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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은 조직폭력단 야마구치구미(山口組)의 분열 이슈로 뜨겁습니다. 야마구치구미는 상납금과 고리대금·도박 등으로 매년 800억 달러(약 94조원) 이상의 돈을 버는 공룡 조직. 이 단단한 조직에 올 초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야마켄구미(山健組) 등 13개 하부 조직이 집행부·간부 회의에 불참하는 등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내비친 겁니다. 수뇌부는 이들을 조직에서 제명했으나, 하부 조직은 이합집산하며 세력을 불려나가더니 급기야 중앙 조직을 포섭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야마구치구미는 100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중앙의 공포 정치에도 심각한 분열이 생긴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마구치구미의 하부 조직들은 오랜 기간 밥벌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지역 상인들의 ‘보호비’가 주요 수입원인데, 내수 부진으로 상권이 붕괴됐고, 상인이 줄면서 덩달아 보호비도 급감했습니다. 일부 지역 조직은 중앙 조직에 올릴 상납금이 부족해 자비를 털기도 했다고 합니다. 중앙 조직은 자스닥 상장 기업과 연예기획사, 부동산 등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음에도, 지역 조직의 상황을 모른척했습니다. ‘경제적 궁핍이 민주화를 부른다’는 경제학 이론이 일본 조폭 세계에도 나타난 겁니다.

야마구치구미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소득의 이중 구조는 일본 경제의 축소판 같습니다. 일본 기업은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20년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 1000억 엔을 기록한 기업이 90개나 나왔습니다. 일본 정부도 소득세율을 3%포인트 올리면서 재정 여력을 확보했습니다. 더불어 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고환율 정책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올 2분기 -0.4%의 경제성장률. 성장의 과실은 정부와 기업이, 마이너스 성장의 폐해는 모두 일본 국민이 뒤집어쓴 겁니다.

한국 경제도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고환율 정책 등 정부의 기업 활성화 대책과 쌓여가는 기업의 사내 유보금, 정부의 증세 정책과 국민의 실질소득 감소, 내수 부진…. 과연 우리 정부, 한국 사회가 경제의 새 패러다임과 부의 형평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1302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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