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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이 만난 혁신 리더(30) 박상화 푸드트래블 대표 

바퀴 달린 캠페인 플랫폼 

장진원 기자
부산에서 창업한 푸드트래블은 국내에서 유일한 푸드트럭 전문 기업이다. 지역축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푸드트럭을 기업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캠페인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푸드트럭 하나만 파온 박상화 대표의 열정이 그 바탕이다.

▎박상화 대표가 창업한 푸드트래블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푸드트럭을 홍보·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B2B 비즈니스를 선보였다.
푸드트럭은 한때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철폐의 상징이었다. ‘창조경제’를 주창한 박근혜 정부 시절 이야기다. 2014년 3월, 당시 대통령 주재로 열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선 자동차관리법, 식품위생법 등이 푸드트럭 창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구호였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 중 ‘푸’를 보여주기에 푸드트럭만큼 제격인 게 없다고 판단했을 터다.

그해 8월 정부는 푸드트럭 합법화에 나섰다(이전까지 모든 푸드트럭은 불법이었다). 푸드트럭을 전국에 2000대 이상 창업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하지만 불과 3년여 뒤, 등록한 푸드트럭의 30% 정도만 영업하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푸드트럭을 일일이 관리하기가 어려웠고, 기존 상권과의 갈등도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푸드트럭 활성화라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은 한국 시장에는 맞지 않는 탁상공론의 전형이었다. 집 앞에만 나가도 식당이 즐비한데, 굳이 푸드트럭을 찾을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그러니 지역축제 같은 행사장에서만 푸드트럭을 볼 수 있었다.

푸드트럭이 더는 한국 시장에는 맞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던 시절,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한 청년이 푸드트럭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푸드트럭을 소재로 한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본 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취업하고, 푸드트럭을 공부하려고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까지 떠났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푸드트래블’을 창업한 박상화 대표의 이야기다. 현재 푸드트래블은 국내 100대 대기업을 고객사로 둔, 국내 유일 B2B 푸드트럭 스타트업이다. 스스로를 “푸드트럭에 미쳐 있다”고 소개하는 박 대표를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 만났다.

푸드트럭이라는 아이템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요리와 여행을 좋아했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도 좋아해서 대학 때는 동아리회장, 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취업보다는 창업을 꿈꿨는데, 마침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고 푸드트럭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푸드트럭을 사업화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산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취업했다. 제일 밑바닥부터 경험해보고 싶었다. 1년간 주방 막내로 일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하루 종일 재료 준비하고 피자 만드는 일이 정말 행복했다. 사업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국내에선 푸드트럭이라는 업종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지 않았나.

그랬다. 벤치마킹이라도 할 기회가 전무했다. 푸드트럭의 본고장을 찾아야만 했다. 레스토랑을 그만둔 후 2016년 유럽으로 가 석 달간 푸드트럭만 찾아다녔다. 16개 나라를 돌면서 유럽 사람들이 생각하는 푸드트럭의 이유, 목적, 아이템, 가치 등을 배웠다. 한국에선 그때까지 순대차나 뻥튀기차, 떡볶이차가 대부분이었고 그나마도 다 불법이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푸드트럭이 하나의 문화였고, 트럭 하나하나가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가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트럭 한 대를 운영하는 사장님과 기업화는 엄연히 다르지 않나.

맞다. 유럽에서 푸드트럭의 가치를 확인했다면 사업화가 무엇인지 배우려고 또 다른 본토인 미국으로 향했다. 유럽에선 사업에 대한 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을 돌며 푸드트럭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열정, 신념, 문화를 배워나갔다. 노점상이 아니라 레스토랑 오너 셰프라는 자부심이 넘쳤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푸드트럭 기업이 한국계 대표가 창업해 유명한 ‘유타컵밥’이다. 푸드트럭 사업화를 배우기 위해 유타컵밥에 취업해 6개월간 일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건 언제인가.

2017년 돌아와 구태균 부대표와 함께 푸드트래블을 창업했다. 둘이서 ‘벨기에 감자튀김’ 트럭 한 대를 만들어 전국 행사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장사는 잘됐나? 벨기에 감자튀김이란 아이템도 신선하다.

너무 잘됐다. 그전에는 없었던 독특한 트럭에 메뉴까지 특이하니 찾는 분이 많았다.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푸드트래블이 전하고자 하는 건 맛있는 음식을 넘어 문화와 가치다. 음식을 통해서 지역과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나처럼 훨씬 큰 꿈을 꾸게 하자는 비전이다. 우리가 만든 벨기에 감자튀김을 먹은 사람이 ‘벨기에에 가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고 싶었다. 창업은 2017년에, 트럭으로 영업을 시작한 건 2018년 들어서였다.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4000만원을 마련했다.

푸드트럭으로 직접 영업하는 게 애초 사업화 계획은 아니었잖나.

맞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배운 후에는 푸드트럭 에이전시 역할로 사업 방향을 정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푸드트럭이 영업할 만한 곳은 지역축제 정도가 유일했다. ‘이 행사에 트럭 10대를 보내달라’면 그에 맞춰 푸드트럭을 모집하고 보내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한순간에 모든 게 멈춰버렸다.

밖으로 나가서 즐길 사람 자체가 사라졌겠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푸드트럭이 영업할 지역축제가 모조리 문을 닫아버렸다. 전국 트럭 중 80%가 개점휴업 상태였다. 트럭이 없으니 회사 수입도 사라졌다. 임직원 월급도 챙겨주지 못할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그쯤 되면 사업을 접어야 했던 것 아닌가.

어려운 시기였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해외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운 푸드트럭의 가치와 가능성만큼은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졌을 때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컸다. 그때 눈에 띈 게 팬들이 연예인들에게 선물한 커피차였다. 반년 넘게 손가락을 빨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연예인 커피차에서 대체 어떤 걸 찾았나.


▎최영찬 대표(왼쪽)와 박상화 대표가 푸드트래블 본사에서 만나 포즈를 취했다.
팬들이 보낸 커피차는 단순한 푸드트럭이 아니었다. 그들의 마음과 진심을 담아 보낸 선물이었다. 푸드트럭을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 나아가 특정 기업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우리를 찾는 고객을 지역축제가 아니라 기업으로 확장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B2B 사업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했다.

사업 방향 전환이 효과가 있었나.

처음 B2B에 나선 2020년 8월에는 한 달에 한 건이 고작이었다. 현재 푸드트래블 시스템 내에 전국 250대의 푸드트럭 개인사업자가 활동 중인데, 지난 8월에만 420대가 출동했다. 처음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블로그에 소개 글을 올리고 닥치는 대로 뛰어다녀도 처음엔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 2021년 포스코의 의뢰가 기폭제가 됐다. 포스코는 해마다 협력사 임원들을 초대해 행사를 치렀는데, 팬데믹으로 모든 게 취소됐다. 한자리에 모여 잔치를 벌일 수 없으니, 대신 푸드트럭을 보내주자는 기획이 사내에서 채택됐고, 이런 사업을 하는 곳은 푸드트래블밖에 없었다. 우리 직원들 모두가 허덕일 때였는데, 2억7000만원에 사업을 수주한 게 정말 가뭄 끝에 내린 단비였다. 우리로서도 이 정도 대규모 수주는 처음이었는데 무조건 “예, 할 수 있습니다!” 했다.

무엇이든 첫 삽이 중요한 거 아닌가.

맞다. 포스코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바이럴 홍보에 나섰다. 그러자 여러 기업에서 하나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창사 30주년 기념으로 전국 임직원 5만 명에게 푸드트럭을 제공했다. 현재 국내 100대 기업 대부분이 우리의 고객사다. 최근에는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 캠페인에도 푸드트럭이 활용되는 추세다. 감사하게도 영업 대부분이 인바운드로 이뤄지고 있다. 푸드트럭 매칭 시스템을 우리처럼 정교하게 운영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내 이벤트가 주요 영업 대상인가.

그렇다. 본사가 있는 부울경 지역은 특히 제조 대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에 많게는 2만 명을 한꺼번에 먹여야 한다. 우리 시스템 안에서 푸드트럭 모집과 결제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처음 푸드트럭으로 창업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우리의 비전은 가치와 문화의 전파였다. 기업이 사내 이벤트로 임직원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푸드트럭을 캠페인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F&B 대기업을 비롯해 신생 로컬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푸드트럭을 고객과 최접점에서 만나는 홍보·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콘셉트다.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인 일리(ILLY)와 함께한 협업이 대표적이다. F&B 대기업 중에는 자체 브랜드 홍보를 위한 푸드트럭을 마련한 후, 운용과 서비스를 우리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이러이러한 콘셉트로 모빌리티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온다. 푸드트럭이 바퀴 달린 캠페인 플랫폼으로 진화한 셈이다.

푸드트래블이 전국의 푸드트럭 개인사업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 이해하면 되나.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아직까지는 매칭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전국 250대의 개인사업자들이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회사가 자체 운영하는 트럭도 8대가 있다. 푸드트럭도 저마다 조리 실력과 영업 마인드 등에 차이가 있다. 푸드트래블은 자체적으로 등급제를 운영해 평가하고, 최적의 매칭으로 현장에 투입한다.

수익구조는 어떤지 궁금하다. 푸드트럭 사업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인가.

푸드트럭이 필요한 고객사가 인원과 장소, 예산, 콘셉트 등을 의뢰하면 우리가 내부 시스템에서 푸드트럭 사업자들을 모집한다. 기업이 지불한 전체 금액의 80~85%를 트럭을 운용한 개인사업자들이 가져간다. 대략 전체 금액의 15% 정도가 우리 몫이다. 이 밖에 행사 기획, 부대시설 운용이나 이벤트 등도 수익원이다. 간혹 푸드트럭 이용 비용이 너무 클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1대당 최소 주문 금액이 80만원이다. 8000원짜리 메뉴 100명분 정도다. 수백만원씩 들지 않는다. 주문도 이벤트 3~4일 전에만 연락하면 가능하다. 최근에는 아버지 퇴직 기념, 졸업 기념 등 개인의 라이프 이벤트로도 확대되고 있다.

생각보다 가격이 낮아서 놀랐다. 80만원이면 개인 이벤트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

그렇다. 최근 우리도 B2B를 넘어 B2C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졸업, 퇴임, 결혼 등 라이프 이벤트로 고객군을 다양화하는 중이다. 기존 B2B 고객사의 임직원을 비롯해 군부대, 아파트 단지 등 B2G까지 확장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돌며 푸드트럭 문화와 사업을 체험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없나.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해외시장 진출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다. 컵밥 하나로 연 매출 600억원을 올리는 송정훈 유타컵밥 대표도 “어떤 아이템이라도 훨씬 큰 시장이 있는데, 왜 좁은 한국에서만 하려 하느냐”고 조언했다. 유타컵밥이 매년 미국에서 ‘밥심’이라는 대규모 이벤트를 여는데 여기에 1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한다. 내로라하는 한국의 F&B 기업들도 자사 상품을 푸드트럭에 싣고 참여한다. 우리는 한국의 훌륭한 로컬 브랜드를 발굴해서 해외로 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국내에서 먼저 코어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고객 경험과 사업에 대한 신뢰를 다진 후, 최대한 빨리 미국에 나가 두들겨 맞고 싶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모든 게 완벽히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 특히 푸드트럭은 생각이나 계획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마침 K-푸드 열기가 전 세계에서 대단하다는 걸 직접 느끼고 있다.

경쟁사는 없나. 진입장벽이 낮지는 않나.

시장 선점의 의미가 큰 사업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우리와 같은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다. 더욱이 B2B는 레퍼런스와 신뢰 관계가 생명이기 때문에 한 번 거래를 트면 잘 바꾸지 않는다.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네트워크도 푸드트래블만의 강점이다. 최근 KLM 네덜란드항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대학교 안에서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의뢰를 받았다. 우리가 가진 총학생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쳤다. 한 게임회사에선 ‘과금 유저의 핵심인 30~50대 남성 7000명에게 서비스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우리가 가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앱 설치와 회원가입’을 조건으로 행사를 열어 성공리에 마쳤다. 내로라하는 이벤트·광고 대행사 등과도 공동 마케팅을 협업 중이다.

푸드트래블의 성장 로드맵이 궁금하다.

단순히 길거리에서 즐기는 음식을 넘어 푸드트럭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이벤트로 만들고 싶다. 오는 12월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푸드존 전체를 우리가 운영하기로 했다. 부산 영도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푸드 크리에이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벤트도 추진 중이다. 텍사스 바비큐 축제처럼 부산에서 시작해 수천 대 글로벌 푸드트럭이 모이는 페스티벌을 꿈꾼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말한 대로 B2B에서 B2C와 B2G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F&B 플랫폼은 백화점과 몰뿐이었다. 하지만 백화점이 F&B의 마지막 무덤이라는 업계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음식을 내놓고 즐길 만한 플랫폼이 적다는 뜻이다. 푸드트럭을 젊고 힙한 문화의 성지로,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의 발판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인구 소멸에 대응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

※ 최영찬 - 선박과 플랜트 분야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보공업의 차세대 경영인이다. 제조업체들이 스타트업 및 투자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고 미래 사업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기업 연합형 CVC인 라이트하우스를 창업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컴퍼니빌딩 프로젝트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을 공동경영 형태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창업한 2개 법인과 별도로 3개 프로젝트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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