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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알고케어 대표-영양제 시장 향한 임팩트 있는 혁신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58) 

노유선 기자
서울대 법대와 로스쿨을 나온 수재에게도 난제가 있었다. 소비자의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하는 일이다. 법조인에서 창업가로 거듭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아이디어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아이디어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AI 기반 영양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기술력과 실효성, 심미성을 모두 갖춘 제품·서비스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영양제 시장은 규모에 비해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헬스디깅(health digging)’,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얼리케어(early care)’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부상한 건강관리 트렌드다. ▶건강 정보를 깊이 파고들어 자신만의 건강관리법을 찾는 ‘헬스 디깅’ ▶스스로 건강을 챙기면서 건강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셀프 메디케이션’ ▶젊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얼리케어’ 등은 일맥상통한다.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의 수요도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약 139조원이던 전 세계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171조5500억원으로, 약 23% 성장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건강식품협회(이하 건기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은 2019년 4조8900억원에서 2023년 6조1500억원으로 약 27% 확대됐다.

관련 업체 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서 건기식 유통·판매업체가 2019년 8만7300곳에서 2022년 12만6300곳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건기식 유통·판매업체는 크게 일반판매업체와 유통전문판매업체로 나뉘는데, 2022년 일반판매업체(12만1200개) 비중이 유통전문 판매업체(5100개) 비중에 비해 약 2.7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관리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건기식 일반판매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추세다.

하지만 흙 속에서 진주를 찾기는 어려운 법이다. 수많은 건기식 업체 중에서 소비자는 어떤 곳을 택해야 할지 난감하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진흙탕 속에서 진주처럼 빛나는 스타트업을 찾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23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건강기능식품에 소개될 정도로 낭중지추라 할 수 있다. 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 알고케어(Algocare)는 AI를 활용해 맞춤 영양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고케어는 사용자가 몸 상태를 기기에 입력하면 기존에 저장된 건강 데이터를 토대로 AI가 맞춤형 건기식을 배합해 제공하는 솔루션 나스(NaaS, Nutrition as a Service)를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알고케어가 마련한 제품·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다. 헬스케어 AI ‘마이알고’와 영양관리 가전 ‘뉴트리션 엔진’, 초소형 영양제 ‘뉴트리션 보틀’, 헬스케어앱 ‘알고케어’ 등이다. 알고케어는 이 기술로 CES(국제 가전·정보기술박람회)에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연속 네 차례 혁신상을 받았다.

알고케어를 이끄는 정지원(40) 대표는 의사도, 약사도, 연구원도 아닌 변호사 출신 창업가다. 서울대 법대와 동대 로스쿨에서 공부한 그는 4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창업에 도전했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중구에 있는 알고케어 사무실에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정 대표가 만났다. 정 대표는 창업 계기와 아이디어 착안 배경, 중단기 목표 등을 들려줬다.

매일 다른 컨디션에 필요한 영양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창업가 정신과 조직관리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박차고 나왔다.

변호사 생활이 몸에 굉장히 무리를 줬다. 영양제를 구입하려고 보니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 너무 많더라. 일단 적당한 것을 골라 사두긴 했지만 문제는 유통기한이었다. 잘 챙겨 먹지 못하니까 유통기한이 지난 영양제가 한 더미였다. ‘내가 이런 것 하나 관리를 못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없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영양제 복용 관리 서비스는 미비했다.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 같아서 창업을 결심했다.

알고케어 솔루션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인간의 컨디션은 일정하지 않다. 날마다 다르다. 알고케어 솔루션은 매일 몸 상태에 맞게 영양제를 조합해서 컵 한 잔에 제공한다. 마치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과 같다. 알고케어 인공지능 ‘마이알고’는 건강 데이터(사용자의 건강검진 결과, 약 처방 내역, 진료내역 등)와 건강 프로필(키, 몸무게, 알레르기 등), 생활습관, 매일 사용자가 입력하는 몸 상태(감기, 눈 건조, 음주량, 우울 정도 등)를 종합 분석해 영양제를 조합한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날마다 다른 맞춤형 영양제를 먹을 수 있다.

어떤 영양제를 제공하나.

30여 가지 영양 성분이 담긴 9종(비타민B, 비타민C, 비타민D, 아연미네랄8, 마그네슘, 오메가3, 밀크씨슬, 홍경천테아닌, 유산균)이 마련돼 있다. 크기는 지름 4㎜ 이하로 초소형이다. 이렇게 소분해야 체내 흡수율이 높다. 그리고 사용자마다 건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컵에 제공되는 영양제 종류나 양이 다르다. 예를 들어 뉴트리션 엔진이 내게 비타민C 5알을 줄 때 다른 사람에겐 7알을 제공하는 식이다. 또 영양제 유통기한과 섭취량, 잔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양제가 담긴 뉴트리션 보틀에 메모리칩이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제습과 밀폐 기능을 갖춰 영양제 품질에도 문제가 없다.

사용자의 효용과 회사의 비전이 궁금하다.

사용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고 이에 맞춰서 케어할 수 있다. 사명 알고케어가 ‘알고’와 ‘케어’를 합친 말이다. 알고케어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에게 그동안 어떤 영양제를 복용해왔는지 물어봤더니 대부분 ‘모르겠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했다. 영양제 복용 이력을 모르는 것이다. 알고케어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영양 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하길 바란다. 회사의 비전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가장 가까운, 가장 실용적인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더 나은 일상을 영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최종 목표는 누구나 헬스케어 AI의 도움으로 스스로 건강을 쉽고 편리하게 관리하는 시대를 여는 것이다.

이왕 혁신할 거라면 임팩트 있게

알고케어는 기술력과 심미성을 모두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다. CES에서 4년 연속 혁신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알고케어는 2022년 ‘스마트 홈’과 ‘홈 어플라이언스(가정용 전자기기)’ 등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거머쥐었으며 올해는 ‘푸드·애그테크’ 부문에서 수상했다. 뉴트리션 보틀의 세련된 외관도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2022년 미국 국제디자인어워드(IDA, International Design Award)에서 동상을 받는 등 그해 알고케어는 상복(賞福)이 터졌다.

첫 창업은 아니다.

2018년 블록체인 바람이 불 때 첫 창업을 시도했다. 블록체인 기반 개인 주식 대차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다. 창립 멤버였지만 임팩트 있는 혁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혁신이 임팩트 있는 혁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막연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는 제한적일 텐데 AI는 시간을 아껴주고 에너지를 늘려줄 수 있겠구나.’ 그런데 영양제 시장을 들여다보니 당시 시장은 규모에 비해 혁신성이 상당히 부족했다. 고민 끝에 ‘AI 기반 영양제 관리 솔루션’이라는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AI를 활용한다면 사람들의 영양 관리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재는 B2B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사무실에서 맞춤 영양제를 먹을 수 있는 ‘알고케어 앳 워크(Algocare at Work)’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의 일환이다. 최근 들어 임직원의 영양 관리를 돕는 등 ‘건강 복지’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었다. 임직원의 건강을 관리하면 업무 효율성과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스퀘어, 포스코이앤씨, 동국제강그룹 등 60여 개 기업이 알고케어 앳 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도 준비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 구독형 서비스인 ‘알고케어 앳 홈’을 론칭할 예정이다. 뉴트리션 엔진을 간소화하고 영양 성분을 다양화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건강하게 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영양제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법조인 출신으로서 창업에 어려움은 없었나.

소비자의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여전히 어렵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했어도 실제 사업 아이템으로 구현하는 경우는 20%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크게 공감한다. 특히 서비스 업종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치를 느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기능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가 어림짐작으로 필요한 기능이라 판단했던 것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불필요할 수도 있다. 좋아할 것 같은 아이디어와 실질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는 완전히 다르다.

법조인과 창업자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두 직업의 역할은 확연하게 다르다. 변호사는 전문 지식을 갖고 고객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데 창업자는 고객의 니즈와 이야기를 다방면으로 파악해 그에 맞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는 창업자로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사용자 인터뷰에서 많은 피드백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고케어는 피드백을 매우 중요시한다. 여기에는 사용자의 피드백과 직원들의 피드백이 모두 포함된다.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적혀 있듯이, 솔직하게 피드백하고 역으로 피드백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회의록 맨 하단에 피드백 시간을 기재하는 등 피드백을 제도화해, 이번 회의가 우리 인재상에 맞게 흘러갔는지, 이번 회의에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논한다.

새롭게 개발 중인 서비스가 있다면.

영양제 제안·추천 서비스가 진정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고케어 조사 결과 사람들은 영양제를 추천받는다고 해서 기존 습관을 바꿀 만큼 임팩트를 느끼지 못한다. 알고케어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실제로 자신에게 딱 맞는 영양제를 먹는다고 느낄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은 건강 상태에 이상 신호가 발생할 경우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건강 유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건강 상태를 사전에 파악해 발병에 대비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누적된 사용자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기 사용 패턴과 행동 양상, 우울감 정도를 파악해 패턴 변화를 분석해낼 수 있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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