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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의 테크&라이프] 현실이 됐지만 준비 못한 온라인 학교 

 

디지털 환경 보완하고 교육방법 고정관념 바꾸는 노력 선행돼야

▎지난 4월 8일 부산진구 양정고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교육의 미래가 갑자기 모두에게 오늘의 현실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들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는 보통 더디게 다가와서 우리를 답답하게 하지만, 앞서 온 미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에서는 연로한 교수님들이 온라인 화상 강의를 준비하느라 쩔쩔맨다. 애쓰긴 했지만, 학생들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턱도 없다.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만족도는 6.8%에 불과했다. 하긴 강의 영상 중간에 카카오톡으로 음란 영상을 받는 장면이 노출되는 판이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나 중·고교의 온라인 수업도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디지털 교육을 자리잡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도 높다. 논의만 무성할 뿐, 정작 변화는 수용하지 않는 교육 현장에 충격 요법을 적용하는 셈이다.

실제로 구글이 만든 교육 서비스 구글 클래스룸은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에 번지면서 순식간에 5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이 앱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과제나 공지를 내고 학생들은 숙제를 제출하고 댓글로 서로 질문하거나 답할 수 있는 교육 지원 서비스다. 2월 말에는 인기 순위 100위 안에도 못드는 평범한 앱이었지만 3월 10일에는 탑 5위에 올랐다.

알리바바의 화상 협업 앱 ‘딩톡’은 코로나19 국면에 맞춰 온라인 강의 등 교육 관련 기능을 넣어 중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이 됐다. 요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앱이 된 ‘줌’은 일본·미국·이탈리아 등의 학교에서 줌 화상회의를 기능 제약 없이 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후 줌의 보안 이슈가 잇달아 터지면서 많은 학교에서 줌 사용을 금지했다.

열악한 환경 탓에 온라인 강의 수료 저조

이렇게 디지털 교육의 경험이 쌓여 향후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강의를 듣고, 온라인 공간에서 토론하고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디지털 교육의 이상에 다가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더구나 요즘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

기술과 만나 교육을 혁신한다는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우리를 매혹해 왔다. 멀리 돌아보면 TV가 등장했을 때 효율적 원격 교육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나왔고 최근에도 전자칠판, 디지털 교과서, 인터넷 강의, 교육용 모바일 앱 등 여러 시도가 붐을 일으켰다. 일부는 정착하고 대부분 사라지곤 했다.

최근 교육의 미래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이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의, 이른바 무크(MOOC)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누구나 언제든 우수한 강의를 듣고, 상호작용하며 학습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교육의 민주화’라는 이상에 세계 유수 대학이 동참했고, 우리나라 대학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MOOC 교육을 제공하는 유다시티, 코세라 같은 기업이 교육의 미래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MOOC 열풍 이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MOOC에 대한 기대는 가라앉았다. 2013년 유다시티 코스에 등록한 학생 중 과정을 끝마치는 학생은 10%에 미치지 못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2012~2018년 사이 MIT와 하버드 대학이 공동 설립한 에드X의 MOOC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7~2018년 수료율은 3.13%에 불과했다. 수료율과 신규 등록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디지털 교육의 이상에 회의가 드는 수치다.

유다시티 MOOC CEO는 “주로 컴퓨터를 사용하기 어렵고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의 수료율이 낮았다”고 말했는데, 사실 여기서 디지털 교육의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초고속 인터넷을 갖춘 학생, 주변의 지원이 있는 학생, 즉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의 학생이 디지털 교육의 수혜자라는 점이다. 위 MIT 연구에 따르면, MOOC 수강생의 3분의 2 이상이 교육 환경이 좋은 선진국 출신이었다.

원격 수업 특성에 맞춘 시스템·교수법 필요

온라인 개학이 눈앞에 닥친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에 컴퓨터가 한 대인데, 자녀는 2명 이상이라면 실시간 수업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이 없거나, 성능이 안 좋아 동영상 스트리밍 강의를 받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방 한 칸에 자녀 2명에 할머니까지 살고 있다면? 학교마다 학생 가정에 스마트 기기가 몇 대나 있는지 조사하고 있지만, 필요한 학생에게 모두 기기를 지원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더구나 온라인 수업에서 교실과 같은 수준의 집중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도 출석 체크나 학생 참여는 가능하지만,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어린 학생이나, 수업 태도를 지도할 어른이 집에 없는 경우라면 수업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스마트 기기를 모든 학생에 지원한다 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이유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저소득층 가정에 컴퓨터를 제공하는 지원 사업이 있었는데, 가정에서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해 도리어 게임과 몰입 등의 문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 격차 문제는 눈앞의 급한 이슈에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인프라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청이나 EBS의 원격 수업 지원 시스템에 로그인 자체가 안 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시범 원격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접속을 못 해 몇 시간씩 아무 것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서버 사용량 예측을 잘못 했거나 최적화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선생님들이 온라인 환경의 특성을 활용해 강의하고 적합한 교수법을 실시하리라는 기대도 아직 이르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현재로선 일방향 강의를 스크린에 옮겨 놓은 형태가 될 것이다. 갑자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라 하니 교사들도 급하게 준비하느라 정신 없을 터다.

온라인 교육은 기존 교실 강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하지만 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낯선 교육 환경에 학생들이 적응하고 동기를 일으킬 접근법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교육의 방법론에 대한 고정 관념을 뒤집어 보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과제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디지털 교육의 혜택은 좋은 환경의 학생들이 먼저 가져갈 것이다. 엘리트 학생들에게 수월성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열악한 환경의 학생들에겐 교육을 통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을 열 것인지 등 현재 교육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모두 디지털 교육에도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과도한 기대나 눈앞의 우왕좌왕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1530호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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