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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메타버스 + AI 시대의 빛과 그림자 

지난 1월 7일부터 5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AI와 메타버스의 미래를 엿보고 왔다. 메타버스와 AI를 환하게 비추던 미디어의 조명이 조금 사그라들고 회의론도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글로벌기업들은 미래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있을까? 그중 우리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기술은 무엇이며, 그 기술이 도입되면 미래의 삶과 일터는 어떤 식으로 진화할까?

▎지난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관람객들이 칼리버스가 선보인 실감형 메타버스 경험을 통해 다양한 K팝 아티스트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 사진:안선주
2024년 한 해 동안 ‘잇템’이었던 AI가 CES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기술력이었다. 물론, 생성형 AI의 기술력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회사들마다 자사 제품에 AI 기술을 반영하면서 발생한 흥미로운 현상 덕분에 AI를 응용하는 분야와 AI를 도입한 제품군의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해졌다. 그중 가장 많이 본 제품군은 중국의 TCL, LAWK 등 글라스 형태의 혼합현실 헤드셋이다. CES에서 본 거의 대부분의 헤드셋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하거나 SNS 라이브 방영, 실시간 통역이나 운동량 측정 등을 제공한다.

그들은 이미 수년 전에 얘기했던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불현듯 떠올랐다. AI 기술이 점차 좋아지고 이 정보처리 속도를 감당해줄 칩도 발전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결국 우리는 들고 다니는 컴퓨터(핸드폰)에서 웨어러블 컴퓨터(글라스 형태의 헤드셋), 궁극적으로는 생체인식을 통해 휴머노이드처럼 기술과 신체가 하나가 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AI의 작업 생산성과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터치스크린에서 사람이 직접 입력해야 했던 많은 것이 음성인식을 통해 핸즈프리로 이미 진화하기 시작했고, CES에서 선보인 다양한 AI 기술도 사람이 현재 즐기고 있는 실내외 활동에 끊김 없이 AI와 메타버스형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데 중점을 둔 듯했다.

가령, 야외 사이클링을 즐기는 중에 검색, 통화, 동영상·사진 촬영을 하거나 심박수와 사이클링 거리 등을 측정하고 싶다면 로크(LAWK)사에서 제공하는 글라스를 끼고 음성으로 AI에게 지시를 내려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잠시 멈춰 핸드폰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 식이다. 여행 중에 구글 통역기를 쓰려고 핸드폰과 씨름하지 않고 AI가 탑재된 이어버드스를 끼고 실시간 통역을 들을 수도 있다. 간혹 공연이나 경치를 감상하러 와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값진 경험을 놓칠 때가 있는데, AI가 탑재된 글라스 기술이 발전하면 유저는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면서도 중요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기기에서 핸즈프리 웨어러블 스마트기기로의 전환점이 가까워진 듯하다.

AI 측정과 진단을 통한 통합건강관리

또 주목할 만한 AI의 활용 영역은 헬스케어 부문이다. 과거에는 AI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올해의 AI 헬스케어 기술은 당장이라도 임상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실용성을 보여주어 인상 깊었다. 가령 아이봇(Eyebot)은 AI 기술을 활용해 시력을 90초 만에 측정하고 시력 교정이 필요한 상태인지,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려준다. 만약 시력 교정이 필요하다면 20~30달러를 지불하고 원격진료를 통해 검안 전문의가 AI의 진단을 검토한 후 안경이나 렌즈에 필요한 처방전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예약, 대기 후에 병원으로 이동하여 검안 전문의와 만나야지만 받을 수 있었던 안경과 렌즈 처방전을 안경점에 당일 방문하여 예약 없이 수분 내에 받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의료기기로 잘 알려진 어보트(Abbott)사의 링고(혈당 측정 웨어러블), 핀란드 오우라 헬스(Oura Health)의 오우라 반지(운동량, 수면, 심박수 등을 측정)같은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외에 분 단위로 미세하게 기록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서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행동 지침을 권유하는 앱으로 이루어진 패키지들이 돋보였다. 의사의 진단도 아닌 AI의 피드백이 왜 중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기존의 의료기기들은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면 AI가 탑재된 미래형 의료기기들은 일상 속에서 정확한 데이터 추적과 관찰을 통해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건강을 유지하고 예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평균수명이 늘면서 근래에는 장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에이지테크(AgeTech)가 CES 2025 전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고, 의료서비스에 의존하기보다 유저에게 실시간 측정과 정확한 데이터분석을 통해 주도적으로 본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예방을 위한 데이터 측정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계속될 수 있다. 스트레스에 상시 시달리는 현대인의 삶에서 수면 건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용자의 체온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취침 중에도 유동적으로 수면 환경을 편안하게 바꿔주는 스마트 매트리스와 AI가 탑재된 수면 측정 로봇 등이 대거 소개되었다. 이렇게 밤낮으로 측정된 데이터를 통해 대부분의 회사는 유저의 디지털트윈을 제작해 데이터 시각화를 돕는다. 수치와 그래프만으로는 건강 상태를 이해하기 힘든데, 이제는 앱에서 디지털트윈으로 수면 상태, 혈압, 심박수, 혈당 등이 유저의 신체와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게 된다.

한국 기업인 페르소나 AI(Persona AI)가 선보인 기술은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도 디바이스 내에서 오프라인 AI 구현이 가능한 서비스다. 더욱 빠르고 정교해진 LLM 모델링을 통해 AI 에이전트들도 이제는 각자의 개성을 담은 캐릭터(페르소나)로 발전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인수한 칼리버스(Caliverse), 웅진씽크빅의 북스토리 등도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AI는 메타버스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용자 및 콘텐트 부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일 듯싶다. 칼리버스는 AI를 활용해 로블록스나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 같은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들보다 훨씬 더 실감 나는 메타버스 공간을 표현해냈고, 이런 공간에서 이제 곧 AI 에이전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웅진씽크빅은 AI를 이용해 디바이스가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 등 어린이들이 원하는 목소리와 언어로 책을 읽어주는 북스토리를 선보였다. 여기에 다양한 페르소나 AI를 얹히면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독서 토론도 이루어질 수 있다.

‘메타버스=헤드셋’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헤드셋은 메타버스로 진입하는 부분만 도울 뿐, 생성형 AI, LLM, 웨어러블, 바이오헬스케어, 전자상거래 등의 기술로 사회 전반의 분야가 가상현실로 녹아들어야 메타버스가 우리 일상생활을 확장해주고 비로소 유용해질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완성형 메타버스로 가는 과도기에 있으며, 아직 많은 것이 유동적이고 빠른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한 순간이다.

10년 전인 2014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의 배경이 2025년이다. 영화가 개봉하고 정확히 10년 뒤 우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됐다. 이제 기술개발과 발맞춰 일반 유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경제적·사회적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2502호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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