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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여유국 한국대표처 신희준 수석대표] 쓰촨성은 중소 여행사의 새로운 활로 

항공·호텔비 낮추고 홍보비 지원 ... 쓰촨→한국 관광객 유치도 힘써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신희준 수석대표. / 사진:박종근 기자
지난해 11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했다. 그는 한국 기업을 향해 “쓰촨성(사천성) 청두 한중창업단지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자”고 제안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닌 서부 내륙 지역에 새로운 경제 중심지를 만든다는 얘기다. 리 총리는 이와 관련 한중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판다 한 쌍(수컷 2마리)을 한국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판다는 쓰촨성에 집단 서식하는 지역 상징물이다. 리 총리 표현을 빌자면 “중국 주권의 일부”일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동물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판다를 해외에 보내는 걸 극도로 꺼렸다. 그래서 올 3월 이뤄질 판다의 한국 이민은 쓰촨성과의 교류를 바라는 중국 정부의 간절한 기대감을 담고 있다.

성 행정 총동원해 관광사업 매진

쓰촨성은 중국의 새로운 정치·경제 동력 중 하나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의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 서부 대개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미 롯데를 비롯한 여러 한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곳이다. 쓰촨성 지방정부는 성 행정을 총동원해 개발사업에 매진 중이다. 그 첫 번째 해외 투자 파트너는 한국, 첫 번째 전략 사업은 한국인의 쓰촨성 관광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통상 관광청을 이용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한다. ‘청’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부 기능은 미미하다. 주로 해외에 자국 관광지를 소개하는 역할에 그친다. 쓰촨성은 다른 방식을 쓴다. 지방정부가 직접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한다. 정부가 이런 역할을 직접 담당하는 건 드문 일이다.

쓰촨성 정부는 여유(관광)국이 관광사업의 걸림돌을 발견하면 해당 부서에 직접 시정을 요구한다. 관광객 이동에 불편이 있다면 교통 관련 부서가, 의료 문제가 발생하면 보건 관련 부서가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쓰촨성은 지방 정부 차원에서 해외 홍보마케팅 거점으로 4곳을 선정해 대표처를 마련했다. 2년 전엔 홍콩·마카오와 프랑스에 사무실을 열었다. 지난해 일본과 한국(10월 29일)에도 대표처를 개설했다. 한국대표처는 중국에서 유학한 뒤 귀국해 관광 협회에 몸담았던 신희준 수석대표가 맡고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 여름, 한국의 유력 매체 언론인과 영화·다큐멘터리 감독, 여행사 사장 등 29명과 쓰촨성을 동행 방문했다. 구채구 등 중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관광지를 가진 쓰촨성이지만 한국인에겐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단 판단에서다.

기자도 이 투어에 동행했다. 삼국지나 각종 무협지에서나 들어봤던 지명을 직접 둘러봤다. 유비를 모신 사당과 아미산, 황제에게 바친 차를 재배했다는 몽정산 황다원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낙산대불 등이 인상에 남았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스토리텔링의 깊이가 다른 매력적인 곳이다. 매운맛의 원조격인 사천요리 역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관광지뿐 아니라 대규모로 조성된 레저타운도 눈여겨볼 만하다.

팸투어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신 대표는 낙산 아미산 국제관광교역전에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했다. 한국과 중국 현지 여행사와의 비즈니스 미팅을 만들어 쓰촨성 여행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최근엔 방송을 활용한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관광 홍보가 잘 먹히는 나라다. [꽃보다 할배]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관광지가 나오면 관광객이 2배 가량 는다. 대만편이 방송된 후 대만행 관광객은 2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었다. 신 대표는 이런 면에 착안해 쓰촨성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SBS 현지 생방송으로 3회에 걸쳐 쓰촨성을 소개했는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신 대표는 대표처를 용산에서 종로로 이전했다. “쓰촨은 중국의 문화·관광의 중심이란 점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한국인과 중국인에게 쓰촨 대표처가 한국의 중심, 종로에 자리하고 있단 의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주요 여행사가 종로에 몰려 있다는 점도 이전 배경이다. 대표처 이전 이후 각종 관광단체와 여행사, 관광 업계 종사자의 사무실 방문이 늘었다. 일반인 방문도 늘어 쓰촨성에 관심을 가진 파워블로거가 여러 차례 사무실을 찾기도 한다.

한국의 중소 여행사에게도 쓰촨성 관광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한국대표처는 쓰촨성 정부를 통해 쓰촨항공 등 기간 교통 업체와 각종 쇼핑센터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한국 관광업은 위기입니다. 대기업 여행사는 잘 되는데 그 대리점이 되는 영세여행사 수 천 곳은 낮은 수수료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5년 전에는 수수료가 10% 수준이었는데, 3년 전엔 7%, 최근엔 3%로 떨어졌습니다. 영세 여행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대표처는 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지원을 준비 중이다. 쓰촨성 관광상품을 만들면 홍보비의 40%를 지원한다. 홍보비를 들였다는 실적증빙만 하면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형태다. 또 쓰촨항공 등과 연계해 항공료를 낮춰주고 주요 호텔도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관광객 당 지원금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쓰촨성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메르스 여파에도 재작년 14만 명에서 지난해 16만 명으로 늘었다.

한국대표처는 한국인의 쓰촨성 방문(아웃바운드)만 주력하지 않는다. 역으로 쓰촨성 주민의 한국 방문(인바운드)도 유도한다. 신 대표는 쓰촨성 여유국에 양방향 관광 진흥을 주장했고, 여유국은 이에 화답했다. 여유국 주도로 중국 현지에서 한국을 알려 한국 관광을 유치하고 있다. 쓰촨성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9만 명에서 지난해 11만 명으로 증가했다. “쓰촨성에는 빌리어네어(재산 10억 달러)가 5만 명이 넘습니다. 해외 관광을 하려는 인구는 700만 명이 넘고요. 이 중 한국을 찾은 사람은 아직 1% 정도에 불과합니다. 관광 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미국-한국-중국-인도 잇는 문화관광 추진

관광업 자체 발전도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과거 관광협회에서 일할 때 만든 서울 호스피탈리티(호텔·공항·리조트·레스토랑·여객운송업·오락·스포츠 산업을 통칭해 고객 감동을 생산하는 서비스업) 아카데미를 한국대표처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교육 프로그램과 회의 공간을 제공해 좀 더 수준 높은 관광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다. 신 대표는 이 사업을 쓰촨성과 함께 진행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양국 관광업자가 모두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 관광업을 키우려는 건 한국을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다. 신 대표는 한국에 광범위하게 들어온 요가를 활용해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인도의 관광 루트를 개발하고, 태권도에 관심을 가진 미국인 관광을 연결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미국-한국-중국-인도를 연결해 문화관광을 완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리커창 총리의 판다 기증에 맞춘 사업도 추진 중이다. 판다가 오는 시점에 맞춰 2월에 ‘한국 판다 팬클럽’을 만들 예정이다. 이미 유럽에는 관련 팬클럽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또 ‘먹방’ 문화에 맞춰 사천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한·중 수교 24년을 기념한 특별기획 3부작으로 매운 맛을 공통점으로 하는 한국과 중국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1321호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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