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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윌렌 커니 회장 

유례없는 글로벌 패권의 시대 

이진원 기자
약 95년 역사를 지난 글로벌 컨설팅사 커니는 40개국 60개 오피스에 소속된 컨설턴트 4200명이 연간 25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한국에는 지난 1995년 진출해 약 320명의 컨설턴트가 연간 2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내한한 커니의 밥 윌렌(Bob Willen) 글로벌 회장을 삼성동 커니코리아 오피스에서 만나 기업들이 직면한 글로벌 시장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밥 윌렌 회장은 버지니아대 물리학 전공, 텍사스오스틴대 항공우주공학 석사, 버지니아대 MBA, 커니 글로벌 항공우주· 방위, 자동차, 운송·인프라 컨설턴트, 커니 중동·아프리카 지역 회장, 커니 매니징 파트너·회장(현)
올해 글로벌 거대 컨설팅펌 커니의 수장에 오른 윌렌 회장은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우려 사항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글로벌 역학(dynamics)이라고 짚었다. 낮은 경제성장률, 국가 간 긴장과 갈등, 일부 지역의 전쟁, 극심한 기후변화 현상 등 여러 가지 역학으로 인해 글로벌 경영환경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 이후 구축한 경영방식에 이러한 역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파악하고, AI 등 신기술에 대한 기회와 위협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글로벌 불안정성과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에 직면한 기업들의 주요 이슈들은 무엇인가.

확실히 기업들은 생성형 AI의 빠른 도입과 이를 기반으로 미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기업이 자체 생산하는 정보를 현재보다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사용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방식으로 정리된 데이터의 기반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AI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다. AI 알고리즘을 제어하는 방법, 한계와 제약은 무엇인가 등이다. 따라서 조직은 무엇이 가능한지, 어떻게 보호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 올바른 거버넌스 모델에 투자해야 한다.

각국 정부는 AI 기술에 대한 정의와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윤리적 사용에 대한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AI 기술에 대한 규제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AI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규정을 마련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일반정보보호규정) 사례처럼 제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부터 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정보는 보호되어야 하고 특정 방식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이는 AI가 구축돼가는 기반에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2025년 세계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2025년에 세계 몇몇 국가에서 선거를 치른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이미 끝났고, 몇몇 치러질 선거도 있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 시점부터 무역과 세계화의 역학이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신정부는 무역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결국 세계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의 혜택을 누렸고,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현지화로 전환할 듯하다. 생산을 국내로 가져오는 다양한 방식의 변화로 인해 공급망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5년 세계경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동 등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의 형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갈등의 형태는 세계의 평화, 안정, 다양한 역학 관계에 대응하여 기업이 우선순위를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커니의 기업 전략 컨설팅에서 특장점은 무엇인가.

커니는 전략적 경영과 변혁에 대한 심층적인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컨설팅 펌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전략적 경영은 조직의 모든 측면과 기능, 운영방식, 공급업체·거래 파트너와의 비즈니스 수행 방식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혁을 추구해야 하는 조직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변화, 개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더 빈번하고 거의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커니는 전략 설정을 넘어 실행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컨설팅 펌으로 정평이나 있고, 실제로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역량을 이끌어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이는 글로벌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커니가 추구하는 ‘전략과 실행의 통합’에서 고객사가 실제 전략을 구현하도록 돕는 특화된 방법론이 있는가.


우리는 맞춤형 접근 방식(tailor made approach)을 채택했다. 각 고객사는 본질이 다르고 저마다 처한 상황과 요구 사항도 다르다. 따라서 우리의 컨설팅은 최적의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방법론과 접근 방식을 고객사에 맞춤화하는 것이다.

커니는 지난 2021년 구매/물류 전문 컨설팅사인 프로쿠라(Prokura),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컨설팅사인 세르벨로(Cervello)를 인수했다. 이들 기업을 인수한 후 어떤 점이 보강됐나.

커니의 기업인수는 글로벌 단위의 새로운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이러한 인수는 우리 비즈니스의 중요한 영역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결국 글로벌의 다양한 시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제공을 확장할 수 있다. 커니는 새로운 역량을 계속 추가하며 특히 첨단기술 관련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과 반도체 고급 기술기업 등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기술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커니가 인수한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파운더리라는 회사는 새로운 기술 스타트업, 신기술, 신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탐색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 기업이 강세를 보였던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변화를 맞으며 위기감을 안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은 분명히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인정받고 있다. 특정 기술 분야를 둘러싼 역학은 최근 여러 국가 정부가 기술 접근성, 기술무역 보호·주권 역량 등을 고민하게 했다. 따라서 커니는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빠르게 변화하고 글로벌 불안정성에 영향을 받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탐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경제성장, 경제개발을 촉진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정책이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확실히 유사한 기술이나 미래에 도움이 될 기술력을 확보하려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각국 산업정책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세금 인센티브, 보조금, 세계 다른 지역에서 오는 무역에 대한 관세와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커니는 광범위한 상품이나 제품 범주에 따라 정책을 정하는 것보다 기술과 가치사슬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혁신 제품을 성공적으로 제조하기 위한 다양한 기반 기술을 이해하고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신성장 분야(항공우주, 방산, 엔터테인먼트, AI)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이 섹터에 대한 한국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제시해줄 수 있는가.

한국은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해왔고, 소비자 가전제품 등에서 신기술 적용을 삼성과 LG가 매우 잘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기술에 대한 폭넓은 시각은 한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경영에서 특정 시장에 대한 글로벌 역학에 더 큰 이해가 필요하고, 기술 자체를 넘어 그 기술이 세계의 다른 개발 패턴에 어떻게 들어맞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발전한 재벌 구조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싶다. 한국 대기업의 사업 영역이 얼마나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는지 보면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인재 관리의 중요성과 사업 생태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발전했는지 볼 수 있다. 한국 대기업은 단순히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광범위하게 부품 공급도 수월하도록 산업 역량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재벌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해온 경영 이론이고 한국 경제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독특한 한국 재벌 시스템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핵심 강점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하이엔드 서비스 개발은 모든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구축되지만, 고객이 그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때 더 큰 기회가 된다.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항공우주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 분야 전문가로 알고 있다. 항공우주나 방위 부문에서 통찰력을 공유해줄 수 있는가.

항공우주·방위 산업은 확실히 모든 면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우리는 동맹 관계 국가 간에 방위 관련 보안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협력을 할 것이라고 본다. NATO 등 현존 동맹과 파트너십은 많다. 최근의 가장 좋은 사례는 호주, 영국, 미국의 협력이다. 이 국가들은 더욱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국가들은 방위산업 기술을 공유하고 개발하며 지역 방위 능력을 구축하고, 지역 내 제조하려는 목표에 뜻을 같이한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런 공동 역량 개발과 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당신은 저서 '기업 게놈 재건(Rebuilding the Corporate Genome)'에서 가치사슬의 붕괴와 재구성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해달라.

이야기를 ‘거래 비용의 극적인 감소’부터 시작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거래는 많은 시간, 에너지, 필요한 인프라, 거래 비용에 대한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 기업 간 거래 비용은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대기업의 기업 형태와 환경을 살펴보았고, 핵심 역량, 독특성, 차별화에 대한 극단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기업은 자사의 역량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걸 확신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잘하지 못하는 일은 외부에서 쉽게 끌어올 수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팀 스포츠와 경쟁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기업활동은 스포츠의 경쟁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훈련, 다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접근 방식,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회에 대해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니의 컨설팅 사업은 팀 단위로 움직인다. 지리적 특성이나 시장 등의 한계를 넘어 고객에 집중하고, 함께 승리하고 발전할 수 있는 팀이 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성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혁신을 이뤄낸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

202412호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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