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 때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이었지만, 나는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비가 내릴 것을 대비해 우산을 미리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예상대로 철원으로 가는 길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창가에 부딪히는 비를 바라보며 아련한 추억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철원에 있는 한탄강에 놀러 갔던 적이 있다. 그때도 비가 왔었다.
그 당시 우리는 한탄강가에 텐트를 쳤다. 주룩주룩 내리던 비 때문이었는지 버너에 불을 붙이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탄강가에서 서투른 고추장찌개를 같이 끓여 먹었던 그 녀석들은 이제 연령대로 봤을 때 우리 사회의 중추인 40대 후반이 됐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들은 사회의 중추로서의 자신감보다는 복잡한 회사일, 간단치 않은 가정일, 그리고 흔들리는 자아의 삼중고에서 순간순간을 허덕이고 있다. 아련한 추억, 애틋한 현실과 함께 잠깐씩 졸음에 고개를 끄덕이기를 몇 번 반복하는 동안 우리를 태운 차는 철원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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