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해력에 대한 시각의 차이“요즘 젊은이들”은 책을 읽지 않아 문해력이 떨어지는 세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그 문해력을 측정하는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언어는 사람이 만든 기호이고 사람들이 이해하는 기호의 의미는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언어는 결국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맞춤법도, 아예 사용되는 언어 자체도 변화를 피하기 힘들다. 분명 같은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이제 남한과 북한은 서로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언어가 달라진 것과 비슷한 이치다.인터넷의 발전으로 소통 방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어휘의 생성과 기존 어휘의 변형 등 한국어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변화는 결국 언어를 포함한 사람의 소통 방식을 여러 방면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언어는 과거에 비해 여러 형태로 변화해온 결과이고 그 변화는 우리 세대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어와 함께 소통 방식도 빠르게 진화한다.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스웨덴에서 심사위원단이 직접 전화를 걸어 통보하는 것이 오래된 전통인데, 이 전통이 휴대폰과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를 만나 수난을 겪고 있다. 심사위원단인 줄도 모르고 계속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않아 수상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에피소드가 거의 매해 들려올 정도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는 번호는 거의 받지 않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스마트폰은 문자와 DM(direct messaging; 앱에서 사용자들끼리 주고받는 문자)을 위한 것이지 통화는 부수적 기능이 된 지 오래라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 전통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기술의 발전으로 소통 방식이 변화한 것일까 변질된 것일까.활자보다는 이미지를, 이미지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요즘 십 대 학생들을 보면 그 세대의 소통 언어는 정적인 활자의 기호보다 역동적인 실감형 미디어 콘텐트가 아닌가 싶다. 기성세대의 언어와 매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대가, 그리고 그 시대에 적용되는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기성세대에게는 정신없고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메타버스 같은 실감형 매체들이 십 대들의 주요 소통 경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십 대들의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말한다면 역으로 실감형 매체를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은 실감형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젊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들은 오디오북,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책으로 전달되는 스토리텔링을 접한다. 최근에 CACHE 센터에서도 로블록스 매체를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북토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참석한 아이들과 저자가 둘러앉아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벤트였는데, 비디오게임과 영상에만 익숙한 줄 알았던 아이들이 북토크에 적극 참여하면서 책에서 소개된 내용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체만 진화했을 뿐, 사람이 스토리텔링으로 소통하고 서로 관계를 맺으려는 본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반드시 활자로 전달되는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여러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들이 다양한 매체로 전달되는 스토리텔링의 르네상스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