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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성공한 한국인 창업가] 천양현 코코네 회장 

‘한국에 이해진·김범수 있다면 일본에 천양현이 있다’ 

도쿄(일본)=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일본 시장에 도전해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인 창업가는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다. 자본금 3500만엔으로 한게임 Japan을 일본 시장에 안착시켰고, NHN Japan을 매출 1000억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이제 그는 코코네를 통해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코코네 사무실에서 만난 천양현 회장은 20년 동안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인 창업가다. 그가 코코네 로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코코네
20년이다. 일본 시장에 도전한 시간이다. 현재는 20년이지만, 이 기간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몇 년 후면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일본에서 지낸 기간이 더 길어진다. 이제야 한국의 후배 창업가들이 일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20년 동안 계속된 그의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일본에서 만난 한국인 창업가’라는 기획은 그가 있어서 가능했다.

획기적 기업문화로 성공 스토리를 쓰다


▎2017년 천양현 회장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미래형 유치원인 인터내셔날 몬테소리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 사진 : 코코네
천양현(53) 코코네(COCONE) 회장을 만났다. IT업계에서 한때 유행했던 ‘한국에 이해진과 김범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천양현이 있다’는 그 천양현이다. 한게임 Japan의 창업가이자 NHN Japan(현 라인)의 회장을 역임한 기업가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초·중·고 동창이자 ‘절친’이다. 1999년 당시 김범수 의장이 한게임을 창업했을 때 천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이런 인연 때문이다.

2000년 그는 직원 6명과 일본으로 건너가 한게임 Japan을 창업했다. 일본 시장에서 첫 도전이다. 초기 자본금 3500만엔으로 시작한 무모한 도전,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한 때도 있었다. 유료화로 반전에 성공했다. 일본 진출 3년 만에 회원 10만 명을 모았다. 2004년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한 후 설립된 NHN Japan도 그의 몫이 됐다. 2008년 100억 엔(약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홀연히 NHN Japan을 ‘졸업’(천 회장은 NHN Japan을 떠난 것을 졸업이라고 표현한다)했다. 그해 9월 제2의 창업에 도전해 코코네를 설립했다.

코코네는 독특한 기업이다. 창업가는 한국인이지만, 코코네를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일본 사용자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일본 사용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 천 회장은 일본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천 회장은 “코코네를 창업할 때 고민했던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기업문화였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의 기업 운영 철학은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본사 사무 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코코네 본사는 일본 도쿄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롯폰기에 있는 ‘롯폰기 그랜드 타워’에 있다. 2016년 3월에 완공된 지상 43층, 지하 2층 규모의 신축 빌딩이다. 이 빌딩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놀라는 것이 90인승 엘리베이터 4대다. 엘리베이터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42층으로 가면 코코네 사무실이 있다. 3373㎡(약 1022평) 규모의 42층 전체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빌딩 4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사무실 어느 곳에서도 도쿄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사무실 한쪽에 임직원을 위한 피트니스 센터가 있고, 또 다른 곳에 식당까지 마련되어 있다. 코코네 임직원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사무실 안에 마련한 시설들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코코네 정직원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셰프는 임직원의 식습관이나 알레르기 등을 조사해 맞춤형 식사를 제공한다. 소고기 요리가 나오는 날 일부 직원은 닭고기 요리를 받는 식이다. 피트니스 센터는 일과 중이라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아침마다 전 직원이 함께 명상과 요가를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전체 임직원은 300여 명. 식당과 피트니스 센터, 그 외에 사무실에 필요한 회의실과 책장, 휴식 공간, 디자인 전시 공간, 임직원 사무 공간 등이 있어도 공간이 남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쾌적한 사무 환경을 자랑한다.

업무 공간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천 회장은 “우리 구성원들의 건강은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대료가 궁금했다. 1년에 60억원 정도라고 한다. 천 회장은 “회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업무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사무실 환경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천 회장의 경영 방식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모든 것을 공개한다’이다. 인사 평가 제도가 대표적이다. 천 회장은 그 특징을 “임직원의 연봉과 승진 여부를 각자가 제안한다”고 말했다. 인사권을 회사가 아닌 현장에 돌려주는 것이다. 연봉과 승진은 천 회장이 아닌 인사위원회가 결정한다. 다양한 직급과 분야의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 연봉과 승진, 임직원의 평가 자료를 검토하고 결정한다. 위원회 결정으로 한때 모든 임직원의 연봉을 공개한 적도 있다. “동료와 비교되는 게 싫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는 직급에 따른 대략적인 연봉 액수만 공개한다. 임원이나 팀장 등 리더를 팀원이 평가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그 평가 내용은 당사자에게 전달된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임원의 연봉과 활동비 내역, 코코네의 미래 계획 등 외부로 나가면 안 되는 민감한 정보도 모든 구성원에게 공개된다.

코코네 구성원도 천 회장의 경영 방식을 신뢰한다. 코코네가 제공한 지난해 직원 설문 조사를 보면 인사 평가 제도에 대한 만족도 질문에 ‘만족한다’, ‘매우 만족한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81%였다. 2017년 만족도 조사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67%였다. ‘인사 평가 제도가 투명한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76%가 나왔다. 지난해 닛케이 신문이 한 리서치 회사와 함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인사 평가에 관한 의식 조사’ 결과 ‘만족한다’ 등 긍정적인 대답은 23%에 불과했다. 천 회장은 “우리는 임직원 평가가 이뤄지는 기간을 ‘감동하는 기간’, ‘성장하는 기간’이라고 부른다”면서 “이 시기에 모든 구성원이 자신과 동료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서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인사 평가 제도 만족도 80% 넘어


▎매일 아침 코코네 임직원들은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 사진 : 코코네
“이런 제도는 전체 임직원이 300여 명 정도 되니까 가능한 것 아닌가. 큰 기업에서는 하기 힘들 것 같다”고 지적하자 “아니다.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중간에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렵고, 코코네처럼 기업 초기부터 해야 이런 열린 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만일 대기업에서도 이런 제도를 운영하려면 오너가 권한을 버리고 경영진도 회사의 일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일본 기업에서도 찾기 힘든 임직원 위주의 기업문화는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Great Place To Work(GPTW) 기관에서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일본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 2019(100명 이상 1000명 미만 중기업 부문)’ 순위에서 코코네는 27위를 차지했다. 2018년 31위에서 네 계단 상승한 것. 천 회장은 “코코네는 디자이너 중심의 회사인데, 디자이너 사이에서 들어오고 싶은 기업으로 꼽힌다”면서 “코코네의 이직률은 상당히 낮다. 구성원들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인정을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소통하지 않아 생기는 오해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작아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코코네의 사업 모델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과 교육이 대표적이다. 초창기에는 천 회장의 관심사였던 어학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천 회장은 “창업 후 3년 동안 일본에서 모아놓은 돈과 보유하고 있던 네이버 주식을 모두 소진할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그때는 이러다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라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때 네이버 주식을 팔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2000억원 정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코코네를 본궤도에 올린 것은 ‘CCP(Character Coordinating Play) 사업이다. 캐릭터를 꾸미면서 즐기는 서비스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포케코로(2011년 론칭)’, ‘디즈니 마이 리틀 돌(2015년)’, ‘센실(2017년)’, ‘에덴뽀이요(2018년)’ 등이다. 코코네의 성장 동력이 된 포케코로는 귀여운 옷과 방 꾸미기를 즐길 수 있는 아바타 앱이다. 일본 사용자들의 성향을 잘 포착한 서비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주얼 스토리 앱 ‘The COLOR of STORIES’, 인테리어 코디네이트 앱 ‘roomage’ 등을 론칭했다. 사용자들이 게임과 스토리 앱 등에서 이용하는 아바타, CCP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코코네 앱 가입자는 1500만 명, 월간 실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코코네는 도쿄 본사 외에 교토와 센다이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서울에는 글로벌 오피스 역할을 하는 코코네 사무소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코네 전체 임직원은 420여 명이다. 구체적인 매출액은 밝히지 않지만, 올해 매출 예상액은 1000억원 정도라고. 사회공헌을 위한 교육사업으로 2017년에는 유치원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일본 사용자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구성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문화가 일본 시장에 뿌리내린 원동력이다. 그는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싶은 후배 창업가들에게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천 회장은 한국에서도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0년 4월 코코네코리아 법인을 설립했고, 2016년 해체했다. 천 회장은 “언론에서 한국 사업을 다 접은 것처럼 보도해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며 웃었다. “법인이라는 메리트가 별로 없어서 해체했지만 서울 사무소는 계속 운영하고 있고 인력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코코네코리아가 완전 해체됐다는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 사무소에는 1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올해 한국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데이팅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한국이나 중국에 그대로 선보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코코네 서울 사무소 외에도 서울 안국동에는 천 회장이 설립한 벤처캐피털인 ‘AG Investment(안국 인베스트먼트)’가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스타트업이 양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천양현 회장은 코코네를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성공 스토리도 함께 쓰고 있다. 일본 진출을 꿈꾸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천 회장은 “후배 창업가가 한국에서 창업하면 시장은 인구 5000만명에 불과하지만 가까운 일본에 진출하면 고객은 훨씬 늘어난다. 일본과 한국의 교류는 창업가들에게 훨씬 좋은 경영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1905호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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