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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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연금자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금리 환경과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 영향이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방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원금 보장하기에 급급한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자산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여보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소비자가 한층 쉽게 다양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개인연금활성화법을 제정하는 등 운용 합리화에도 무게를 뒀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퇴직연금을 개인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수령할 때까지 소득세 납부를 면제해 주는 내용도 있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으로는 안정적 노후 보장이 어려운 만큼 사적연금의 역할을 어떻게든 강화해 불안감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정부는 2014년 8월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발표 후 줄곧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그만큼 연금을 어떻게 잘 굴리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2월 2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만난 임인수 미래에셋증권 연금사업센터장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연금 자산 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련 시장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센터장은 미래에셋증권의 연금사업을 총괄하는 연금사업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6조원(퇴직연금 4조4000억원, 개인연금 1조6000억원)가량의 연금 자산을 굴리는 업계 1위 사업자다. 수익률도 높다.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의 7년 간 수익률은 상위 10개사 가운데 확정급여(DB)형·확정기여(DC)형에서 1위, 개인형퇴직연금(IRP) 3위를 기록했다.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으로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나.“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퇴직연금에서 DB형보다는 DC형과 IRP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시장 전체 적립금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DB형이 14%, DC형은 21%, IRP는 41% 성장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DC형이 26%, IRP가 124%나 커졌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기업과 대기업이 늘었다. 임금피크제는 DC형 퇴직연금의 수요를 늘린다. DB형은 월급이 늘어날수록 퇴직금이 증가하는 구조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깎이는 상황에서는 DC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명예퇴직자 증가로 IRP 시장도 확대됐다. 기업도 DB형 운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해 유형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인한 변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 운용 수익률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금리 자체가 워낙 낮다. 확정금리도 덩달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실적 배당 상품 시장도 부진했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글로벌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글로벌 경제로 시각을 넓히면 성장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다. 실제로 선진국의 주가는 견조한 편이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해외로 시각을 돌려야 한다. 그런데 국내 연금시장은 여전히 글로벌 자산 배분이 잘 되지 않는다. 다른 자산에 비해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서인 것 같다.”
퇴직연금 운용에 적당한 투자상품은?“지금은 많은 연금자산이 실적배당 펀드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더 다양한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장지수펀드(ETF)도 좋은 대안 중 하나다. 부동산 펀드나 신탁을 통해 다양한 자산을 편입한 중위험·중수익 상품 등이 개발돼야 한다. 전문가가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리밸런싱을 해주는 금융사의 랩어카운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실패 확률도 높지 않고, 연금 운용의 경우 자주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이용하는 고객도 많다. 미래에셋 글로벌 랩어카운트의 경우 고객 1만8000명, 약 5500억원의 연금 자산을 맡고 있다. 전체 DC형·IRP 연금자산의 절반 가량이 랩어카운트를 채택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연령별 퇴직연금 운용 전략은?“보통 100에서 나이를 빼라는 얘기가 있다. 30세라면 연금자산의 70%를 주식으로 운용하라는 얘기다. 젊을 때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나이가 들수록 리스크를 줄이는 형태다. 미래에셋이 운영하는 랩어카운트 라이프사이클투자 서비스의 경우 30대는 주식형, 40대는 혼합형, 50대는 안정형으로 연금 운용을 자동으로 맞춰주고 있다. 단, 젊은 직장인의 경우 운용 수익률보다 높은 임금상승률이 기대되거나 승진 기회가 있을 때는 DB형으로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은퇴가 임박한 이들은 금융회사가 고객이 원하는 연금 지급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연금을 쌓는 기간만큼 지급 받는 기간도 길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면서 필요한 계획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연금을 지급해 줄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퇴직연금제도가 일부 변경됐다. 가입자들이 알아야 할 사항은?“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전세금과 임차보증금도 퇴직연금 중도 인출 요건이 됐다. 그러나 은퇴 후 생활 자금을 고려했을 때는 중도인출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좋다. IRP의 연간 납입 한도는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상향됐다. 바뀐 세제를 활용하면 은퇴 자산 형성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이 저조하거나 연금 운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연금 가입자라면 지난해 도입된 연금저축 이체 간편 제도를 활용해 다른 금융사로 연금을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 밖에 고려해야 할 것은“연금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예금 수준의 수익률로는 은퇴 후를 대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60세에 은퇴해서 매월 200만원을 사용하면서 30년을 생활한다고 치면 7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준비하기 힘든 금액이다. 따라서 연금도 이제 투자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다만, 투자 기간이 짧은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전생애에 걸친 목표를 세워 접근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연금사업의 장기 계획은?“연금사업 각 분야에서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연금전문가의 역할이 목표다. 모바일 시대에 맞게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것도 과제다. 최근 ‘연금관리 앱’을 출시했다. 연금 가입자들에게 필요한 콘텐트를 제공하고 포트폴리오 제안과 실행까지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시행 중인 정액지급·비정액지급·수시지급 외의 다양한 연금지급 솔루션 고도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진다. DB형은 회사가 투자하다 손실을 내도 직원이 퇴직시 미리 계산된 퇴직금을 줘야 한다. 퇴직금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나 손실은 모두 회사가 안게 된다. DC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분기별 또는 매년 정해진 계좌에 넣어주면 개인이 운용해 자금을 불린다. 이 때 개인은 계좌를 튼 금융회사와 논의해 예금·ELS·펀드·국공채 등 분야별로 투자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