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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가 사람들이 즐기는 소바 

청정지역에서 메밀 직접 재배 … 철저한 서비스로 고객감동
교토의 천년상인 (끝) 600년 메밀국수 - 오와리야(尾張屋) 

홍하상 작가·hasangstory@hanmail.net

교토에서 가장 교토다운 메밀국수를 먹으려면 어떤 가게로 가야 할까? 정답은 오와리야다. 오와리야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메밀국수 가게다. 일단 분위기부터 오래된 관록이 철철 넘친다.

일본식 전통가옥에 고색창연한 분위기. 이 가게는 무려 6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와리야는 1465년에 과자를 만들던 장인이 메밀국수집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본래 그는 오와리(나고야)지방에서 교토로 온 사람이었다.

당시 손님은 유서 깊은 절의 승려 혹은 사무라이들이었다. 오와리야가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돈원사라는 절에 오색 메밀국수를 납품하면서부터다. 그러다가 에도 시대에 들어 천황가에 메밀국수 요리사로 들어가 일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와리야는 지금도 천황가 사람들이 교토에 내려올 때면 찾아오는 명소로 유명하다.

3년 전에는 지금 천황의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미야 부부가 직접 찾아와 메밀국수를 먹고 갔고, 30년 전에는 현재의 천황이 교토를 방문했을 때 20인분을 주문해 먹기도 했다.

“시간이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어도 우리 집의 철학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에 따라 맛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언제나 메밀국수의 향이 풍부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메밀국수 재료는 일본 국내산 중에서도 가장 상질의 것만 사용하고 있으며 첨가물은 일절 없습니다. 메밀국수 본연의 맛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모든 맛집이 그렇듯 오와리야도 맛의 비밀은 신선한 재료에 있다. 물은 경도 50도 정도의 연수(軟水)만 쓰고 수돗물이 아닌 교토의 지하수만 사용한다.

손님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정성


1. 그대로의 맛을 표현하는 소바가 최고의 소바다. 2. 오와리야의 입구. 3. 식당 내부 모습.
그렇게 해야만 좋은 국물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연수로 국수반죽을 해야 국수 맛이 부드러워 지기 때문이다. 도쿄 지방의 경우 200도 전후의 경수(硬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좋은 국물 맛이 나오지 않는다. 메밀의 경우는 북해도의 리시리(利尿)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리시리는 북해도 초입의 바다와 해발 1702m의 리시리산의 험준한 산세가 만나는 지역으로 인구가 5600명에 불과한 천연 무공해 지역인데 일본 내에서 산소와 오존량이 가장 풍부해 순수한 메밀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사장은 이 지역에서 메밀국수를 생산하기 전, 일본 전체와 북해도 전역을 답사한 끝에 이 지역을 최종 결정했다.

이처럼 메밀국수를 재배하는 지역을 선정하는 데도 정성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교토 상인이다. 그는 요즘도 해마다 봄, 가을에는 밭에 직접 가서 그해의 농사를 현지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이 생산한 메밀을 고객들이 먹으므로 제품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요즘에는 포장 소바도 판매하고 있다. 오와리야의 메밀국수 국물 맛은 북해도에서 나는 다시마로 만들고 있으며 거기에 가다랑어 가루인 가쓰오부시를 섞어 만든다. 상질의 메밀국수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비타민 B1, 비타민 B2, 루틴 성분이 함유되어 영양가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메밀국수는 흰 쌀의 2.5배에 달하는 영양가가 있어 건강과 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음식은 비싸선 안 된다


1. 일본인과 외국인이 어우러져 함께 소바를 즐기고 있다. 2. 오와리야의 이나오카 사장.
현재 오와리야의 주인은 15대째인 이나오카 덴자에몬(稻崗傳左衛門)이다. 1945년 교토에서 태어나 도쿄 긴자에 있는 유명한 빵집 기무라야 본점에서 2년간 공장관리를 배우기 위해 근무하기도 했다.

기무라야 빵은 1860년대 개업한 빵집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팥빵을 만들어 팔았다. 또 일본 천황가가 그 가게의 빵을 주문해 먹는 어용상점이기도 하다. 기무라야 빵집에서 엄중하게 일을 배운 이나오카는 1993년 부친이 사망하자 49세부터 64세인 지금까지 오와리야를 경영하고 있다.

이나오카 사장은 강의를 많이 다닌다. 본인 자신이 경제학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600년간 번영해온 비결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강의에서 고객의 신용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가게를 해마다 수십 번씩 찾아오는 고객들이 있는데 그 수십 번 중에 단 한 번이라도 오와리야의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거나 상한 음식을 먹을 경우, 그것으로 거래는 끝이라는 것이다. 또 종업원이 불친절하게 굴거나 주문을 잘못 받아 엉뚱한 음식을 가져다 줘도 600년 공든 탑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손님이 너무 많아 테이블을 채 닦지 못한 상태에서 손님을 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또 손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러한 실수를 한다면 손님은 “돈 좀 벌었다고 사람이 변했군”하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지점은 단 두 곳만 운영

“종업원의 발소리가 요란하면 손님의 신경을 거슬리게 되니 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이 가게를 자주 비우게 되면 손님들이 왠지 섭섭한 감정을 갖게 되니 영업시간엔 늘 가게에 있으려 합니다.”

이나오카 사장은 “늘 빈틈없는 세심함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느 순간부터 가게는 무너져 내린다”고 강조했다. 교토 상인들은 매일 아침 가게 종업원들을 데리고 복무사항을 큰 소리로 세 번씩 복창한다. 교토 상인 중에서도 오와리야는 엄격한 축에 속한다. 15대 사장은 기본이 식당이므로 불필요하게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보다는 자신이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식당을 늘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맛 관리가 가능한 만큼만 지점을 낸다는 것이다. 현재 지점은 교토 다카시마야 백화점 내와 사조거리 단 두 곳만 가지고 있다. 오와리야에서 파는 메뉴는 약 50종 정도로 대표적인 음식은 가케소바(630엔), 기쓰네소바(683엔), 니신소바(청어메밀국수, 1050엔) 등이며 밥 종류도 팔고 있다. 600년 역사를 가진 가게치고는 가격이 비싸지 않다.

이나오카 사장은 “가게의 영업방침은 박리다매”라고 설명한다. 경영철학 대로 이익이 한 그릇에 5%가 안 된다. 이 가게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근처의 상국사(相國寺) 절에서 수도하는 스님 10인에게 매일 점심 공양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상국사는 임제종 상국사파의 총본산으로 그 휘하에 그 유명한 금각사와 은각사 등 100여 개의 말사를 거느린 대사찰이다.

취재차 식당을 방문한 필자는 상국사 스님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메밀국수 한 그릇을 먹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공손히 합장하는 스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에 오와리야에서는 상국사에서 메밀국수 면을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돼 상국사에 선조 대대로 불공을 다니게 됐습니다. 스님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 때부터 스님들에게 무료로 국수 공양을 하게 됐습니다. 가게가 번창하게 되는 데는 불공을 드린 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장수의 비밀
□ 최고의 재료 고집
□ 품질관리 위해 무리한 확장은 하지 않음
□ 철저한 서비스 관리
□ 전통을 고집하는 주인의 철학
주소: 교토시 주쿄구 구루마야초도리 닛조 남쪽 입구
전화 : 075-231-3446


981호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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