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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마케팅, 독이냐 약이냐 - 빠르고 효과적 … 역효과도 순식간 

배달앱 시장 1조원 규모 성장 … 소셜커머스 성장세는 하향 곡선 


지난 3월 경기 광명시에 치킨집을 창업한 유순호(가명·49)씨는 세 달 전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점포를 등록해 주문을 받고 있다. 창업 후 한동안 전단지나 쿠폰북 등을 이용해 광고에 나섰지만 고객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68㎡ 남짓한 매장에는 손님용 테이블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공간 밖에 없었다. 배달 전문 업체인데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니 유씨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몇 달은 하루에 배달 건수가 5개도 안 되는 날이 부지기수였어요. 가게를 비우면서까지 홍보할 여력이 되지 않아 아내와 번갈아 가며 전단지를 돌렸는데 효과를 별로 못 봤죠.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본사에서 마케팅을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었고요.”

배달앱에 등록한 지 2주쯤 지났을 때부터 주문이 한두 건씩 늘기 시작했다. 기쁜 마음으로 배달에 나선지 한 달째. 유씨의 치킨집이 ‘우리 동네 맛집’으로 등록됐다.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이 평점을 후하게 매긴 덕분이었다. 단골손님들의 평가를 본 후 주문하는 신규 고객도 늘었다. 요즘은 평일 평균 30~40건, 주말에는 50건 넘게 주문이 들어온다. 유씨는 “처음에는 가게 월세 40만원 내기도 빠듯했는데 이젠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소규모 창업의 경우 일당백을 하다 보니 홍보는 엄두도 못 냈는데 배달앱을 통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모바일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소셜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동기 대비 17.8% 증가하며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3조8830억원으로 무려 124.5% 증가세를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즐기는 ‘엄지족’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쇼핑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율도 34%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창업과 동시에 모바일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중 배달앱은 요식업 창업자들에게 ‘필요악’과 같은 존재다. 홍보에 도움이 되는 반면 높은 수수료율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직도 전단지 돌리세요

업계가 추산하는 배달앱 거래액 규모는 약 1조원 규모다. 전체 음식 배달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전화나 인터넷 대신 모바일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앱마다 구성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위치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주변 음식점을 검색할 수 있고, 주문에서 결제까지 가능하다. 이용 후에는 음식점에 대한 평가를 매길 수 있어 다른 고객들과 공유할 수 있다.

‘배달통’이 2010년 국내 최초로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많은 앱이 탄생했다. 현재는 ‘배달통’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3개 업체가 배달 앱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의 방문자 수는 한달 평균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초기 배달앱 서비스는 음식점 전단지를 앱으로 옮겨놓은 듯한 형태의 광고 플랫폼 서비스였다. 고객이 주변 음식점을 찾을 때 등록된 음식점만 검색되도록 해 매달 고정적인 광고료를 배달앱 업체에 지불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주문과 결제 서비스를 추가해 일종의 소셜커머스 형태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배달앱의 수익모델이 기존 광고수익에서 결제수수료로 옮겨간 것이다. 이용 고객이 지불한 음식값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식이다. 그러나 이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책정돼 자영업자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배달앱 3사의 수수료율은 평균 15%(주문 한 건당 매출 기준) 내외였다. 1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주문 받으면 그중 1500원이 앱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3년째 피자 배달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1)씨는 “식재료와 월세, 인건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이 매출의 10% 정돈데 앱 결제수수료가 10%가 넘으니 부담이 된다”며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순 없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창업 때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하는데 월평균 20만~30만원이 든다”며 “이에 비해 배달앱 광고료는 3만~5만원에 불과해 결제수수료를 더해도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마케팅은 오프라인 광고에 비해 편리하고, 광범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기대 비용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가맹업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요기요’는 10월 1일부터 수수료율을 12.5% 이하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10월에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 11월 들어서는 기존 가맹점까지 모두 수수료율을 12.5%로 맞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존 가맹점 수수료가 12.5% 이하인 경우는 하향 조정했다. 그전까지는 메뉴와 시간대를 고려해 수수료율을 업체 별로 차등 적용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업체 간 과열 경쟁에서 비롯됐다. 업체마다 자사 수수료가 낮다는 점을 앞다퉈 홍보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에 또 다른 업체인 ‘배달통’은 “우리 회사는 업계 최저 수수료(8%대)를 적용해 지난 9월 등록 업체가 20만개를 넘어섰다”며 “낮은 수수료를 책정해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록업체들은 이런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한국배달음식업협회 역시 11월 17일 수수료 없는 자체 배달앱 ‘디톡’을 출시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바쁘다. 이 앱에는 이미 6만8000개 업체가 우선 등록을 마쳤다. 서울 소상공인지원센터 측은 “배달앱 간 경쟁이 심화되며 수수료율 하향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업주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싼 배달앱 수수료율(평균 15%) 논란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모바일 마케팅의 원조 격으로 볼 수 있는 소셜커머스 앱의 인기는 시들하다. 서울 서초동에서 2년째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고준호(가명·37)씨는 창업 초기 소셜커머스에 음식 메뉴를 싼 값으로 올려 홍보 효과를 거뒀다. 메뉴 2개와 음료 등을 세트로 묶어 기존 가격보다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 것이다. 고씨는 가게 홍보를 위해 세 달간만 할인 가격에 팔고, 이후에는 정상가를 받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더 이상 할인 행사를 하지 않으니 ‘비싸졌다’고 인식한 손님들이 발길을 끊더군요. 소셜커머스라는 개념 자체가 최저가 상품을 올려 경쟁하기 때문에 등록 업체가 수익을 내긴 어려워요. 단기적인 홍보를 위해 등록했지만 제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아요.”

실제로 소셜커머스 시장은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소셜커머스 티몬 매출은 2011년 891%, 2012년 149%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50%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점차 하향세를 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저 마진으로 마케팅하는 방식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주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싼 값에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다 보니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좋은 상품을 싼 값에’를 지향하던 소셜커머스 방식이 결국 창업자와 소비자에 모두 손해로 다가온 것이다. 한 창업 전문가는 “모바일 마케팅 방식은 빠르고 효과적인 만큼 역효과 또한 확실하다는 것을 창업자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62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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