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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즈윅 스픽 대표 

미국인이 만들고 한국인이 열광하는 영어 스피킹 앱 

신윤애 기자
코너 즈윅 스픽 대표는 미국 위스콘신주 시골 마을에서 프로그래밍을 독학하며 자랐다. 스무 살 나이에 교육용 앱 ‘플래시카드’를 엑시트하고 젊은 창업가 대열에 오른 즈윅 대표는 이제 지구 반대편 나라 한국에서 영어교육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코너 즈윅 스픽 대표는 한국의 포화된 영어 교육 시장에서 오히려 새로운 솔루션의 니즈를 엿보았다. 미국인인 그가 낯선 나라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 사진:스픽이지랩스
“한국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였고, 그곳에서 수 년간 비즈니스를 할 것이란 상상은 더욱이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코너 즈윅 스픽 대표가 말했다. 그런 그가 낯선 나라 한국에서 5년째 영어 스피킹 앱 ‘스픽’을 운영하고 있다. 스픽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영어 회화를 훈련해주는 앱이다. 즈윅 대표가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그룹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초기 버전을 만들었다. 그는 “론칭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던 중 영어교육에 누구보다 진심인 한국을 발견했고 이 매력적인 나라에서 스픽을 오픈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19년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스픽은 이제 막 발을 뗀 단계지만 최근 2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 중이다. 스픽을 운영하는 스픽이지랩스코리아는 출시 1년 만인 2020년 100만 누적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2023년에는 400만, 올해 1월엔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즈윅은 마크 저커버그 같은 미국의 성공한 창업가에게서 볼 법한 성장 스토리와 이력을 소유한 능력자다. 중학생 때 독학으로 터득한 수준급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하버드대 1학년 재학 중에 두뇌 교육용 앱 ‘플래시카드’를 개발했다. 플래시카드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미국의 교육 카테고리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능과 인지도를 인정받았고 사업성도 뛰어났다. 이후 학업을 병행하느냐 마느냐 선택의 기로에 선 즈윅은 사업을 택했고, 1학년 말 하버드를 자퇴했다. 이후 플래시카드 운영을 이어가던 그는 미국의 대형 교육회사에 앱을 매각하며 첫 창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이후 쉬지 않고 와이콤비네이터에 참여한 그는 AI 공부에 매진하며 스픽의 초기 버전을 만들었고, 이를 발전시키며 제2의 도전을 시작했다.

스픽은 한국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꼽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앱이 미국에서 출발한 사례는 많았지만, 반대의 사례는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즈윅 대표는 “미국에는 뉴욕에서 살아남으면 어디서든 잘된다는 말이 있지만 VC들 사이에는 한국에서 잘되면 어디서든 성공한다는 말도 있다”면서 “직접 조사해본 한국의 교육 시장은 트렌디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았기 때문에 여기서 성공하면 어디서든 잘되겠단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차리고 한국 지사를 마련해 한국을 메인 마켓으로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영어는 모국어와 함께 교육을 시작할 정도로 관심이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유아동부터 성인까지 영어교육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오래전부터 틈새 없는 레드오션으로 여겨졌다. 매력적이지만 치열한 이 시장에서 스픽은 어떻게 (영어 공부에 도가 튼)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스픽 유저들은 서비스의 장점으로 ‘비대면’ 방식과 ‘꼼꼼한 피드백’을 꼽는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고 수업이 끝나면 그동안 사용한 표현들의 오류와 개선점 등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가 AI라는 점에서 부끄럼 없이 마음껏 이야기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자신감과 실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보다 나은 AI선생님’, ‘영어, 틀려야 트인다’는 스픽의 콘셉트가 유저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즈윅 대표에게 스픽의 기술, 전략,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스픽은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나.

지난 6월, 한국을 기준으로 5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국인의 6%가 우리 유저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얻은 성과는 B2C 유저뿐 아니라 B2B 유저가 대거 유입됐다는 점이다. 한국의 10대 대기업 중 8개 기업이 직원 교육용으로 B2B 서비스인 ‘Speak for Business’를 사용한다. 롯데칠성, 정부국무조정실을 비롯해 다국적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몇 달 동안 한국의 다양한 산업에서 200개 넘는 고객사를 유치했다. 고객사의 말에 따르면 5분 내에 수강 인원이 모두 찰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어떤 AI 기술을 담았나.

스픽은 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다. 우리의 특장점은 AI 기술과 교습법이다. 앱에 활용한 AI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가 직접 만든 모델과 기존 모델을 레이어로 쌓아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든 모델이다. 우리만의 모델은, 음성인식과 음소단위의 발음 인식을 활용해 유저가 어떤 말을 하는지 정확히 듣고 최적의 피드백을 주는 기술이다. 이 외에는 이미 상용화된 모델들이 오류 없이 함께 작동될 수 있도록 작업했다.

한국의 영어교육 시장은 포화 상태인데, 그럼에도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 외에 다른 마켓을 평가했었다. 그런데 한국만큼 영어에 열정적이고 기회가 많은 나라는 찾지 못했다. 시장조사 차원에서 한국의 스터디 카페를 가보고 영어학원을 견학했다. 교육열이 높고 교육 프로세스가 전문적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서울의 길거리에 영어학원 빌딩이 많았다는 점이다. 영어학원으로 빌딩을 세울 만큼 영어 공부에 열정적이고 엄청난 규모의 학습 시장을 만들었단 뜻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여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원한다는 신호로 보였다. 뜨거운 교육열이 아니어도 한국은 다방면에서 아시아와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직접 경험한 한국 유저들은 어떤가.

한국 유저들은 정말 열정적이다. 서비스 이용 후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이 피드백을 반영하기만 해도 다른 나라들보다 빠른 속도로 프로덕트를 개선할 수 있다. 덕분에 5년 동안 프로덕트와 전략이 많이 개선됐다.

어떻게 개선했나.

사례가 많지만 두 가지를 소개하겠다. 우선 지하철 모드를 새롭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더라. 우리는 영어 회화 솔루션이어서 소리 내어 말하는 게 중요한데, 대중교통에서는 소리를 낼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때 활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모드를 개발했다. 스픽은 유저가 발화를 해야만 수업이 진행되는데, 지하철 모드를 켜면 발화를 하지 않아도 수업이 진행된다. 두 번째는 타깃을 다양화했다. 한국에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아이와 놀아주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 사용하면 좋은 엄마표 영어(맘스 잉글리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이 커리큘럼은 다른 나라에서도 반응이 좋다.

다른 국가에서도 스픽을 론칭했나.


▎스픽의 커리큘럼 일부.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영어 말하기를 실습할 수 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은 한국에서 배운 레슨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재는 12개 언어 사용자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구성했다. 40개 국가에서 스픽을 사용할 수 있다. 일본과 중화권 마켓의 성장이 빠른 편이고 베트남, 유럽과 같은 신생 마켓에서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들려온다.

국가마다 교습법이 다르다. 현지화 작업은 어떻게 하나.

우선 비즈니스를 세 개 층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가장 밑단에는 제품 경험, 즉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부분은 어느 마켓이나 동일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 단은 콘텐트다. 모국어가 무엇인지에 따라 영어를 배울 때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 문법이나 어순 등 그 나라의 언어 특성에 따라 유저들이 겪는 어려움이 다르다.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 부분을 해결해주는 작업을 한다. 가장 위층은 마케팅이다. 마켓에 어떤 유저들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파악한 뒤 스픽의 서비스를 잘 설명해야 한다. 어찌 보면 현지화가 가장 잘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스픽의 서울팀도 절반 이상이 마케팅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마다 유저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한국은 전 국민이 굉장히 다른 이유로 영어 공부에 매진한다. 반면 일본은 주로 비즈니스를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 같다. 그만큼 꾸준히 성실하게 학습하는 편이다. 아시아권과 달리 유럽 국가에서는 영어 공부가 취미에 가깝다. 이런 마켓에선 유저가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게 중요하다.

레드오션에서 사업하기가 어렵지는 않나.

지금 당장은 레드오션으로 보이는 시장도 기술이 발전하면 다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솔루션보다 10배 나은 솔루션을 만들면, 이미 포화상태로 보이는 시장도 성장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직접 만났던 유저 중 80대에 스픽을 알게 돼 영어를 처음 배운다는 사람이 있었다. 기존의 솔루션, 학습법으로는 시도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스픽으로는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때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블루오션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스픽은 비용, 시간, 편의성 면에서 굉장히 효율적이다.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부끄럽고 어색한 일이기 때문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생기고. 이런 점에 착안해 올해 한국에서 ‘틀려야 트인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이효리씨와 함께 마케팅을 진행했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완벽한 어휘와 문장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모국어 배우듯이 그냥 내뱉는 경험, 그것을 도와주는 솔루션이 스픽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덕분인지 당시 유입 유저가 많이 늘어났다. 이 외에도 ‘메소드’라는 교습법이 우리의 특장점이다. 전문적인 커리큘럼으로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이 있는데, 이 커리큘럼을 나에게 맞게 계속 최적화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미 짜여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파악해서 학습 경험을 개인화하고 최적화한다. 특히 스픽은 어떤 서비스보다 가장 많은 발화를 해볼 수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우리의 특장점이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믿는다.

교습법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메소드는 교육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나 철학, 기술을 총망라한 교습법이다. 중요한 포인트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가르치는 것이다. 학문적인 영어보다는 실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영어를 가르친다. 두 번째는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에 대한 것이다. 문법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실제 사용되는 표현의 패턴을 가르치고 반복하게 한다. 패턴이 내재화되면 문법적인 오류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입에서 바로 그 패턴이 튀어나오게 된다. 이를 위해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상황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설계해 해당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도록 훈련한다. 메소드를 설계하는 이는 각계의 다양한 교육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언어교육학 박사, 테솔 박사, 강남 모처 학원의 스타강사 등이 투입돼 뼈대를 만들었다. 보통 언어교육학 실험실이라고 하면 20명 정도의 사람을 모아두고 추적 관찰을 하는데, 우리에겐 이미 수백 명의 유저 베이스가 있다. 이들에게 실제로 교수법을 테스트하고 어떤 방식이 가장 잘 맞는지 파악해 적용한다. 매우 과학적인 모델이라고 자부한다.

오픈AI의 수장 샘 올트먼과의 인연도 궁금하다.

샘과는 10여 년 전 와이컴비네이터에서 파트너로 처음 만났다. 샘이 오픈AI를 구상하던 시기에 나 또한 AI에 관심이 생겨 샘에게서 여러 조언을 받았다. 이후에도 오픈AI와 스픽은 기술적인 협업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오픈AI가 위스퍼라는 발화인식 모델을 공식 출시하기 전에 스픽에서 적용해 테스트한 적이 있다. GPT-4 모델과 관련한 작업에서도 긴밀하게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또 오픈AI는 스픽의 초기·후속 투자에 참여해 스픽의 성장을 지지해준다.

앱의 개발·운영·엑시트 과정에서 어떤 경험과 교훈을 얻었나.

많은 것을 배웠다. 시장 적합성이라는 개념을 직접 경험했는데, 이 경험이 스픽을 운영하며 인내심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회사를 다시 매각하고 싶지는 않다. 회사를 운영하는 일을 사랑하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스픽에 매진하고 싶다.

스픽의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Speak for Business(B2B 사업)가 우리의 미래에 중요한 부분이다. 고용주들이 직원들을 훈련하고 특정 수준의 영어 소통 능력을 인증하는 궁극적인 도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 자연스럽게 수요가 일어난다. 이 외에도 우리는 언어 학습 방법을 완전히 재창조할 수 있다는 데서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 분야에 집중해 시장을 계속 넓혀나갈 계획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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