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에 진출해보겠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부자는 많다. 그러나 정치 경력을 이용해 그만큼의 돈을 버는 데 성공한 사람은 도널드 J. 트럼프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트럼프가 파는 것이면 주식이든 뭐든 값은 신경 쓰지 않고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덕분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명성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트럼프는 30개월 전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가입했지만, 팔로워는 770만 명으로, 트럼프 엑스 계정 팔로워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3년 전 트위터(엑스 이전 버전) 계정 차단 후 트위터를 떠났던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와 인터뷰를 앞두고 지난 8월 엑스로 복귀했다. / 사진:ANNA BARCLAY/GETTY IMA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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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승자’ 이미지로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한 사람이다. 그러나 2021년 1월 20일 트럼프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승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재선에 실패하고 미국 의사당 폭도 난입 선동으로 두 번째 탄핵을 받은 그가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돌아왔을 때, 트럼프 제국은 이미 위기에 빠져 있었다. 트럼프가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 대부분이 비어 있었고, 호텔 사업은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 중이었으며, 라이선스 사업 또한 정체기였다.일주일 후 트럼프는 사업 투자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자신의 프라이빗 클럽으로 웨스 모스와 앤디 리틴스키를 초대했다. 트럼프가 진행자로 나섰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 출연자들이었다. 이들은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이 놓여 있는 책상에서 사업가 트럼프의 귀가 솔깃해질 만한 계획을 제시했다. 트럼프 브랜드를 기반으로 미디어·기술 기업을 세워서 트위터스러운 SNS 앱, 디즈니플러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과 비슷한 웹 호스팅 플랫폼 사업을 하나로 연계해 론칭하는 것이었다. 가장 구미가 당기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계약에 대해 잘 아는 내부인이 전한 정보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 푼도 미리 투자하지 않고 지분의 90%를 가져갈 수 있었다.그렇게 시작된 방향 전환은 이후 4년간 진행됐다. 그 결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동산 재벌은 정치 경력에서 최초로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내게 됐다. 공직에 진출한 재력가가 많고,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수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이름값과 인맥을 활용해 정계 은퇴 후 부를 구축한 것도 사실이지만, 트럼프 같은 방식으로 그만한 규모의 수익을 거둔 사람은 없다.2021년 초, 포브스가 추산한 트럼프의 재산 가치는 24억 달러였다. 기존 상업용 부동산에 묶여 있던 금액은 14억 달러였고, 이 중 10억 달러는 뉴욕시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의 순재산가치는 43억 달러다. 덕분에 그는 포브스 400대 부호 순위에 다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43억 달러 중 과반에 달하는 22억 달러는 지난 5월 증시에 상장한 SNS 사업이 차지하고 있고, 뉴욕시 상업용 부동산에 묶인 돈은 이제 6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채 4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재산을 증식한 트럼프는 동시에 자신이 40여 년에 걸쳐 축적한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대통령 경력은 분명 핵심 사업에서 수익을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덕분에 지난해 트럼프의 영업이익은 2억18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세금 환급과 재무 공시, 채권 신고, 신용 보고서, 내부 기록 등 여러 정보를 취합해서 추산한 대통령 재직 당시의 평균 수입보다 58% 많은 금액이다. 한때 트럼프의 거대한 제국에서 중간 정도 위치를 차지했던 골프·클럽 사업은 이제 돈을 뿜어내는 화수분이 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 인정받으면서 클럽 가입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날 당시 5억7000만 달러였던 이 사업의 가치는 수익이 약 세 배 증가하면서 지금은 11억 달러가 된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커피 테이블에 놓아둘 책부터 NFT, 성경, 심지어 트럼프가 지난 6월 바이든과의 TV 대선 토론에 입고 나간 정장까지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등 각종 굿즈에서 얻는 수익도 상당하다.물건은 다양하지만, 결국 트럼프가 파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벌써 수십 년 전부터 해온 일이다. 30대 때는 트럼프타워에서 초호화 상류층 생활을 즐기는 자신을 팔았고, 40대에는 애틀랜틱 시티의 호텔과 카지노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자신을 팔았다. 50대에는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줬고, 60대에는 정계에 진출한 모습을, 70대인 현재는 정치적 재기를 노리며 복수에 나선 모습으로 자신을 팔고 있다. 흥망성쇠가 이어지는 부침 속에서도 한 가지 사실만은 그대로다. 트럼프를 자세히 분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신뢰하게 되면, 트럼프가 이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그는 채권자의 돈을 상환하지 않았고, 상장사인 카지노 회사의 자금을 자신의 지갑처럼 활용해 현금을 빼간 다음 두 번이나 파산 신청을 했다. 자신이 세운 시카고 타워의 호화로운 콘도에 들어오려고 엄청난 돈을 바친 사람들로부터는 관리비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 게다가 그는 실패를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새로운 사업을 찾아 투자금 모집에 나서고,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정치에서도 그는 엄청난 추종자 무리를 만들어냈고, 핵심 강성 지지자들은 그가 이전에 만난 어떤 고객보다 충성스럽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어떤 가격을 요구하든 기꺼이 구매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트럼프가 지금까지 한 경험과 노하우가 전례 없는 규모로 집약된 대상이 바로 트위터의 ‘짝퉁’ 버전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의 모기업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 Technology Group)이다. 재무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 회사는 미국에서 가장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 6월까지 12개월간 매출이 34만 달러인데 순손실은 3억8000만 달러다. 믿기지 않겠지만, 회사의 과반수 지분을 가진 트럼프가 뉴스를 독점하다시피 했던 지난 1년 동안에도 그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회사의 매출은 10% 가까이 감소했다. 일론 머스크가 엑스(옛 트위터)를 넘겨받으며 대안 우파 매체 자리를 가져갔기 때문에 이제는 확실한 사업 근거도 사라져 보이는 데다가 회사의 리더는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 CEO로 있는 데빈 눈즈(Devin Nunes)는 이전에 농업과 공직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지난 8월 세금을 납부하려고 보유 지분의 25%를 매각했다. 그래도 트럼프를 사랑하는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의 가치를 38억 달러로 추산한다. 이 회사의 뒤에 있는 사람이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투자자들은 회사의 가치를 ‘제로’에 가깝게 평가했을 것이다.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는 과거 보도 기사들을 두고 포브스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를 고발한 상태다. 그러나 이 기사를 위한 질문에는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았다. 대신 회사 대표가 나서 포브스가 카멀라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작 중이라는 비난을 했을 뿐이다.정치가 트럼프를 바꾼 만큼, 트럼프 또한 정치를 바꿔놓았다. 대통령직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로운 규칙을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를 예견한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이다. “아주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미국 제45대 대통령 트럼프가 24년 전 포천지 인터뷰에서 미래를 예측하며 한 말이다. “선거운동으로 돈을 버는 최초의 대선 후보는 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선거운동으로 돈을 버는 최초의 대선 후보처음부터 트럼프의 예상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의 대선 운동은 2016년 트럼프타워에서 시작됐다. 트럼프가 보유한 부동산 포트폴리오 중 가장 유명한 건물이다. 트럼프타워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부동산 재벌은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미국 정계에 불을 질렀다.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은 결코 그 나라 최고 인재들이 아닙니다.” 이 말과 함께 특정 인구 집단들을 겨냥한 공격성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일으킵니다. 강간범들이라고요. 일부는 괜찮은 사람이겠지만요.” 수개월 뒤 포브스가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를 만난 날은 때마침 미국을 방문한 프란시스 교황을 환영하기 위해 수많은 라틴계 가톨릭 신자가 거리로 나선 날이었다. 트럼프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여기저기서 큰 야유가 쏟아졌다.럭셔리의 상징이었던 트럼프 브랜드를 분열과 대립의 상징으로 전환하면서 치러야 할 대가도 있었다. 2015년 1억8400만 달러로 추산됐던 트럼프의 영업이익은 2017년 1억4100만 달러로 하락했다. 라이선스 파트너사들은 계약 관계를 끝냈고,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 넥타이, 매트리스, 셔츠 등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연간 300만 달러의 수익이 감소했다.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숙박객이 줄면서 시카고에 있는 트럼프 호텔의 수익은 무려 74%나 급락했다. 가뜩이나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데 정치 활동을 위한 지출이 늘어나면서 그가 쌓아놓은 현금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운동에 6600만 달러를 지출하며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트럼프대학을 두고 사기 소송이 진행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선 직후 며칠 만에 25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했다. 그러다 보니 그가 대통령 집무실에 적응했을 즈음 트럼프 대차대조표에 남은 현금은 76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대선 운동을 시작할 당시 그가 보고한 1억9200만 달러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권력은 트럼프의 재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당연히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수익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결정이 바로 마라라고 리조트를 ‘겨울 백악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선거용으로 책정했던 수백만 달러를 마라라고에 투자한 트럼프는 전 세계 리더들이 만나는 G7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자신의 골프 리조트로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어떤 노력도 정치로 인해 손상된 트럼프 브랜드의 가치를 복원하지는 못했다. 정치가 트럼프 브랜드에 미친 영향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호텔 로비는 유력 인사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그 위 객실에서는 평범한 여행객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트럼프 브랜드의 진실에 가까웠다. 결국 매해 손실이 이어졌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2018년과 2019년 영업이익은 대통령 취임 이전 수준에서 18% 가까이 하락한 1억5000만 달러 정도였다.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그를 대신해 사업을 이끈 사람은 아들 에릭 트럼프다. 에릭은 트럼프의 방식을 충실히 따라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아버지와 달리 확실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직이 도움이 되냐고요?” 2017년 초 트럼프타워에서 만났을 때 사무실 책상 뒤에 앉은 그가 큰 소리로 자문자답을 했다. “두 가지 시각이 있어요. 기존 자산만 놓고 보면 아주 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직무를 맡기 위해 저희가, 아니 아버지가 희생을 하신 면이 분명히 있죠.”팬데믹이 닥치면서 더는 문제를 무시하기도 어려워졌다. 트럼프 기업의 영업이익은 1억10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그가 전액 출자한 호텔들은 23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이었다. 정치적 격동 속에서도 장기 임대로 묶여 있던 임차 기업들이 팬데믹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타워의 핵심 임차 기업이었던 구찌는 임대료에서 700만 달러가량을 할인해준 다음에야 간신히 붙잡아둘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 40번지 건물은 파산 직전까지 가면서 점유율이 89%에서 75%로 낮아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마칠 즈음 그의 재산 가치는 트럼프타워에서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2016년 당시 45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8개월 뒤 트럼프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서 공식 탈락했다.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서 떨어지고 2주 후인 2021년 10월 20일, 트럼프는 마라라고에서 자신의 어프렌티스들과 다시 만났다. 마라라고 클럽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정계와 불가분의 관계가 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장소다. 오랜 시간 마라라고를 찾았던 회원들은 이런 변화를 반기지 않고 탈퇴했는데, 이것은 오히려 트럼프에게 이득이 됐다. 기존 회원이 탈퇴할수록 신규 회원을 데려올 수 있는 빈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규 회원이 들어올 때마다 입회비는 점점 높아졌다. 백악관에서 나온 이후에는 아예 마라라고를 활동 중심지로 삼고 100만 달러 가까이 되는 회원비를 언제라도 수표로 써줄 수 있는 사람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2020년 300만 달러였던 입회비 수입은 2021년 1100만 달러로 훌쩍 늘어났고, 그해 전체 수익은 1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트럼프가 보유한 다른 골프 코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전에는 트럼프 포트폴리오에서 곁다리처럼 붙어 있었던 골프장들이 팬데믹 때 크게 부흥하더니 2020년 1700만 달러였던 영업이익이 갑자기 연간 4000만 달러 이상으로 대폭 상승했다.그러나 이렇게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는데도 트럼프는 자신의 미디어 스타트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의지가 없었다. 수십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산 신청에 스스로도 많이 힘들었는지 그때보다 나이가 든 트럼프는 훨씬 조심스러워졌다. 2015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정치는 돈을 쓸 필요가 없어서 아주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의 순재산이 줄어들 수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한 말이다. “그러니 좋지 않은 계약 자체가 있을 리 없죠.”이렇게 지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다 보니 <어프렌티스>에 출연했던 모스와 리틴스키는 먼저 다른 투자자를 찾아 나섰고, 10월 말경 루디 줄리아니의 오래된 사업 파트너 로이 베일리와 댈러스에 본거지를 둔 다단계 마케팅 억만장자 케니 트라우트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았다. 포브스가 관련 문서를 입수해 확인한 사실이다. 그리고 2021년 10월 운명의 날, 두 어프렌티스는 패트릭 올랜도라고 하는 큰 눈의 재무 전문가를 데리고 트럼프 앞에 다시 나타났다. 올랜도는 트럼프에게 스팩(SPAC) 기업을 통해 번 돈 3억 달러가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거대한 샹들리에 밑에서 트럼프와 올랜도는 스팩을 통해 현금이 넘쳐나는 올랜도의 상장기업을 트럼프의 비상장기업과 합병해 (제대로 된 사업이라고 할 수도 없는)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 상장을 진행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는 결국 트럼프를 상장하겠다는 계약이나 다름없었다. 양측은 계약서에 서명하고 언론에 발표한 다음 시장의 반응을 기다렸다. 다음 날 증시 벨이 울렸을 때 합병 소식을 알린 올랜도의 스팩 주가는 미친 듯이 상승을 시작해 10달러에서 175달러까지 올라갔고, 합병 후 기업가치는 잠시나마 300억 달러에 도달하기도 했다. 올랜도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를 추가 모집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1000억 달러짜리 기업을 만들 거라네.” 뵈브 클리코 샴페인 병을 거머쥐며 그가 파트너들에게 한 말이다. “우리 팀은 그걸 해낼 수 있어.”그의 예상은 틀렸다. 합병으로 여기저기 얽힌 수많은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고, 회사는 그 거미줄 안에 갇히고 말았다. 올랜도가 만든 스팩 기업은 그를 해고했다. 이후 증권거래위원회는 사기 혐의로 회사를 기소했다. 사업 파트너 중 한 명이었던 에릭 스와이더가 올랜도의 뒤를 이어 들어왔다. 스와이더가 내건 목표는 한결 소박했다. “우리의 목표는 합병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가 설명했다. “그거 하나예요. 오직 그거 하나에만 집중하겠습니다.”결국 스팩 기업은 증권거래위원회와 합의에 돌입했고, 벌금 1800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합병을 마무리했다. 주주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지켜보다가 3월 26일 종목 코드 DJT(트럼프가 두 번이나 파산 신고를 한 상장 카지노 기업의 종목 코드와 동일)의 주식거래가 시작된 순간 더 높은 값을 부르며 주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트럼프 회사의 주가는 59%나 뛰어올랐고, 트럼프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63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의 전체 재산도 역대 최고 수준인 81억 달러를 기록했다.이후 주가(와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순재산가치)는 요동을 치며 등락을 거듭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실제 사업 성과가 나올 때마다 하락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 그야말로 거의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트럼프는 여전히 큰 이익을 보고 있다. 지금으로선 주가가 그 뒤를 받치고 있는 회사의 근본적 재정 상태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의 실적은 큰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감정 상태다. 트럼프가 자신의 지분에서 얼마나 짜낼 수 있느냐도 이들의 감정 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트럼프도 자신의 SNS 사업이 고평가됐다는 걸 아는 눈치다. 상장 전 나온 재무공시 보고서에서 트럼프 자신도 회사 가치를 2500만 달러 미만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상장 후 회사의 가치가 갑자기 높아졌을 이유는 없다. 매출은 더 하락했고, 조 바이든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후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더 감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디어는 트럼프가 보유 주식 1억1500만 주 중 1주만 남겨놓고 다 판다 하더라도 55%에 달하는 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개월간 걸려 있던 매도 제한은 9월 말에 만료됐다. 트럼프 미디어의 지분 60%를 한꺼번에 매각하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물량이 매물로 나올 경우 주가는 그야말로 급전직하로 폭락할 수 있다. 그럼 트럼프가 가져갈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트럼프는 자신이 이 회사에 진심을 다할 거란 확신을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에게 심어주면서 그들에게 주식을 떠넘기는 아주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만 한다. (이후 트럼프의 신분은 대선 후보에서 대통령 당선자로 바뀌었다.)지금 당장 현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워싱턴 D.C. 호텔과 뉴욕 골프 코스를 매각한 트럼프의 장부에는 약 4억1300만 달러의 유동자산이 있지만, 트럼프가 이 두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순재산을 부풀렸다는 걸 알아낸 뉴욕 법원이 두 건의 부동산 매각에서 거둔 수익에 대해 환수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트럼프가 지고 있는 법적 배상 책임은 이 두 건의 환수 금액을 포함해 총 5억6600만 달러다. 현재 트럼프는 이 판결을 포함해 다수 소송에서 항소를 진행 중이다.그 와중에 트럼프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지난 9월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이 내가 주식을 팔 거라 예상하는데, 이들 주식의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주식을 팔고 싶지 않고, 팔지도 않을 겁니다. 그 돈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러자 주가가 하루 만에 12% 상승했고, 그의 재산 또한 빠르게 2억1500만 달러 늘었다. 결국 그가 주식을 던져버린다면 투자자에 대한 기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 경력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얻어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 트럼프는 아주 오랫동안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포브스가 처음으로 400대 부자 순위를 발표한 1982년부터 트럼프는 순위에 집착해왔다. “인간은 모든 동물 중 가장 사악한 존재입니다.” 포브스가 처음 400대 부자 순위를 발표했을 때 함께 실린 기사에서 트럼프가 한 말이다. “그리고 인생은 승리 아니면 패배로 끝나는 전투의 연속이지요.”
▎ 사진:BARACK OBAMA BY PAUL ELLIS/AFP/GETTY IMAGES; GEORGE BUSH BY BEN LUDEMAN/TEXAS RANGERS/GETTY IMAGES; BILL CLINTON BY TOM WILLIAMS/CQ/ROLL CALL/GETTY IMAGES; JIMMY CARTER BY SCOTT CUNNINGHAM/GETTY IMA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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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HATTAN MISERY도널드 트럼프의 고향은 그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 맨해튼에 보유한 부동산들은 그가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 4억1000만 달러나 하락했고, 뉴욕 검찰총장은 총 5억6600만 달러의 법적 비용을 부과하며 트럼프 대차대조표에 가장 큰 출혈을 안겨줬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른 곳에서 친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빅테크 단타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손실을 계속 내고 있는 트럼프의 SNS 플랫폼 기업가치를 최근 22억 달러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가 뉴욕에 보유한 어떤 부동산보다 높은 가격이다. 대통령직 종료 이후 트럼프의 다른 자산들은 가치가 어떻게 변했을까? 아래 트럼프 주요 자산에 대한 정보가 있다.
▎사진:MAR-A-LAGO BY JOW RAEDLE/GETTY IMA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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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 Alexand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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