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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이상적 미래는?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공동 창업한 코인베이스는 대표적 암호화폐 거래소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채굴된 비트코인의 10% 이상을 보관하며 엄청난 수수료를 가져가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암스트롱이 ‘탈중앙화’ 명분을 앞세워 위험한 방향 전환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돈이 넘쳐나니 이상주의적 꿈을 꾸게 되나 보다.

▎코인 컬렉터 코인베이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자오창펑과 샘 뱅크먼-프리드먼 같은 악명 높은 경쟁자들만큼 엄청난 부를 축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안전하게 거래소를 운영한 덕에 기관투자자들의 총애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호화폐 수탁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사진:PHOTOGRAPH BY CODY PICKENS FOR FORBES
“지금은 암호화폐에 아주 흥미로운 시기입니다.” 코인베이스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이 열변을 토하며 말했다. 코인베이스는 전 세계 최대 상장 암호화폐 거래소다. 그는 “암호화폐가 투기성 거래 상품에서 일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4억 명이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암호화폐를 보며 관심을 가지는 건 가격뿐이다. 그리고 그랬던 사람들은 요즘 싱글벙글 웃고 있다. 지난해에만 비트코인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며 5만8000달러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약 540억 달러의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암호화폐 ETF 20여 개가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암호화폐 거래는 어느 때보다 대중화되었으며, 미국 대선에서도 중요 이슈로 거론됐다. 바이낸스 CEO 자오창펑과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가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암스트롱은 암호화폐 운동의 대표적 대변인으로 부상했다.

코인베이스 주가가 비트코인과 동조화되어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암스트롱은 41세에 70억 달러 넘는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가 됐다. 그가 12년 전 “비트코인용 지메일”로 만들기 위해 공동 창업한 코인베이스는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로 늘어났고, 2700억 달러의 암호화폐 자산을 수탁하고 있다. 이 중 200억 달러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ETF를 운용(운용자산 10조 달러)하는 블랙록이 맡긴 것이다. 거래 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인베이스는 2023년 수입 31억 달러에 순수익 9500만 달러를 올렸다. 올해 실적은 이보다 훨씬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상반기에만 코인베이스 수입은 31억 달러를 기록했고 순수익은 12억 달러로 대폭 상승했다.

디지털 자산 세계에서 ‘대마불사’로 분류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바로 코인베이스일 것이다. 비트코인만 봐도 그렇다. 코인베이스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비트코인 중 11%를 보관하고 있다. 암호화폐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화폐인 이더리움은 코인베이스에서 비중이 14%로 더 높다. 코인베이스가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파장이 생길 것이다.

암호화폐 이상주의자

모두가 코인베이스를 좋게 보는 건 아니다. 2023년 6월 증권거래위원회는 코인베이스가 증권법을 준수하지 않고 미등록 상태로 1만4500여 개 기관과 일반 투자자 800만 명에게 암호화폐 거래와 중개·청산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2025년 시작될 예정이다.

암호화폐를 설파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중앙 집중화된 권력을 혐오하지만, 코인베이스는 사실 운영 면에서 봤을 때 직원 모두가 지분을 나눠 가진 신용조합이 아니라 중앙에서 지휘와 통제를 내리는 JP모건 같은 금융기관에 더 가깝다. 코인베이스 주요 사업은 거래·수탁과 함께 미 달러화에 가치를 고정한 스테이블코인 USDC 토큰 350억 달러 규모를 (서클과 함께) 공동으로 관리하는 업무로 구성되어 있다. 시장에서 워낙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높게 부과할 수도 있다. 일례로,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5000달러어치를 매수하면 수수료로 90달러를 내야 하지만, 크라켄(Kraken)에서는 20달러이고, 로빈후드에서는 무료다.

암호화폐 이상주의자인 암스트롱은 이런 상황에 완전히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초고속 거래를 가능케 하는 완전히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 수수료를 낮추고 빅테크 기업과 유력 금융기관의 통제력을 약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코인베이스 거래소 사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는 “전 세계의 경제적 자유는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이자 코인베이스의 목표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글로벌 GDP를 끌고 가는 비중을 점차 늘려서 건전한 수익을 내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낮은 수수료로 끊김 없이 건전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의 비전입니다.”

현실성 없는 유토피아적 발상

암스트롱이 결정한 방향 전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2023년 8월 론칭한 베이스(Base)다. 베이스는 ‘레이어 2’ 플랫폼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와 같은 자체충족형 블록체인이 아니라 이더리움을 개선해 초당 수천 건의 거래를 처리하게 만드는 플랫폼이다. 이게 가능해지면 거래 수수료는 건당 1센트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현재 이더리움은 초당 약 12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어 수수료가 평균 1달러나 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지만, 기존 금융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일례로, 비자의 글로벌 결제 처리 네트워크 비자넷은 초당 6만5000건을 처리할 수 있다.

암스트롱은 저비용의 베이스를 다른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과 상호 호환되도록 만들어 페이스북과 유튜브, 구글, 우버, 엑스의 탈중앙화 버전 지원을 목표로 한다. 그가 시작한 코인베이스 커머스(Coinbase Commerce) 서비스는 벌써 안호이저-부시와 와튼 경영대학원 등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페이팔과 마스터카드, 비자 등이 결제 처리로 거래 건당 최고 3%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반면, 코인베이스 커머스는 수수료가 1%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비자 확보 속도는 더디기만 해서 코인베이스 커머스 네트워크에서 처리되는 거래는 하루에 2000건도 되지 않는다. 참고로 비자는 초당 2000건의 거래를 처리한다.

암스트롱은 “가맹점 중에는 마진이 5%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는데 그중 2%를 카드 네트워크에 빼앗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꼭 그런 식으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경제에도 불필요한 세금입니다.”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 오웬 라우에 따르면, 베이스가 확보한 실질 이용자 100만 명은 2024년 코인베이스에 수입 1억 달러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대다수는 (결국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서 나올 것이다.

얄궂게도 코인베이스가 베이스로 더 큰 성공을 거두려면 파트너를 모집해 통제 권한을 양도하고 수수료를 공유하는 방법밖에 없다. 코인베이스는 현재 베이스의 유일한 ‘시퀀서(sequencer)’다. 시퀀서는 암호화폐에서 운용사나 감독사를 일컫는 용어다. 탈중앙화를 하려면 베이스는 더 많은 시퀀서를 확보해야 한다. 베이스의 시퀀서가 4개 업체로 늘어나면, 코인베이스는 전체 수수료 수입의 25%밖에 가져가지 못하게 된다.

수수료 인하나 수입 공유를 거론하는 건 역효과를 불러와 오랜 시간 코인베이스를 지원해온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을 장기투자자로 묶어두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 일단 단기적으로 봤을 때 주주들은 별다른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코인베이스 주가가 지난 12개월간 두 배 가까이 오른 것만 봐도 그렇다.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을 지속하고 마니아들의 거래가 계속되는 한, 암스트롱은 현실성이라곤 전혀 없는 유토피아적 발상을 계속 쏟아낼 수 있을 것이다.

※ How To Play It - 접을 수 있는 지폐는 이제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수익 곡선에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거래소나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주식을 매수해 종이 화폐의 디지털 후계자가 불러온 새로운 물결에 함께 올라타보자. 불안하다면 좀 더 일상적인 기업을 대안으로 찾아 투자할 수도 있다. 일단 신발 매장 등에 있는 신용카드 리더기는 어디에서 제공하는 걸까? 바로 글로벌 페이먼츠(Global Payments)다. 현재 투자 연구기관 밸류라인(Value Line)이 예상하는 주당 수익의 19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반대되는 기업으로는 블록(Block)이 있다. 스퀘어 결제 처리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부수적으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돕는 흥미로운 사업도 함께 운영한다. 물론, 심장 쫄깃한 투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윌리엄 볼드윈은 포브스 투자전략 칼럼니스트다.

- Javier Paz and Steven Ehrlich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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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호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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