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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현장 속으로] 인구절벽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 받는 ‘다문화 실험장’ 

이민청·경제자유구역 유치해 글로벌 도시 도약 노린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2023년 9월 5일 이민근(가운데) 안산시장이 민간, 경찰과 합동으로 다문화특구를 순찰하고 있다. 안산시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민·관·경이 함께하는 시민안전모델을 구축했다. / 사진:안산시
지난해 11월 27일 이민근 안산시장은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만나 출입국·이민관리청(이하 이민청) 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민청은 여러 부처에 분산된 외국인 정책을 총괄할 정부 부처로,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시장은 “안산의 외국인 정책 인프라와 경험이 이민청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민청이 내·외국인 간의 갈등을 줄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외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아 부정적 인식이 컸던 안산시가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외국인 행정을 가다듬어온 안산시의 경험이 다문화 사회를 준비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산시는 이미 초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2022년 11월 기준 안산시의 외국인 주민은 10만1850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4.2%에 달한다. 특히 1만7000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원곡동은 ‘작은 이태원’이라 불릴 만큼 외국인이 밀집한 지역이다.

과거 원곡동을 비롯한 외국인 밀집지역은 크고 작은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해 치안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범죄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안산시는 행정시스템을 다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외국인 전담 행정기관인 외국인주민지원본부 등 종합행정타운은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생활·문화·교육·여가·일자리 등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350만 명이 찾아온다.

2008년에 문을 연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는 10명의 전문상담원이 17개 언어로 통역을 지원해 지금까지 3만7457명의 외국인 고용을 돕는 등 고충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0년에 개관한 글로벌 청소년센터는 이주 배경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어 교실부터 심리 정서 지원, 진로 상담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문화 이주민플러스센터는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 체류 허가 및 고용 허가서 등을 발급하며 2022년까지 4만여 명이 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공동체 치안 활성화를 위해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민·관·경 협업모델인 ‘안산형 시민안전모델’도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안산의 다문화 특성을 고려할 때 경찰력만으로 치안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안산시와 민간, 경찰이 협력해 ‘이상동기 범죄 대응 TF’팀을 꾸리고 합동순찰에 나서는 등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산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안산시는 곧바로 이민청 유치를 공식 선언하고 적극적인 유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경기도 내 이민청 설치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대통령실과 국회 등에 제출했다.

‘로봇시티 안산’ 선포하고 해외 첨단 기업 유치활동

이민청 유치와 함께 안산시의 글로벌 도시 밑그림을 완성하는 또 다른 요소는 경제자유구역 유치다. 첨단산업에 밀려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산시는 국가 12대 전략산업 중 하나인 ‘첨단로봇·제조 분야’를 경제자유구역 핵심 전략산업으로 정했다.

2022년에 경제자유구역 후보지로 지정된 안산 사이언스밸리는 산·학·연이 집적돼 제조산업 혁신에너지가 응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과대학이 있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를 거점으로 경기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경기분원), 한국전기연구원(안산분원) 등이 있다.

시는 2022년 말 ‘로봇시티 안산’ 선포식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산업협회, 안산상공회의소, 안산사이언스밸리 입주기관 등 12개 기관 공동으로 ‘안산사이언스밸리 로봇산업 진흥을 위한 협력 협약’을 체결하면서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세일즈도 본격화했다. 올해 초에는 이민근 시장이 유관 기관들과 꾸린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현지 강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설명회를 통해 LA에 있는 물류기업인 NGL트랜스포테이션과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에 글로벌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테그리스 사의 연구센터를 유치하고, 일본 테크니스코 사와 반도체 R&D센터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시장은 “안산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토대로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더해지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산업경쟁력 약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잠재 경쟁력 약화 등 당면 위기를 주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산업혁신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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