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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7인의 경영철학]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실패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워라 

이기준 객원기자

최근 수년간 세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기술 두 가지를 꼽는다면 단연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이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쓰임과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성능이 뛰어난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GPU는 단순 연산을 반복해서 처리하는 데 탁월하다는 장점 덕분에 막대한 연산력을 요구하는 첨단 산업에서 두루 쓰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PU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그저 숫자나 글자, 단순한 색 몇 가지를 화면에 띄우는 것이 전부였던 사무용 기계에 불과했다. 그러나 황은 향후 컴퓨터가 TV 못지않은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진화하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깨달았다. 1993년, 황은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칩셋을 만들기 위해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황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인내력과 자신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솔직함이다. 엔비디아가 초기에 연거푸 실패하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두 가치였다. 황은 “정말 가치 있고 훌륭하다고 믿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설령 그것이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일일지라도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며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서 배우고, 또 실패하고 배우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훌륭한 회사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실패를 거듭했다. 처음 출시한 NV1은 비싼 가격과 부족한 호환성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절치부심하고 두 번째 제품인 NV2 개발에 나섰지만 도중에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개발을 중단했다. 황이 빛을 본 건은 세 번째 시도인 NV3였다.

당시 한창 주목을 받던 3D 그래픽에 특화된 NV3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엔비디아는 단숨에 독보적인 그래픽 장치 업체로 발돋움했다. 엔비디아는 이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첨단산업 부문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황은 실패에서 배우기 위해선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지적인 솔직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적인 솔직함이 없다면 실패를 인내하는 문화를 만들 수 없다. 솔직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 아이디어와 자신의 명성을 동일시한다”며 “결국 잘못된 아이디어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회사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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