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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피플 (104)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 할리우드 유리천장 뚫은 최고 몸값의 여배우 

1년 사이 5200만 달러 벌어 ... 탄탄한 연기로 아카데미상 거머쥐어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영화 <헝거게임>에서 캣니스 에버딘 역할을 맡은 배우 제니퍼 로렌스. / 사진:중앙포토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로렌스(25)는 불과 5년 전인 2010년만 해도 주급 3000달러의 무명 배우였다. 하지만 2012년 액션 영화 [헝거게임]으로 50만 달러를 받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는 약과였다. 이듬해인 2013년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에 출연하면서 1000만 달러를 받는 초대형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출연료와 보너스 그리고 영화 흥행 실적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를 포함한 금액이다. 올해 11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 [조이]로는 출연료로만 1500만 달러를 받았다. 여기에 2016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준비가 한창인 [패신저스]는 20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 출연료 1000만 달러 배우가 된 지 불과 3년 만에 이를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시장 논리가 냉정한 할리우드에서는 수요가 있어야 수입이 있는 법이다. 이는 로렌스가 배우로서 최전성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 배우가 액션 영웅으로 등장


▎제니퍼 로렌스.
로렌스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여배우에 뽑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 사이 무려 5200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이로써 할리우드에서 2014/2015년 회계연도에 가장 많은 세전 수입을 올린 할리우드 여자 배우가 됐다. 로렌스는 수입 2위인 스칼렛 요한슨(3550만 달러)보다 1650만 달러가 많은 금액을 자신의 통장에 추가로 입금했다. 지난해 최고 수입 배우였던 샌드라 블록이 올린 5100만 달러의 기록도 넘어섰다.

로렌스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제작되고 있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여성 액션 영웅인 캣니스 에버딘 역할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로렌스는 영화 비즈니스 분야에서 여자 배우의 한계를 말하는 ‘할리우드의 유리천장’을 뚫고 솟아오른 여배우로 평가받는다. 그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이 시리즈는 여성이 핵심 캐릭터로 등장하는 드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통상 여자 배우는 주연이라도 남성 주연이 돋보이게 떠받치거나 보조하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이 작품처럼 여성 주연 배우가 액션 영웅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더욱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로렌스는 페미니스트 미디어 연구에서 중요한 캐릭터로 평가 받는다. 영화 속 액션 영웅을 넘어 앞으로 현실 속 여성운동, 여배우 권리운동의 영웅이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 세계에서 23억 달러의 수입을 올린 이 흥행작이 로렌스의 주요 수입 원천이다. 사실 이 작품은 캣니스 역을 연기하는 로렌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로렌스는 이 같은 성공으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욱 높은 출연료를 받고 있다. 또 영화 수익의 일정 부분도 수익으로 얻는다. 하지만 할리우드 여배우의 수입 배당은 일반적으로 남자 배우보다 낮다. 지난해 말 미국 영화제작사 소니 간부의 e메일이 해킹당해 위키리크스에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로렌스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브래들리 쿠퍼, 크리스천 베일, 제러미 레너 같은 남자 배우들은 통상 수익의 9%를 가져가는 데 비해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 스타인 로렌스나 에이미 애덤스 같은 여자 배우는 7% 정도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보이후드]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패트리샤 아퀘트는 수상 소감에서 “지금은 여성들의 동일 임금과 평등권을 위해 싸울 때”라고 외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개봉한 주요 흥행 영화 100편 중 불과 21편의 작품에서만 여성이 단독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남성과 공동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연구 결과다. 이 100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28.1%만 여성이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여성이 중심을 맡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액션 영화일수록 더욱 그렇다. 실제로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가, [아이언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중심으로 작품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 시리즈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할리우드에서 로렌스가 여배우의 몸값을 계속 올리는 과정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그의 적극적인 역할은 수많은 여성 연기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 소화

로렌스는 돈만 잘 버는 할리우드 배우가 아니다. 연기도 뛰어나다. 이미 수많은 연기상을 수상하면서 이를 스스로 입증했다. 1990년생인 제니퍼 로렌스는 18세 때인 2008년 영화 데뷔작인 [욕망의 대지(Burning Plain)]로 베니스 영화제 신인 연기상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배우 이름을 따서 마스트로 마스트로얀니 상으로 불리는 상이다.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하고 보복의 삶을 살아온 소녀가 세상과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강인한 모습과 인간적인 면을 함께 지닌 역할이다.

2년 뒤인 2010년에는 출연한 독립영화 [윈터스 본(Winter’s Bone)]도 화제작이 됐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로렌스 본인이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러브 드라마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불과 21살 때의 일이다. 이 작품에서 로렌스는 미국 중부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집에서 강제 퇴거될 위기에 처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나선 10대 소녀를 연기했다. 그의 아버지는 마약을 거래하다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낸 뒤 잠적해 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으면 집을 잃을 처지가 된 이야기다. 억척 소녀 역할을 맡아 일품의 내면연기를 보여줬다. 두 영화 모두 모두 독립영화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고향에서 고교까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마치고, 꾸준히 연기수업을 한 뒤, 독립영화에서 자신의 내면연기를 철저히 하면서 실전을 다진 셈이다.

이처럼 무거운 연기를 해야 하는 독립영화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대중적인 영화에서도 얼굴을 알렸다. 2011년 [엑스맨] 시리즈에 이어 2012년부터는 [헝거게임] 시리즈에도 출연해 흥행 배우로도 이름이 높다. 캐릭터 변신의 귀재이기도 하다. [헝거게임] 시리즈에서는 액션 전사역으로, 엑스맨에서는 파란색 돌연변이 역으로 각각 얼굴을 알렸다.

가장 극적인 변신은 2012년 개봉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에서다.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로렌스는 남편의 죽음 뒤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귀여운 티파니 역을 맡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보여준 개성 있는 연기로 골든글로브상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과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불과 23살의 나이에 그야말로 카멜레온 연기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남편을 잃은 뒤 허탈감에 빠져 직장 남성들과 줄줄이 관계를 맺다 해고된 티파니 역할을 맡았다. 뻔뻔하면서도 내숭과는 담을 쌓은 스타일이었다. 그의 연기는 상대방 남자 배우인 브래들리 쿠퍼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쿠퍼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감정이 폭발해 정신병원 신세를 진 팻 역을 맡아 로렌스와 호흡을 맞췄다. 티파니는 팻의 부인에게 팻의 편지를 가져다주며 화해의 사절로 일하는 대가로 함께 댄스대회에 출전하기로 하는데 두 사람은 갈수록 눈을 맞아 간다는 줄거리다.

2014년작 [아메리칸 허슬]에서는 사기꾼의 섹시한 부인인 로잘린 역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흰 드레스와 금발이 눈길을 끌었다. 어떻게 보면 마릴린 몬로 느낌도 나고, 달리 보면 꿍꿍이가 있는 여성 같기도 한 묘한 역할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완벽한 변신이었다. 작품마다 캐릭터는 이렇게 변하지만 언제 어떤 영화에 등장해도 항상 관객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바로 이것이 로렌스의 매력이다. 그가 화면에 등장하면 화면이 꽉 찬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연기와 캐릭터 표현력이 뛰어난 것이다.

로렌스의 뛰어난 연기는 오랜 세월을 두고 준비된 것이다.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그는 어린이 캠프 관리인인 어머니 카렌과 건설 노동자인 아버지 게리 사이에서 미국 중서부인 켄터키 주의 루이스빌에 태어났다. 그가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14살 때다. 어머니를 졸라 뉴욕으로 날아가 자신을 키워줄 소속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정규 학교를 마치는 게 우선이라는 부모의 말을 듣고 고향의 중학교에 진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에 졸업을 하기 위해 로렌스는 학교 공부에 열중했다. 그 결과 4.0 만점에 평균 3.9라는 높은 성적으로 고교를 2년 조기 졸업했다.

고향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어머니가 운영하는 캠프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집안일을 돕기도 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연기의 기초를 다졌다. 로렌스의 연기 경력은 방송으로 시작했다. 2007년 시작된 TBC 시트콤인 빌 엥그발 쇼에 출연한 것이다. 여기서 좋은 연기를 보여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기상도 여럿 받았다.

마침내 2008년 영화 데뷔를 하게 됐다. [가든 파티]라는 작은 영화의 작은 역할이었다. 하지만, 초라한 시작에 절망하지 않고 다시 [포커 하우스]라는 작은 극영화에서 도전했다. 이 영화에서 학대받는 청소년으로 등장했던 로렌스는 사실적인 연기로 로스앤젤레스 영화제의 최우수 연기상을 받게 됐다. 수상이 계기가 돼 그해 비로소 장편 극영화에 데뷔하게 됐다. 바로 [욕망의 대지]에서 샤를리즈 테론과 킴 베이신저라는 대선배 할리우드 여배우와 함께 출연해 이들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 줬다. 오늘날 가장 수입이 많은 할리우드 여배우에 오르게 된 것은 단순히 외모가 아름다워서도 아니고 인맥이 있어서도 아니다. 정규 교육을 받고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것이 큰 몫을 한 것이다. 자녀를 연예계에 보내고 싶은 부모가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다양한 기부로 ‘마음까지 아름다운 배우’

로렌스는 영화 말고도 광고 출연으로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디오르와 계약을 맺고 어딕트 메이크업과 핸드백, 그리고 기성복의 광고 모델을 하고 있다. 연기를 넘어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에서도 인정 받은 것이다. 25세의 나이에 우아함까지 평가받은 셈이다.

로렌스는 기부활동도 열심이다. 특히 식량 원조를 통해 제3세계의 경제·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산하 기구인 월드 푸드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기부하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난민 캠프와 전쟁지역 거주자 약 9000만명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개발도상국에 식수를 공급하는 프로그램인 ‘더 서스트 프로젝트(The Thirst Project)’와 미국 내 4600만명에게 식료품을 제공하는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에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음까지 아름다운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할리우드의 미래를 제대로 보려면 제니퍼 로렌스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제 겨우 25살이지 않은가.

-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1305호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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