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Perspective | 中 제조업 리스크 금융으로 극복하자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MBA 객원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간 중국 특수에 휘파람 불던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경기 부양에 ‘올인’ 한다고 하지만, 수출 지향성의 한국 경제 체질로 보면 역시 문제는 수출이다. 특히 한국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에 이상신호가 켜졌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올 4월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중국의 전체 수출과 수입은 같은 기간 중 7~14% 늘어났음에도 한국의 수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MBA 객원교수
이는 중국의 산업구조조정에 한국이 대응을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품 현지화와 가공무역의 축소가 직격탄이었고, 19개 전통산업의 과잉설비 축소에 따른 중간재 수입 감소가 주요인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을 보면 중간재가 65%나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석유제품 등 상위 10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전체의 61%나 된다. 대중 수출이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고 이들 상위 품목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그래서 주요 수출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대중국 수출자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까지 전통산업의 과잉설비를 폐기시키고 2017년까지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 최저 원가를 갖는 전통산업을 만드는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이 되면 한국 제조업의 최대 경쟁자는 다름 아닌 중국 제조업이 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이다. 중국은 올해 수출 증가율 목표를 7.5%로 잡았다. 이 수치는 과거 GDP의 2~3배였지만 올해엔 같아지는 것으로, 중국이 더 이상 수출 주도형 성장을 안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소비재의 비중은 3%대에 불과하다. 중국은 소비 대폭발 시대로 접어드는데,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 형국이다. 지난 몇 년 간은 한국의 연예인과 드라마 덕분에 한류 붐을 타고 일부 소비재가 히트를 했지만 이것도 변화가 생겼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제라면 사족을 못 쓰던 중국인들이 바뀌었다.

연간 1억명의 관광객들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소비재를 보는 눈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제보다 더 좋은 소비재가 전 세계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걸 경험했다. 이제 중국은 브랜드에 눈을 떴고 브랜드에 살고 브랜드에 죽는다. 그러나 한국은 중간재에서는 세계 정상급 제품이 많지만 입고 먹고 마시는 소비재에서는 세계 10위안에 들어가는 브랜드가 거의 없다. 이대로면 브랜드 없는 한국제의 눈물이 기다릴 뿐이다.

검의 고수에 칼로 덤비면 안 된다. 세계 최대, 최강의 제조대국 중국에 제조로 덤비는 시대는 갔다. 한국도 이젠 중국 공략의 공식을 바꿔야 한다. 중국의 인터넷에 당했다고 하지 말고 잘나가는 인터넷 회사의 주식을 사면 된다. 중국의 잘나가는 제조업 주식을 사서 성장의 과실을 먹으면 된다. 금융은 살아온 삶의 흔적, 경험만으로 돈을 먹는 산업이다. 아직은 허약한 중국 금융을 공략해야 한국이 산다.

10월 중순부터 중국이 외국인 개인에게도 상하이 주식시장을 개방한다. 한국이 제조업에서 오는 차이나 리스크를 금융에서 만회할 좋은 기회다.

1255호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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