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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대학을 가다] 김영석 경상국립대 글로컬대학사업단장이 말하는 ‘우주항공·방산 선도대학’의 길 

“나사(NASA) 출신 등 최고 권위자 모실 것, 글로벌 TOP10 대학 꿈 아냐”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글로컬 대학 사업 첫 해에 당당히 입성, 비전 선포식·현판식 열고 본격 순항
국내 최초 우주항공대학 설립, 연구소·대학원 결합한 가디스트(GADIST) 눈길


▎김영석 경상국립대 기획처장은 3월 8일 “경상국립대는 지역 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해 지역과 대학을 동시에 살린다는 글로컬 대학 사업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 사진:경상국립대
경상국립대학교(GNU·총장 권순기)가 글로컬 대학을 향해 닻을 올렸다. 지난해 말 성대히 치러진 ‘글로컬 선도대학 비전 선포식’에 이어 최근 ‘글로컬대학사업단 현판식’을 열었다. ‘글로컬대학30’은 정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 첫해에 선정된 경상국립대는 경상남도 내 유일한 글로컬 대학이다. 경상국립대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을 교육부와 전문가가 인정한 것이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방산 분야 글로컬 선도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톱10, 아시아 톱3 대학에 올라서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설정했다. 3월 8일 김영석 경상국립대 기획처장(글로컬대학사업단장)과 글로컬 대학 사업 추진 경과와 비전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교육부와 규제 개혁 논의 중”


▎김영석 경상국립대학교 기획처장이 지난해 11월 29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경상남도 글로컬 대학 간담회’에서 글로컬 대학 비전과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판식 분위기는 어땠나?

“그간 우리 대학을 위해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관계기관이 참석해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 사업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는 측면에서 참석자들이 격려하면서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글로컬대학사업단’을 대학 안팎에 알린 이날 현판식에는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김영석 기획처장, 박대출 국회의원(경남 진주갑), 하정수 경상남도 교육인재과장, 차석호 진주시 부시장, 정대웅 사천시 항공경제국장, 허건영 국방기술품질원장, 박동원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경영기획본부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고 나서 대학 분위기는 어떤지.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시기에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됐다는 건 상징하는 바가 크다. 겹경사로, 지역거점 국립대학 중 우리 경상국립대가 신입생 충원율 1등을 달성했다.”

경상국립대는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4564명 중 4535명(충원율 99.4%)을 모집했다. 학령인구(6~21세)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충원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경애 경상국립대 입학팀장은 “글로컬 대학에 선정된 점이 충원율이 높게 나온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상국립대 우주항공대학 학장은 외부 인사를 공모해 뽑는다고 했다.

“세계적인 석학을 모시기 위해서다. 풀어야 할 부분이 있어 조금 시간이 걸리고 있다.”

어떤 점을 풀어야 하나?

“국립대 교수는 교육 공무원이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세계적인 석학을 모셔올 정도의 처우를 제시하지 못하고, 65세 이상이어도 안 된다.”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논의를 거치고 있는가?

“교육부와 파트너를 맺어 규제 개혁 등을 서로 협의하고 있다. 글로컬 대학 사업은 대학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연구소, 기업 등이 같이 만들어가는 거대한 사업이다.”

권 총장은 “우주항공대학 설립이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4학년도 1학기에 신입생 109명이 입학했으며, 최근 가좌캠퍼스 항공우주산학협력관에서 ‘우주로, 하늘로 비상하는 우주항공대학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신생 학과로서는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우주항공이라는 이름을 쓰는 단과대학이 출범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국내 최초이고, 해외에서도 그 사례가 많지 않다고 한다. 국내·외 항공 학계에서 굉장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경남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GADIST·가디스트)’은 2025년 3월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나?

“연구소와 대학원을 결합한 개념으로 우주항공·방산 쪽 요소기술(要素技術)을 융복합 연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경남 혁신도시에 있는 국방기술품질원·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연계하는 식이다. 우리 대학 교수들과 산업체, 관련 연구원을 매칭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트레이닝되기 때문에 관련 분야 기업에서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 우주항공·방산 분야에서 명망 높은 분들을 가디스트로 많이 모셔오려고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모델은?


▎경상국립대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가좌캠퍼스 GNU컨벤션센터 대강당에서 ‘경상국립대 글로컬 대학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 사진:경상국립대
권순기 총장은 “‘GNU IC-PBL(Industry Coupled-PBL) 센터’를 설립하겠다”고도 말했다.

“산업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산업체와 연계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현장 경험을 더욱 많이 쌓을 수 있게 된다. 또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

경상국립대는 글로컬 대학 실행계획서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모델’을 제시했다. 서울대와 우주항공 분야 공동·복수학위제 추진, 양 대학 학생이 공동참여하는 다양한 비교과과정 운영 등이 기대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모델’이 눈길을 끈다.

“경상국립대의 우주항공 분야를 서울대 수준으로 발전시켜 인재 양성과 학문 발전, 산학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서울대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말 비전 선포식 때 유홍림 서울대 총장께서 영상 축사를 보내 ‘서울대도 경상국립대의 도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하셨다.”

서울대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면 어떤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미국 나사(NASA)에서 연구하는 학자, 국내 우주항공 분야 최고 권위자들을 자문단 내지는 JA(Joint Appointment·겸직) 교원으로 모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가 추천한 교육 전문가 1명, 서울대 교수 1명과 우리 대학이 생각하는 국내·외 대학교수들로 컨설팅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우주항공·방산 특성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권순기 총장의 아이디어다. 총장께서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북대 전자공학과, 전남대 화학공학과 등 특성화 대학을 크게 육성한 방식이 지역 거점대를 육성하는 데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하셨다. 경상국립대를 우주항공·방산 분야로 발전시켜 스필오버(Spillover·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혜택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현상)되는 성공모델을 만들자는 야심 찬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경남이 우주항공 분야 투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경남 사천을 방문해 “오는 20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박완수 경남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을 비롯해 우주항공 분야 기업인, 연구자, 학생, 경남 지역주민 등 450여 명이 참석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기여


▎경상국립대는 3월 7일 오전 11시 가좌캠퍼스 대학 본관 5층에서 ‘글로컬대학사업단 현판식’을 개최했다. / 사진:경상국립대
사천시가 프랑스 툴루즈를 모델로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툴루즈는 에어버스그룹, 툴루즈대학, 툴루즈 블라나크 공항, 국립우주국 툴루즈 우주센터, 나토우주센터 등이 있는 유럽 최대 우주항공 도시다. 사천시에도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는 등 관련 제반 시설이 갖춰지고 있다.”

권순기 총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그로부터 2개월여 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특별법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4월 국회에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9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판 나사인 우주항공청이 오는 5월 문을 연다.

“저는 경상국립대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된 것이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에 개청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우주항공청이 오면 굉장히 좋은 인재들이 지역으로 많이 몰려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가 경남도를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정주 여건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께서도 많은 지원을 약속하셨기 때문에 지역도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경남도는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 최대 집적지다. 국내 최대 우주항공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104개 기업과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을 포함한 13개 연구기관 등이 집적돼 있다. 우주항공·방산 분야 글로컬 대학인 경상국립대는 이들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주목받고 있다.

우주항공 기업과는 어떤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가?

“KAI,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등과는 이미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다. 우리 대학에는 KAI 트랙이 있을 정도로 KAI와는 오랜 기간 관계를 다져왔다.”

KAI 트랙은 우주항공 산업의 발전과 전문 인력의 양성을 위해 경상국립대와 KAI 간 상호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경상국립대는 KAI 트랙을 통해 KAI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학생을 양성한다. KAI는 수료 학생에게 채용 시 서류전형을 면제하고 취업 우선권을 부여한다.

기업과 학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겠다.

“학생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된다. 우리 대학이 지역의 전문대와 연계해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대와도 연계하는 이유는?

“KNU 10(KOREA National University 10)이라고, 서울대를 포함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 거점 국립대 10개가 있다. 이들 대학이 지역에서 맏형으로서 역할을 하면 해당 지역 강소대학(전문대 포함)은 지역산업과 특성화 분야 인재 양성에 보다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최고 원격 교육 시스템 구축


▎윤석열 대통령이 (오른쪽에서 두번째) 지난 3월 13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센터를 방문해 차세대 중형위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어떤 식으로 연계하면 전문대에 도움이 될까?

“전문대가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지역 전문대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재정적인 어려움이다. 특히 기초·교양 과목을 운영·유지하는 것을 굉장히 벅차한다. 그래서 경상국립대가 위탁을 받아 기초·교양 과목을 제공하면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준비가 끝나면 올해 곧바로 시작할 계획이다.”

지역 대학과 상생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존에 하던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사업을 통해 공유대학을 만든 것도 상생을 위해서다. 이는 미네르바 대학과 비슷한 콘셉트다. 경상국립대는 온라인으로 대학 간 연계하는 융복합전공 교육과정과 부·울·경 원격교육 센터를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또 원격 교육 시스템에 있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인프라를 갖췄다. 이러한 경험과 인프라를 이용해서 지역 대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미네르바 대학은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벤 넬슨(Ben Nelson)에 의해 설립된 혁신 대학이다. 물리적인 캠퍼스가 없고,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온라인에서 선행학습 뒤 오프라인에서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수업)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로컬 대학 사업의 취지는 지역 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해 지역과 대학을 동시에 살린다는 것이다. 이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 경상국립대 모델이라고 자부한다. 앞으로 경상국립대가 해나갈 도전과 혁신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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