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숙박업계에서 떠오르는 다크호스로 꼽히는 곳이 민박 온·오프라인 관리 스타트업 H2O 호스피탈리티다. 한국인 창업가 이웅희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한 지 2년 만에 일본 시장을 두드려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을 인수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이웅희 대표가 얼마 전 계약한 일본부동산연구회의 멤버인 일본 기업가의 대저택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도쿄 오하나자야 지역에 있는 330㎡(약 1000평) 규모의 대저택으로 12개 민박으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1박 이용료가 100만원이나 하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사진 : H2O 호스피탈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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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모리시타 현장에 오면 우리 사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꼭 오세요.(웃음)”지난 2월 말 일본 도쿄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이웅희(32) H2O 호스피탈리티(이하 H2O) 대표는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튿날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탄 후 모리시타 역에 내렸다. 저 멀리 도쿄 스카이트리가 보이지만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보이는 조용한 동네였다. 약속 장소까지 10여 분 정도 걸은 후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5층 건물을 발견했다. 눈에 띄는 것은 건물에 설치된 ‘H2O Stay’라는 간판이다. 일본 진출 2년 만에 H2O 브랜드를 내걸고 민박 운영을 시작한다는 신호탄이다. 현장에서 다시 만난 이 대표는 “여기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3월에는 오사카에도 H2O 브랜드를 내건 민박을 오픈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도쿄 모리시타 점은 지난 3월 오픈 후 4월 현재까지 매일 만실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 대표는 “2017년 1월 일본에 진출해 이제까지 H2O라는 이름을 관련 업계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이제는 H2O 브랜드를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다”며 “H2O가 운영하는 민박을 이용하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우스케어·호스포 인수로 빠르게 뿌리내려
▎이웅희 대표가 ‘H2O Stay’라는 브랜드를 처음으로 사용한 도쿄 모리시타 민박집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최영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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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일본 정부가 신민박법을 시행한 후 민박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지자체에 신청만 하면 영업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신민박법은 관리와 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 허가를 받은 전문 운영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일본 정부가 이렇게 나선 데는 일본 관광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숙박 시설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18년에 이미 연 350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면 4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관광객이 너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숙박 시설 공급은 이를 따라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H2O는 일본 숙박시장 변화의 파도를 제대로 탔다. 이 대표는 일본 도전기에 대해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은 천운이다”라고 단언했다. 해외 기업이 뚫기 어렵다는 일본 시장에 한국 스타트업이 어떻게 빠르게 안착했을까? 그는 “H2O는 현지인들이 일본 기업으로 인식할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호스피탈리티 2.0’, 즉 2세대 숙박 시설 관리를 뜻하는 H2O는 일본 민박을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쉽게 말해 민박의 청소와 관리, 예약 등 민박 운영의 모든 것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이 대표가 일본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2017년 1월 청소 용역 파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스타트업 ‘하우스케어’를 인수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11월에는 온라인 숙박관리 업체인 ‘호스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온·오프라인 숙박 관리의 모든 것을 갖추게 됐다.일본 스타트업 두 곳을 연이어 인수한 이 대표 역시 한국에서 창업한 지 2년도 안 된 창업가였다.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후 모건스탠리 홍콩 GCM 부장, 자비스 액셀러레이터 투자이사를 역임한 후 2015년 4월 원라이프원테크놀로지(현 H2O)를 창업했다. 호텔 경영에 관심이 많은 그가 처음 택한 것은 숙박 관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였다. 같은 해 7월 청소 용역 파견 서비스 ‘와홈’을 론칭하면서 숙박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투자도 받으면서 성장했지만, 원래 목표였던 숙박 운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답답함을 느끼던 그에게 한 투자자는 “일본에서 스타트업 이벤트가 열리니 한번 가봐라”라는 제안을 했다. 이 대표는 “그 행사에서 만난 이가 개발자 출신의 하우스케어 창업가였고,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우스케어 인수를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박업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하우스키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던진 카드였다.문제는 한국에 있는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 투자자들은 이 대표의 말에 “너 일본어 할 줄 알아?”,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걱정했다.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던 것은 일본 숙박 시장의 급성장이다. 이 대표는 “비록 일본어는 못하지만 일본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해보니 환경이 너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민박 운영에서 가장 기본인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잡고 있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그의 말대로 하우스케어를 인수한 이후 일본의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손을 잡자는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노동력이 부족한 일본 사회에서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몸값이 높았던 것. 여기에 IT 기술을 접목해 하우스키퍼 한 명이 민박 여러 곳을 관리할 수 있게 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그는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덕분에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와홈의 경험이 정말 중요했다”고 덧붙였다.H2O가 집중하는 객실 규모는 관광객 4~8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보통 일본 도쿄에서 이런 방을 이용하려면 하루에 50만원 이상을 줘야 하지만, H2O가 운영하는 민박 이용료는 반값 수준이다. 가동률이 다른 곳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이 대표는 무모해 보일 정도로 빠르게 결단하고 움직였다. 신생 스타트업이 또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한 사례도 드물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현재 이 대표는 일본으로 거주지를 옮긴 상황이다. 일본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 본사는 개발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고, 와홈은 B2B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와홈은 성장 중이다”며 웃었다.H2O가 운영하는 숙박 시설은 지난 3월 현재 일본 6개 대도시, 1600여 개 실이다. 올해 말이면 3000여 개실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해 매출은 1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H2O는 두 가지 사업 모델이 있는데 ‘마스터리스 운영’과 ‘위탁 운영’이다”면서 “마스터리스 운영은 H2O가 건물을 임차해 민박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건물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고, 위탁 운영은 민박 운영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H2O 브랜드를 직접 내거는 것은 마스터리스 운영을 하는 곳으로 올해 말 250여 실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스터리스 운영을 하는 곳이 2000실 정도가 되면 동남아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H2O의 성과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그가 손잡은 일본의 부동산 관련 클라이언트를 보면 놀라게 된다. 일본 최대 온라인 커머스 기업 라쿠텐 자회사 라쿠텐라이플 스테이와 숙박 시설에 대한 독점 운영을 계약했고, 일본 최대 부동산 기업 세키스이하우스 자회사 세키와는 오사카 지역에 보유한 숙박 시설 운영을 H2O에 맡겼다.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사 PIM은 도쿄 지역의 민박 위탁 운영을 H2O와 계약했다. 심지어 인터넷 사이트도 없는 비밀스러운(?) 일본 유력 경제인들의 커뮤니티인 일본부동산연구회와도 민박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지난 3월 말에는 일본 최대 셰어하우스 기업 GG하우스와 독점 계약을 맺었고, 부동산 개발사 메트로레지던스와도 도쿄 숙박 시설 위탁 운영 계약을 맺었다.“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일본은 외국인에 대한 배척이 심하고, 이너서클 안에 들어가는 게 너무 어렵다”면서 “다만 일본 시장에 안착하기만 하면 성장하는 것은 쉽기 때문에 매력적인 곳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