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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민·홍주영 라포랩스 각자대표-4050 여성 패션에 꽂힌 30대 청년들 

 

노유선 기자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인 최희민, 홍주영씨는 3전 4기 만에 창업에 성공했다. 2020년 이들은 ‘라포랩스’의 문을 열고 4050 여성 패션 쇼핑앱 ‘퀸잇’을 선보였다. 매출 성장세는 꺾임이 없었다. 국내에서 4050 여성 패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30대 청년들을 만났다.

▎라포랩스를 이끄는 최희민(좌)·홍주영 각자대표는 지난 2020년 4050 여성을 위한 쇼핑앱 ‘퀸잇’을 론칭했다.
지난여름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모(46·여성)씨는 자신에게 적합한 ‘화이트셔츠’를 찾느라 고군분투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화이트셔츠는 원단은 좋아도 통기성이 약했다. SPA 브랜드 옷은 내의가 비쳤고 이커머스 상품은 저렴해서 그런지 원단이 흐물거렸다. 또 디자이너 브랜드의 화이트셔츠는 타이트해서 몸매가 드러나 부담스러웠다. 발품을 팔던 김씨는 모바일로 화이트셔츠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4050세대 여성을 위한 의류만 모아둔 애플리케이션(앱) 퀸잇(Queenit)을 발견했고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화이트셔츠 구매에 성공했다.

퀸잇은 론칭 첫해인 2020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기록했다. 올 9월 말에는 누적 다운로드 640만 건을 돌파했다. 매출 성장세도 꾸준하다. 2021년 10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185억원, 2023년 412억원으로 연평균 50%가량 늘었다. 퀸잇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라포랩스(Rapport Labs)는 2020년 5월 설립돼 그해 9월 퀸잇을 선보였다. 지난 10월 14일 4050 여성의 패션 니즈를 콕 짚어내는 해결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에 있는 라포랩스 사무실을 찾았다.

최희민·홍주영(35) 라포랩스 각자대표는 동갑내기 청년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인 두 사람은 세 차례 창업에 실패한 끝에 라포랩스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비즈니스·영업 쪽을, 홍 대표는 제품·기술 개발 분야를 맡는 등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하지만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대해서 두 사람은 한목소리를 냈다. 최 대표는 “4050 여성의 패션 니즈를 가장 잘 파악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회사 규모가 커져도 이 방향성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대표도 “‘4050 여성이 옷을 더 잘 사고 더 예쁘게 입게 하자’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거들었다.

두 30대 청년은 4050 여성 패션에 진심이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라포랩스 직원 대다수가 2030세대라는 점이었다. 최 대표는 “직원 140여 명의 평균 연령은 32세”라며 “4050 여성의 패션 니즈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이유”라고 토로했다. 홍 대표도 “스타일 팀과 브랜딩 그룹에 4050 여직원이 있지만 4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4050 여성의 패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2030세대 140여 명이 한 배에 탄 배경을 두 대표에게 물었다.

길거리 인터뷰도 서슴지 않아

퀸잇 앱의 메인 컬러는 보라색이다. 홍 대표는 “보라색이 가진 함의가 ‘고급스러움’이지 않나”라며 “4050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려고 보라색을 택했다”고 말했다. 퀸잇의 캐치프레이즈 역시 ‘4050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프리미엄 쇼핑앱’이다. 또 사명 라포랩스에 대해서 홍 대표는 “심리학에서 ‘라포르’는 서로 마음이 통하고 어떤 일이라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뜻한다”며 “고객과의 라포르, 그리고 사내 구성원 간의 라포르를 지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왜 30대 청년이 4050 여성 패션에 꽂혔나.

최희민(이하 최): 창업을 준비할 때는 4050 여성 패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405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이들을 위한 모바일 서비스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비스 카테고리는 금융이나 보험, 패션, 푸드, 의료 등 다양하지 않나. 여러 분야 중에서 무엇을 택할지 고민한 결과, 여성의 패션 니즈가 가장 충족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홍주영(이하 홍):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4050세대가 되면 자녀 교육에서 서서히 손을 뗀다. 시간적으로 가장 여유로울 때다. 또 인생 여정에서 소득 수준이 정점에 오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여유까지 생긴 것이다. 이제는 4050 여성이 자신의 패션 욕망에 집중할 수 있다. 이들에게도 더 예뻐지고, 멋있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업아이템을 확정했다.

4050 여성의 패션 니즈를 어떻게 파악하나.

최: 사업 기획 단계일 땐 길거리나 카페에서 4050 여성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30분만 시간을 내주면 참여 비용을 드렸다. 네이버 카페와 당근에 인터뷰이 모집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도 유저 인터뷰를 매우 중요시한다. 유저 설문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마다 유저와 대면 인터뷰를 한다. 이를 담당하는 팀을 따로 구성했다.

홍: 또 4050 여성 패션만 리서치하는 조직도 꾸렸다. 패션 잡지 에디터 출신도 있고 스타일리스트 출신도 있다. 창업 초반 맨땅에 헤딩했을 때와 비교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4050 여성의 쇼핑 특징은 무엇인가.

홍: 4050세대는 예전 같지 않다. 이들은 매우 젊고 인터넷·모바일 사용에 친숙하다. 앱 UX·UI(사용자 경험과 환경)를 2030세대와 다르게 만들 이유가 없다. 두 세대 간 차이점은 쇼핑 연륜 정도다. 4050 여성은 오랜 기간 구매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쇼핑 성공·실패 데이터가 상당히 쌓여 있다. 이에 따라 자신만의 패션 취향과 호불호가 확고하다. 검색 랭킹이나 인기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화이트셔츠’ 사례와 같은 경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나.

최: 라포랩스에서는 MD(상품기획자) 한 사람이 셀러(입점 판매사) 50곳을 담당한다. MD들은 모든 셀러에게 전화해 ‘이런 원단과 이런 스타일을 가진 화이트셔츠’가 있는지 문의한다. 그러면 각 셀러는 요청 사항에 부합하는 화이트셔츠 사진을 라포랩스에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수집한다.

마땅한 상품이 없을 경우 대처하는 방법은.

최: 최근 PB(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청바지 프로젝트 ‘컴백 진(Comeback Jean)’을 진행했다. 현재 4050 여성이 과거 20~30대였을 때 청바지 붐이 일었다. 리바이스나 트루릴리젼 등 청바지 브랜드가 유행을 선도했다. 하지만 이제 40~50대가 된 여성들이 그때 그 시절 청바지를 다시 입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밑위가 짧고 밴딩이 없어 입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라포랩스가 분석한 결과, 4050 여성은 스키니 핏과 심한 부츠컷보다는 일자핏이나 살짝 부츠컷이 가미된 청바지를 선호한다.

홍: 컴백 진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상품 95%가 소진됐으니 거의 완판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 프로젝트로 4050 여성이 원하는 패션 스타일이 상당히 뚜렷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들이 원하는 상품을 잘 찾거나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퀸잇 시즌 2의 시작이다. 새롭게 시작한 PB팀은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청바지 외에 원피스와 슬랙스 등을 PB 제품으로 내놨다.

최: 최근 라포랩스의 화두는 ‘4050 여성이 좋아할 만한 겨울용 롱스커트는 무엇인가’이다. 20대는 롱스커트를 거의 입지 않고, 30대는 몸매 라인이 살짝 드러나는 디자인을 선호한다. 하지만 4050세대는 라인이 드러나는 걸 질색한다. 그래서 라포랩스는 허리 라인 쪽에 살짝 타이트한 핏감을 주고 아래로는 나풀나풀하게 떨어지는 스타일을 구상하고 있다. 이때도 그냥 나풀거리면 안 된다. 자칫하면 몸뻬 바지처럼 뚱뚱해보일 수 있다. 4050 여성이 원하는 수준으로 나풀거리는 스타일이어야만 한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다.

‘잡지’ 같은 쇼핑앱으로 진화

퀸잇은 론칭 4년 만에 MAU(월간활성이용자수) 200만 명을 돌파했고 입점 브랜드도 1500여 개로 늘었다. 라포랩스에 따르면 퀸잇의 ARPPU(구매 고객당 평균 결제 금액·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는 동종업계 평균의 3.5배 수준이다. 상품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 패션뿐 아니라 뷰티, 가방, 신발, 주얼리, 언더웨어 등으로 상품군의 폭을 넓혔다. 홍 대표는 “1020세대보다 4050세대 의류의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객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퀸잇이 가격이 아닌 품질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별·소개하기 때문에 MAU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퀸잇 광고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최: 입소문 효과도 있었지만 타깃층에만 홍보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택했다. 또 단순한 쇼핑앱이 아니라 프리미엄 쇼핑앱이란 인상을 주고자 했다. 4050 여성이 즐겨찾는 SNS(소셜미디어)는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 스토리 등이 대표적인데, 이곳 메인 배너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반면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나 카페에는 홍보글을 올리지 않았다.

홍: 네이버 지식쇼핑에도 퀸잇 상품을 노출하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상품 가격을 비교하거나 최저가 상품을 찾을 때 퀸잇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 것이다.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퀸잇에 유입되는 것보다 고객이 쇼핑 첫 단계부터 퀸잇 앱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고객이 퀸잇에 친숙해지도록 앱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전념하고 있다.

지속 성장해온 비결이 있다면.

최: 첫째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앞서 우리는 창업에 세 번 실패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 만들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번에 창업을 준비할 때는 시장이 큰 분야에서 유저가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둘째는 경쟁사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다수가 투자금을 유치하면 경쟁사보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투자금을 빠르게 소진해버린다. ‘경쟁사가 시도하는 것은 우리도 한다’는 식의 의사 결정은 잘못된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문을 닫는 것이다. 하지만 라포랩스는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만 생각한다. 그리고 라포랩스에게 고객이란 4050 여성과 입점 셀러들이다.

명품이나 푸드 등 카테고리를 더 확대할 계획인가.

홍: 현재 명품과 푸드(건강기능식품)도 판매하지만 크게 확대할 계획은 없다. 아니,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향후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4050 여성 패션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당분간 라포랩스는 오직 여성 패션에만 집중할 것이다.

최: 회사 규모가 커져도 ‘4050 여성이 옷을 더 이쁘게 입는 데 도움을 주자’는 비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회사의 방향성을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라포랩스는 언제나 4050 여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스타일별로 최적의 상품을 구축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중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최: 그동안 퀸잇은 최적의 상품을 모으는 데 집중해왔다. 2단계 목표는 ‘잡지에 가까운 쇼핑앱’으로 성장하는 것이고, 3단계는 ‘개인 맞춤형 AI(인공지능) 쇼핑앱’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잡지 같은 쇼핑앱이란 상품 큐레이션을 잘하는 앱을 말한다. 내년 초부터는 마치 패션 잡지처럼 4050 여성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타일이나 상품군을 심층 분석해 큐레이션할 계획이다.

홍: 다음 단계인 개인 맞춤형 AI 쇼핑앱은 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할 뿐만 아니라 카테고리와 배너도 개인마다 다르게 노출하는 앱을 말한다. AI를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마다 다른 퀸잇을 만들 방침이다.

최: 10년 뒤 NEXT 4050에도 대비하고 있다. 라포랩스 분석에 따르면 현재 2030세대 여성이 애용하는 패션 플랫폼은 W컨셉(더블유컨셉)과 29CM,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이다. 그들이 40대가 됐을 때 퀸잇으로 건너오도록 유인해야 한다. 4050세대가 되면 체형이 달라지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기 마련이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지 연구하는 중이다.

끝으로 세 번의 창업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전해달라.

최: 사업 아이템보다 팀의 결속력과 단결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 실패는 사람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이 망하는 것인데, 실패하면 팀원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버린다. 창업 전에 먼저 단단한 팀을 구성한 뒤 아이템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러면 아이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팀이 새로운 도전에 또다시 임할 수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

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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