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의 무대이자 드라마 ‘토지’ 세트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평사리는 악양골의 들머리일 뿐이다. 골짜기를 타고 들어가면 골골마다 정겨운 산동네가 즐비하다. 악양면사무소에서 부계마을, 하중대마을을 지나면 매계리가 나온다. 어느 마을을 가나 볼 수 있는 소박한 집과 계단식 논이 지리산 산자락에 와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매계리에는 다른 마을에는 없는 게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하동학생야영수련원이다. 학생수련원이라고 하면 왠지 삭막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산뜻한 핑크색 외벽과 깔끔하게 다듬어진 천연 잔디가 지리산 산동네와 잘 어울린다. 지난달 이곳에 묵은 적이 있다. 밤잠이 정갈하다. 2층 숙소 베란다에서 올려다보면 지리산 형제봉(1115m)을 중심으로 수많은 산봉우리가 학교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해 뜨기 전엔 산봉우리 사이로 아침 안개가 가득하다. 구름 아래 구름, 낮게 깔린 산 안개를 보고 있으면 늦잠을 자기 어렵다. 천연 잔디밭에 나가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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