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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 200억원대 사기대출 ‘광덕안정 스캔들’ 여의도로 불길 번지나 

“주철현 의원 아들 주홍원 광덕안정 대표, 민주당 의원 30명에 3000만원 쐈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금융범죄로 형성된 자금 정치권에 흘러들었을 가능성”
주철현 의원, 인척 간 거래로 채무자 아들 구제한 정황도


▎‘200억원대 사기대출’ 관련 혐의를 받는 주홍원 광덕안정 대표가 2023년 5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백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주홍원(37) 광덕안정 대표가 2022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에게 총 30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범죄로 형성된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 대표는 주철현(65)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들로, 최근 급성장했다 채무 변제 문제로 물의를 빚은 한의원 프랜차이즈 회사 광덕안정 대표를 맡고 있다. 주 대표의 후원금 살포와 관련해 민주당 주변에서는 의원당 100만원이라는 액수에 주목하고 있다. 광덕안정이 경영상 위기를 겪던 시기에 법적으로 후원자 익명 처리가 가능한 100만원씩을 의원 30명에게 후원했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 대표의 부친인 주 의원의 조언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월간중앙은 주 의원이 인척을 통해 급조한 페이퍼컴퍼니로 채무의 늪에 빠져 있던 주 대표를 구제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했다. 주 의원의 인척 서모(67) 씨는 광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재력가 의사 집안으로, 최근 광주에서 부동산 매매 업체를 급조해 거액의 은행 대출을 안고 서울 서초구의 주 대표 건물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 건물에 있는 한방병원 대표 명의는 주 대표에서 부인 김모(36·이사) 씨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주 대표 부부는 채무 변제를 회피한 채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거액의 금융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본인이 국회의원인 부친의 배경을 등에 업고 자신의 살길만 도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 난조 돌파구 모색하려 정치권에 줄댔다?


▎사진 왼쪽부터 주홍원 광덕안정 대표,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만기 대한한의사협회부회장,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한의신문 기사 캡처
이와 같은 사실을 월간중앙에 제보한 A씨는 “각종 채무 때문에 공사대금도 못 갚는 처지에 주 대표가 임대료를 제때 내겠는가? 여기에는 현역 의원인 주 의원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월간중앙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낸 것과 관련해 주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문자와 통화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주 대표의 부인 김씨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월간중앙이 입수한 광덕안정 내부 문건에 따르면 주 대표 부부는 2022년 12월 30일 각자 1500만원씩 출자해 민주당 의원 30명(고민정·기동민·김두관·김민석·김성환·김영배·김영진·김태년·박광온·박찬대·박홍근·서삼석·서영교·소병훈·송갑석·신정훈·안규백·우상호·우원식·윤호중·이인영·이학영·이해식·인재근·장경태·전해철·정성호·조응천·조정식·진선미 의원, 이상 가나다순)에게 총 3000만원을 후원했다. 이 30명 속에는 정청래 의원을 제외한 선출직 당 최고위원이 모두 속해 있으며, 30명 중 절반은 주 의원과 동향인 호남 출신이다. 월간중앙이 조사한 결과 고민정·김두관·김민석·김영배·김영진·김태년·박광온·박찬대·서삼석·송갑석·소병훈 의원 등 11명은 후원금 영수증 발급 내역이 확인됐다. 대부분의 의원실에서는 이와 관련해 월간중앙에 답변이나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김영진 의원실은 “주홍원 씨의 후원 사실이 확인된다. 정치자금 30만원 이상은 선거관리위에 신고해야 하기에 영수증을 끊어준 사안”이라고 전해왔다.

이들 30명 가운데 주홍원 대표가 후원금을 낸 김민석 의원은 의료계와 직무 관련성이 높은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2021년 3월에는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 자격으로 국회를 방문한 주 대표를 공식 석상에서 만나기도 했다. 김민석 의원실은 ‘김 의원이 주철현 의원 부자와 친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작년(2023년)에는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홍원 대표 부부가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을 후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광덕안정 임원의 재무관리를 맡았던 한 인사는 기자에게 “당시 광덕안정의 전국적인 한의원 지점 유치에 제동이 걸린 때였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덕안정은 한의원·치과의원 등 전국에 지점을 두고 관리하는 프랜차이즈 회사다. 2019년 4월 설립된 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사업 동력이 떨어졌다. 사업 초기만 해도 초호화 상급병실로 환자를 입원시켜 보험사에 전액 청구하는 ‘꼼수’가 가능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보험법이 일부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홍원 대표가 정치권에 줄을 대서 경영 난조의 돌파구를 모색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광덕안정 2대 주주인 박모(35·이사) 씨가 국민의힘 중진 의원과 친분을 쌓은 사실도 확인됐다. 부산 중구에 광덕안정 한의원을 낸 박씨는 최측근 인사들과 함께 2022년 10월 6일 서울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부산 지역구의 모 의원과 회동했다. 이후 박씨 등이 설립한 한 단체의 출범식에 해당 의원이 축사를 했다. 비슷한 시기 주홍원 대표는 부산에 3박 4일 일정으로 머물면서 하얏트호텔 숙박료와 고급 술집 등에서 1000여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월간중앙에 이런 사실을 제보한 인사는 “2022년 11~12월은 정치 후원을 포함해 영업 활동이 잦았다. 두 달간 법인카드로 술값으로만 2100여만원을 긁었다”고 말했다. 주 대표의 도덕적 해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의사 인척이 부동산 대신 구입… 페이퍼컴퍼니 정황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척 서모(67) 씨가 세운 광주 소재 ‘프리미엄준연’ 부동산 업체를 찾았으나 간판·명함이 없는 상태였다. 해당 주소지인 건물 2층에 입주한 모 건설업체 관계자가 “같이 일한다”면서 보여준 프리미엄준연의 회의실은 정리가 안 돼 있었다. / 사진:안덕관 기자
검찰 수사에 따르면 주홍원 대표 부부 등 광덕안정 임원들은 총 35회, 259억원 상당의 신용보즘기금(신보)의 대출보증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개원을 희망하는 한의사에게 5억~10억원가량을 빌려주고, 해당 한의사는 그 돈을 자기 자금인 것처럼 신보를 속여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 창업자금에 보태는 등 신보의 허술한 보증심사 과정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여파로 광덕안정 지점 한의사들이 대거 탈퇴하거나 주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주 대표 부부가 각종 채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광덕안정 이사였던 한의사 B씨는 “가압류가 걸린 건물이 현재 국세·지방세 체납으로 서초세무서에 압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인테리어 업체 대표 C씨는 “주홍원 대표가 아직도 공사대금을 갚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에 따르면, 2021년 C씨의 업체가 광덕안정과 공사 계약을 맺고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제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미수금이 2023년 초에 12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일부는 변제 받았지만 아직도 5억원가량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후 C씨는 미수금을 받기 위해 주홍원 대표가 소유한 서울 서초구 소재 코리아비즈니스센터 2층에 가압류를 걸었다. 그러자 주 대표한테서 바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주 대표는 C씨에게 “이러면 망한다. 가압류만 풀어주면 원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도장을 찍겠다”고 했다. 이후 C씨는 주 대표가 건물 매각 후 공사대금을 우선 변제한다는 조건으로 가압류를 풀어주고 매달 300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주 대표는 지금까지 채무 변제를 회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월간중앙이 취재한 결과, 해당 건물은 주 의원의 인척이 부동산 회사를 급조한 뒤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 이름은 ‘프리미엄준연’으로 대표이사는 류모(58) 씨, 사내이사는 서모 씨로 돼 있다. 서씨는 광주 모 병원장이다. 류씨는 해당 병원의 경영원장이다. 그런데 서씨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7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부동산을 세웠다. 당시는 C씨가 주홍원 대표 건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한 직후다. 심지어 서씨가 세운 부동산 회사는 93억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안고 주 대표의 건물을 구입했다. 현역 의원 아들의 경영난을 구제해주기 위해 인척들까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등기상 기재된 서씨 부동산을 찾아갔더니 모 건설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해당 건설업체 관계자는 ‘프리미엄준연이 여기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는 눈치를 보이더니 재차 묻자 “건물을 같이 쓰고 있다”고 뒤늦게 답했다. 해당 관계자가 소개한 서씨 부동산 업체 자리는 정리가 안 된 창고 같은 곳이었으며 명함도 발견되지 않았다. 설립된 지 반 년이 넘었으나 실제 운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부동산 거래도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기에는 의문점이 많다. 주 대표가 건물을 보유한 당시 설정된 근저당권이 약 120억원이었다. 이미 채무에 시달리는 주홍원 대표가 변제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을 고려하면, 서씨가 대출받은 약 93억원과 대환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월간중앙은 주철현 의원에게 취재를 요청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현재 주홍원 대표는 서씨가 사들인 건물에서 부인 명의로 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광덕안정의 사정을 잘 아는 D씨는 “병원 매출이 주홍원 대표로 잡히면 업체로부터 압류당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주철현 의원은 지난해 5월 아들의 대출 사기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되자, “부부 한의사인 아들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그간 구체적 상황을 알지 못했으나 사업 전후 관계를 살펴 위법 사항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자가 이번 취재에서 만난 제보자들은 “주홍원 대표가 사업을 영위하는 동안 부친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철현 의원 “아들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주홍원 대표 부부는 본사 건물을 개조해 자신들의 주거지로 사용하고도 주민등록은 주철현 의원이 사는 서울 서초동의 한 고급 주상복합으로 해뒀다. 건축법을 위반한 것인데, 검사장 출신인 부친이 이를 모르고 해줬겠나”라고 지적했다. 광덕안정에서 재직했다는 또 다른 인사는 “지난해 3월 광덕안정 본사에 검찰 압수수색이 들어왔을 때 주홍원 대표가 검찰 수사관에게 자신이 머무는 주거지로 부친의 주소를 말하더라”고 폭로했다. 주철현 의원이 아들인 주홍원 대표를 비호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주철현 의원이 아들에 대한 고발이 이뤄지기 전 고발장 내용을 사전에 파악해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 인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고발인 측을 대리한 민모(36) 변호사가 돌연 입장을 바꿔 주 대표에게 고발장 사본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데, 이 시기 주 대표가 부친으로부터 화려한 법조계 인맥을 소개받은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주 대표가 이후 전개된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 물품을 사전에 빼돌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대표 집은 의원님 집으로 돼 있는데 여기(본사) 살잖아. (압수수색) 전날 김 이사(부인)가 부친 집에 가서 자게 한 거야. (…) 압수수색 올 거 알고 보내놨어. 일부러.” 압수수색 당일 직원들 간 대화 녹취록의 한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402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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