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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의 혁신가(15) 김갑산 이즈파크 대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혁신 15년 

조득진 선임기자
이즈파크는 프랑스 다쏘시스템의 최상위 등급 파트너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의 설계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했다. 삼성항공 출신의 김갑산 대표는 쉰 살에 창업에 도전, 15년 동안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지원하고 있다.

▎김갑산 이즈파크 대표는 “중소기업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우선순위, 단계적 접근, 유연성과 확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은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혁신 요소가 됐다. 금융·의료·유통업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고, 디지털화에 보수적이었던 화학·철강·소재·조선 등에서도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공정 효율성과 품질을 향상하고,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달로 기계와 장비 상태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은 예상치 못한 사고를 예방하거나 대처 속도를 향상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면서 더욱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은 이즈파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공공·금융·제조·방산·미디어·콘텐트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빅데이터 분석,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ICT 솔루션을 제공하며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는 크게 두 축이다. 우선 제조 엔지니어링 솔루션으로, 디지털트윈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실현한다. 이즈파크는 프랑스 다쏘시스템의 최상위 등급 파트너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의 설계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했다. 또 다른 축은 에스게이트(Sgate)로 대표되는 성과관리 솔루션이다. 기업이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데이터 중심의 경영 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서울 G밸리와 경남창원과학기술진흥원, 경남테크노파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서울 G밸리 이즈파크 사무실에서 만난 김갑산 대표는 “우리는 고객이 요구하는 기술적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20%나 성장했다”며 “기존 비즈니스뿐 아니라 확장현실(XR) , 버추얼 트윈, AI 등 차세대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문화와 운영 방식의 혁신도 포함한다”며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 단계적·현실적인 접근 필요


▎이즈파크의 경쟁력은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와 경험의 확보다. 다쏘시스템 플래티넘사 선정 모습 / 사진:이즈파크
삼성항공산업 등 IT엔지니어링업계에 몸담아온 김갑산 대표는 2009년 10월, 쉰 살 나이에 창업했다. 10년 넘도록 책임자로 있었던 중소기업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늦은 나이에 용기를 낸 것. 당시 ‘젊음을 바쳐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김 대표는 “IT 특히 CAD·CAM 분야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사람의 손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을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기술이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갈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2011년쯤 시작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보면서 자동화와 IT 인프라 전반에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즈파크는 업계에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ICT 솔루션 업계 선두 대열에 올라섰다. 제조 프로세스에 대해 이해가 깊었던 김 대표가 품질 향상과 생산력 증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 각 제조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인재를 확보하고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적극 개발한 것이 경쟁력이 됐다. 비즈니스의 시작은 스마트팩토리 등 현재 전체 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제조 엔지니어링 솔루션이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의 최상위 등급 파트너사, 한국형 전투기 개발(KF) 사업 참여 등은 이즈파크의 제조 엔지니어링 솔루션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다쏘시스템의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설계, 해석, 프로세스 데이터 관리, 생산시스템, 생산시뮬레이션의 기본적인 툴을 포함하는 솔루션이다. 항공·국방·모빌리티·건설 등 중요한 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 솔루션을 기업과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엔지니어와 경험을 확보한 것이 우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즈파크가 KF 사업에서 설계 환경 구축과 시스템 공급, 기술 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디지털 트윈 등 다쏘시스템의 첨단 솔루션을 제대로 구현해내는 기술력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이즈파크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공급한 고객사는 400여 곳이다. 대표 솔루션은 DELMIA매뉴 팩쳐링 솔루션으로, 현재는 제조 엔지니어링 시스템에 AI, 메타버스 등을 접목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즈파크가 5G를 활용한 데이터 중심의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한 태림산업은 신규 수주 증가로 지난해 스마트 생산라인 2개를 증설하며 1200억원이 넘는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2021년 발표된 『세계경제포럼 백서』에서는 디지털 방식에서 가장 선진적인 제조업체들은 생산량을 최대 140%까지 늘리고 있고, 설계 반복 시간을 최대 98%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목적은 단순히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산업의 트렌드와 기술 발전에 발맞춰 미래형 제조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제한된 자원과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며, 유연성과 확장성을 고려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더 스마트한 ‘검색증강 생성 AI 비즈니스’ 선보여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한 문화&상상데이 모습. / 사진:이즈파크
이즈파크의 다른 성장 축은 성과관리 솔루션이다. 2011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축형 사업을 시작한 뒤,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중견 기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 버전을 개발했다. 대표 모델은 에스게이트다. 업무·협업, 핵심성과지표(KPI)·목표·핵심결과지표(OKR) 등 목표 관리, 프로젝트 관리 등 종합적인 직원 경험을 제공한다. 행정안전부·국방부·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공항공사 등 공공기관과 더본코리아·크린토피아·나이스페이먼츠 등 여러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공공용은 성과관리 시스템 중 국내 유일 전 모듈 CSAP 보안인증 취득, NIPA 성능시험 등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김 대표는 “제조 엔지니어링과 HR 분야가 서로 다른 듯하지만 기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며, 직원의 성과와 발전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며 “제조 엔지니어링 솔루션에서 만족한 고객사가 성과관리 솔루션도 새롭게 이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등 크로스셀링 사례가 많다. 현재는 스마트팩토리에서 관리해야 할 중요한 KPI를 성과관리 시스템에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추었던 해외시장 진출도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MZ세대의 등장 등 조직문화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성과관리 트렌드도 진화 중이다. 세대에 따라 가치관과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성과관리 시스템도 이를 반영해 더욱 유연하고, 개인화되며, 지속적인 피드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김 대표는 “특히 조직 성과 중심에서 직원의 성과·성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무엇보다 직원 경험(EX)을 중시한다”며 “연간 평가에서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전환, 목표 설정의 유연성 강화, 개인화한 성과관리, 디지털·AI 기반 성과관리 등이 최근 성과관리 솔루션의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직원 중 MZ세대가 60% 이상인 이즈파크의 성과관리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이즈파크의 조직문화는 구성원의 성장을 중시하고, 단점 개선보다는 장점 강화가 목표”라며 “팀·부서 단위로 ‘계획-실행-리뷰-평가’ 프로세스를 진행하는데, KPI와 OKR을 수립하고 매월 성과를 기록한 뒤 리뷰해서 분기 단위로 목표와 과제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조직이 성장하려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더 육성에 중점을 두고 리더 역량 평가, 리더십 육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즈파크의 기업 철학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자’다. 2022년에 뛰어든 ‘검색증강 생성 AI 비즈니스’가 대표적이다. 고도화된 검색엔진 기능과 AI 기반의 콘텐트 생성 능력을 결합한 서비스로, 검색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검색 결과에 기반한 새로운 콘텐트를 생성한다. 올해 한국무역협회의 ‘트레이드 프로 AI 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평가가 좋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데이터의 양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검색 결과 제공뿐 아니라 예측적 인사이트를 통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 60% MZ세대, 청년·기술 인재 양성에 진심

김 대표는 기계공고 졸업 후 바로 엔지니어로 취업했지만 쉼 없이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론과 실무를 체득해 전문성을 쌓아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지만, 어려웠던 가정 형편 탓에 이루지 못했던 배움의 열망도 큰 원동력이었다. 그는 “늘 마음속에 ‘진실함을 통해 인간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가르침을 새기고 있다”며 “진실함이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저의 행동과 선택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즈파크는 청년 인턴십, 산학연계 고졸 채용 등 청년·기술 인재 양성에 진심이다. 5년 전부터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고, 구성원들이 대학원이나 학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해 4년 동안 정규직 십여 명을 채용했다. 김 대표는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 상황도 변하지만, 사람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이라며 “기업이 제공하는 실무 교육이 단순히 현장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커리어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처럼 늦깎이 창업을 고민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기업 내 생명이 짧아지면서 창업을 꿈꾸는 C레벨 임원이 많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인내심과 책임감의 중요성이고, 중요하게 본 것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도전 정신”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마케팅과 영업력의 준비 정도를 꼽았다. 그는 “트렌드에 맞는 콘텐트나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성공의 잣대는 시장개척에 있는 것 같다”며 “결국 마케팅과 영업력이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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