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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영의 팝콘 심리학] 내향적 리더의 장점, 바텀업(Bottom-Up) 혁신 

 

적극적인 직원들 찾아 잠재력 개발 돕고 실천에 주력하면 시너지 커져

▎사진:© gettyimagesbank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그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심대함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공동체와 그 구성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예외 없이 의지하는 대응수단이다. 백신이나 특효약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코로나 대유행을 잠재우기 위해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들의 일상도 바뀌고 있다. 밖에 나가 누군가를 만날 일은 거의 없어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회의도 화상으로 대체되고, 공연이나 파티는 한동안 기대할 수도 없는 시대다.

그런데 이런 환경은 뜻하지 않게 일종의 성격검사 기능도 한다. 요컨대, 지금과 같은 일상을 힘들게 견뎌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는 사람들은 외향적이다. 반면에 지금의 생활방식에 대해서 별 불만이 없는 사람들, 도대체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왜 밖으로 기어나가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먹고 살 걱정이 없다면 집에 들어박혀 지내는 삶에서 그 어떤 어려움이나 불편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향적이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은 이 양극단의 중간 어디쯤에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향적인 사람들은 참 힘들게 살아왔다. 원래부터 세상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소셜네트워크가 확산되고, 누가 더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지를 경쟁하듯 자랑하는 삶이 당연해진 최근 십여 년 동안 기울기는 더욱 심해졌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 있어야 심리적 에너지가 충전되고, 어디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그렇게 충전한 에너지를 방전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술자리와 파티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반면, 그런 회의와 파티가 길어질수록 내향적인 사람들은 지쳐간다. 그들은 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발에 맞지도 않는 신발을 신고 뛰어다니듯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내왔다. 그건 내 탓이었다. 자신이 사회성이 떨어지고,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충분히 사교적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딱 맞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그러니까,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압도하는 현 시국은 바야흐로 내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달고나 라떼’ 만든다고 커피잔을 수백 번씩 휘젓지 않고서는 온몸이 지루함으로 뒤틀려버릴 것 같은 외향적인 사람들 옆에, 시국의 불안함과는 별개로 왜인지 알 수 없는 여유와 편안함에 안도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앉아있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직장은 어떨까? 대부분의 조직 문화 역시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더 잘 맞는다. UC버클리 대학교의 연구결과에서도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채용 장면에서부터 더 유리하다.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남들보다 먼저 말하고, 더 많이 질문하고, 받은 질문에 더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대답을 하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더 쉽게 채용된다. 그들이 단지 남들 앞에서 말하는 일에 익숙하고, 자신감을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뻔뻔한 사람들일 뿐일지라도.

외향적인 사람들은 직장에서 승진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산업 및 조직심리학회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급 임원 중에서 외향적인 사람의 비율은 60%였다. 현장관리자들 중에선 30%에서 36% 정도가 외향적이었고 중간관리직은 41%, 일반 임원은 52% 정도였다. 이런 숫자들은 대부분의 조직이 얼마나 외향적인 사람들을 선호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위의 자료는 최상위 경영진의 40%는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몫임을 보여준다. 학계와 현장에서 인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내향성 최고경영자는 MS의 전 회장 빌게이츠다. 누군가는 그를 ‘책처럼 조용한 사람’ 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그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최근 뜨는 IT 분야 기업에서는 특히 내향적인 리더들이 많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은 단지 내향적인 수준을 넘어 컴퓨터만 아는 괴짜 공돌이 기크(Geek)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팀원들의 자발성에 내향적 리더십 성패 달려

그렇다면 이런 내향적인 사람들이 성공적인 리더가 된 비결은 뭘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프란체스카 지노 교수 연구팀은 한 피자 체인점들을 대상으로 내향적 리더와 외향적 리더의 차이점을 조사했다. 그들은 각각의 피자 지점장의 성격과 그 지점의 매출액, 그리고 각 매장 내의 조직문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외향적 리더는 수동적인 직원들과 함께 일할 때 가장 성과가 좋았다. 이 조합은 전체 매장 평균보다 16% 높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외향적인 리더와 능동적인 직원들의 조합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그런 매장은 평균보다 14%나 매출이 적었다. 물론 가장 매출액이 적은 매장은 내향적 리더와 수동적인 직원들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능동적인 직원들과 내향적 리더가 일하는 매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조사대상 매장들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매출액을 올리는 그룹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가지고 내향적인 리더의 강점을 설명한다.

내향적 리더의 가장 큰 강점은 그들이 직원들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다. 특별히 개방적이거나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다. 일단 내향적 리더들은 외향적인 리더들에 비해 말수가 적다. 당연히 직원들이 리더에게 말할 기회가 늘어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나 말고 누구 다른 사람이 떠들어주는 상황에서 조바심을 내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고맙게 여기고 편안히 받아들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직원들이 내향적인 리더와 함께 일할 때 자기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난다.

이는 내향적 리더의 또 다른 장점과도 이어진다. 내향적 리더들은 자기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누군가 나설 때 조용히 지켜보며 지원하는 쪽을 더 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기 보다는 의욕을 가진 팀원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부추겨주고, 책임은 리더가 대신 진다. 팀은 당연히 그 의욕이 계속 살아나기 쉽다. 위에서 아래로의 개혁보다는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자발적인 혁신을 이루어낼 가능성도 더 높다. 연구자들은 이런 이유로 내향적 리더의 성패는 얼마나 자발적이고 의욕을 가진 팀원들을 구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외향적 리더가 자기 지시를 조용하고 충실하게 이행하는 팀원을 기대하는 반면, 내향적 리더는 의욕을 가진 팀원들을 찾아 그들을 키워줘야 성공한다.

내향적 리더의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조직이든 일상 생활에서든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내가 과연 제대로 결정한 것인지 의심하고 돌이켜보는 일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그런 주저함이 팀원들에게도 전염된다면, 그 팀은 처음의 의욕이나 과감함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내향적인 사람들의 장점은 잃고, 외향성의 장점조차 잃게 되는 셈이다. 능동적인 동료를 찾아 그들의 의욕을 계속 키워주고,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행동에 집중하라. 그것이 내향적인 당신이 성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 필자는 심리학 박사이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석사를, 온라인게임 유저 한일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학오디세이], [팝콘심리학],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 등을 썼고 [심리원리], [시간의 심리학],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등을 번역했다.

1530호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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