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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테넷 | 에드워드 리 셰프의 창의성과 전략 

'흑백요리사'가 디자이너에게 준 교훈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경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에드워드 리 셰프는 독특한 창의성과 스토리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보여준 요리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는 모든 이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흑백요리사]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에드워드 리 셰프와 그가 선보인 참치비빔밥.
요즘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국내외적으로 이미 인정받은 유명 요리사들이 대거 참여했을 뿐 아니라, 기존 요리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흑과 백으로 표현되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상 계급을 설정해 경쟁 구도를 만들었고, 한 스테이지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눈을 가린 채 요리를 평가하는 등 셰프들에게 시각적 요소를 넘어 요리의 맛, 향, 질감에만 집중하도록 독려했다. 이로 인해 셰프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지닌 외적 요소가 아닌 요리의 본질에 더욱 집중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창의성과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미각적 경험에만 집중한 이 대결은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과도 유사하다. 또 그 경쟁 과정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가 보여준 창의적 접근은 디자이너들이, 아니 우리 모두가 배울 만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독창적 제약과 창의성의 발현

[흑백요리사]에서 가장 눈에 띈 포맷은 심사위원들의 눈을 안대로 가린 심사 장면이었다. 이로 인해 시각적 요소는 완전히 배제됐다. 셰프들은 오직 요리의 본질적인 감각인 맛, 향, 질감에만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제약은 셰프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요리는 본질적으로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멀티 센서리(Multi-Sensory) 경험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시각적 요소를 배제한 평가 방식은 셰프들에게 전통적인 방식 외에 새로운 창의적 접근을 요구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재료인 ‘묵은지’를 사용해, 묵은지 항정살 샐러드를 선보였다. 그는 재료의 질감과 조리 과정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심사위원들의 감각을 자극했다. 이는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자주 마주하는 제약들은 창의성을 제한하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디자이너들도 이런 제약을 창의성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

비빔밥은 한국의 음식 문화에서 전통적으로 다양한 재료의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이러한 전통적 요리에 현대적인 재료와 기법을 더해 독창적인 비빔밥을 선보였다. 그는 색감과 질감이 다른 채소들을 사용해 시각적 매력을 더했고, 트러플오일과 캐비아 같은 고급 재료로 전통 비빔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비빔밥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화적 융합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또 기존 비빔밥이 지닌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 그만의 창의성을 더한 현대식 요리 기법으로 독창적 비주얼의 비빔밥을 만들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에드워드 리 셰프의 접근법은 그 요리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적 대화로 승화했다.

이러한 접근은 디자이너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디자인의 전통과 뿌리를 존중하면서도,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요소들이 결합될 때, 더 깊이 있고 강렬한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것을 에드워드 리 셰프의 요리 철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기만의 철학과 스토리

에드워드 리 셰프는 요리에 단순한 맛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는 자신의 삶의 경험과 문화적 뿌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이를 요리에 반영하는 독창적인 철학을 실천해왔다. 특히 결승 미션에서 보여준 진솔한 고백, 또 그의 요리를 통해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정체성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전달했다.

‘이름을 건 요리’라는 주제의 결승 미션에서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한국 음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요리를 준비했다. 이때 그는 미국식 이름인 ‘에드워드 리’ 대신 한국 이름 ‘이균’을 사용해 자신의 한국적 뿌리를 강조했다. 단순히 이름을 바꾼 것을 넘어, 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진정성 있게 드러낸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가 서툰 한국말로 “나는 이균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요리 자체를 보지 않더라도 그의 진심과 정체성을 모든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강렬한 장면으로 기억됐다.

그가 결승에서 선보인 요리는 단순한 요리 대결을 넘어서,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잘 보여주었다. 남은 떡볶이를 디저트로 재해석하고, 미나리 참외 막걸리를 내놓은 것은 한국 음식 문화의 풍요로움과 존중을 담아낸 장면이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밥을 먹을 때 항상 음식을 넘치게 제공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한국 음식의 풍족함과 따뜻한 환대를 상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며 한국 음식에 담긴 깊은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그의 이러한 요리 철학은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이야기를 담고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에드워드 리는 위스키를 마시고, 이균은 막걸리를 마십니다”라는 말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복잡한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는 그의 요리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임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에드워드리의 파이널 미션은 시청자들에게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복잡한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작품에 철학과 스토리를 담아 낼 때, 그 결과물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사용자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 에드워드 리 셰프가 요리를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했듯이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정체성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디자인 이상으로, 사용자에게 더 깊은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흑백요리사]는 단순한 요리 대결을 넘어 창의성과 전략적 사고를 극대화한 프로그램이다. 에드워드 리 셰프가 보여준 도전과 철학은 제약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법,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방법,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었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창의성을 업으로 삼는 모든 사람에게 이 프로그램은 귀중한 교훈을 제공했다.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 이상인 - 이상인 디자이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미국 본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리즈의 저자이다.

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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