 전략공천 지역은 후보 공모를 하지 않고 판세를 고려해 전략공천위원회와 공천관리위가 후보를 정한다. 특히 탈당한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공을 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탈당 충격을 벗어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총선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전국을 돌며 연일 정치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16일에는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자는 네 번째 정치개혁안을 내놨다. 한 위원장은 “여러분께 여쭤보자. 지금 국회의원 수 300명이 적정한가, 아니면 줄여야 하는가”라며 “사실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답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할 의지와 결의가 있는 정당이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만 반대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정수는 올해 4월 25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이 줄곧 내놓은 정치개혁안은 국회의원 특권 축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지역의 보궐선거 무공천 등이다. 이를 통해 개혁 주도권을 쥐고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연일 자신이 내놓은 개혁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에는 “과거 민주당이었다면 내가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의 재판 확정 시 세비 반납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치개혁을 실천하겠다고 먼저 제시했을 때 지금처럼 피하고 억지 쓰고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보다 더 개혁적이고 더 과감한 정치개혁안을 내놓으며 우리와 경쟁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묻는다. 이 두 가지(불체포특권 포기와 세비 반납) 받을 건가, 안 받을 건가”라고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한 위원장의 광폭 행보와 공세에 힘입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월 8~12일(1월 2주차)에 전국 18세 이상 25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3.0%p 오른 39.6%를 기록했다. 이는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반면 민주당은 2.1%p 내려 양당의 격차는 2.8%p로 오차범위(±3.1%p) 내로 좁혀졌다(정당 지지도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 응답률 3.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의당도 류호정 의원과 박원석 전 의원의 탈당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류 의원은 1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금태섭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에 합류하기로 했다. 또 박원석 전 의원 등 ‘대안정치행동 공동제안자’(박원석·권태홍·배복주·박웅두·이헌석·장상화·양범진·조윤민·오현주) 9명 중 7명도 탈당과 함께 미래대연합으로 합류했다.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박 전 의원은 “이제 우리는 함께 사는 미래로 가는 대안정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당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각자 창당 준비와 함께 제3지대 빅텐트를 위한 연대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전대표 등이 만든 개혁신당은 이달 20일 안에 중앙당 창당 절차를 마치고 1월 말경 공천 신청을 시작할 예정이다.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출마하려면 당원 100명을 모집해 와야 하는데 실제로 모아서 출마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현재까지 70∼80명 정도 된다”며 “연령대는 다양하고 거주 지역은 아무래도 수도권이 제일 많다”고 전했다.

안정 찾은 국민의힘, 정치개혁안으로 민주당 압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14일 오후 충남 예산 스플라스리솜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구체적인 공약도 선보였다. 천하람 위원장은 1월 10일 국회에서 지역 책임교육학교 도입과 지방거점 국립대 집중 투자 등을 골자로 한 교육 정책을 제안했다. 책임교육학교는 지역에 수준 높은 교육 환경과 기숙사를 갖추고 학교 안에서 예체능 등 방과 후 활동까지 할 수 있는 모델이다. 책임교육학교를 각도의 거점도시부터 확충해 사교육비 부담 절감과 인구 유입 효과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것이다. 또 지방거점국립대학에 예산을 획기적으로 투자해 교육 수준을 서울 최상위권 대학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신당 간의 제3지대 연대 움직임도 분주하다.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대표는 제3지대 신당의 통합 목표를 설 명절 이전으로 제시했다. 조 의원은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순히 텐트가 아니고 집 구조물을 등기부등본에 올리자는 것”이라며 통합정당 일정에 대해 “1차 목표는 설 전”이라고 밝혔다.

다만 각자의 창당 작업 일정을 고려해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위원장은 한 유튜브에 출연해 “‘이낙연 신당’이 아무리 빨리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달 말 전에는 창당하긴 힘들 것”이라며 “창당하자마자 합당하는 건 그 당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당 자체가 합당용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개혁신당에는 이준석 위원장을 비롯해 천하람·허은아·이기인 창당준비위원장,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를 막론한 신당 출현이 총선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개의 신당이 창당과 함께 연대를 모색한 예가 없는 데다, 여야의 대표를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제3지대 빅텐트에서 참신한 정책과 인물이 등장한다면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상 양당의 전직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창당 상태에서 빅텐트를 시도하는 것도 처음 본다”고 했다.

“정치 양극화 해소할 구체적 비전 있어야”

다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을 다소 낮게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각기 다른 당을 만든다며 나온 이들을 한꺼번에 묶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치 양극화를 해소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우려하는 지점은 신당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이다. 창당의 목적이 다르고, 개인적인 정치 목표가 다른 상황에서 자기 뜻을 굽히고 상대 당에 순종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명분은 통하더라도 지역구 후보를 내는 문제 등 실질적인 선거 국면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역효과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이 그래도 가장 관심을 갖는 정당으로 몇 개 정도가 합쳐지는 게 최선”이라며 “기존 정치세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면서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적나라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신당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제3지대 빅텐트 윤곽은 설 연휴 이전에는 나올 전망이다. 각 정당이 독립성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르거나 합당하는 방식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율 교수는 “느슨한 연대 방향으로 가고 잘하면 원내 교섭단체(20석) 수준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낙연 신당이나 이준석 신당의 경우 어떤 지역이나 세대를 특정해서 지지기반으로 둘 수 있을지, 당의 비전이나 가치를 뭐로 할지 조율이 쉽지 않다”며 “반윤석열, 반이재명 다 모아서 당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득표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2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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