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혁신적인 기업을 꼽으라면 애플, 구글, 아마존 등과 함께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 세일즈포스다.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B2B 기업이라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일즈포스는 IT업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꼽힌다. 세일즈포스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회 연속 포브스가 선정한 혁신 기업 1위에 올랐다.세일즈포스의 시작은 여느 혁신 기업처럼 초라했다. 미국 IT기업 오라클 임원이었던 베니오프는 1999년 작은 원룸에 사무실을 차리고 세일즈포스를 창업했다. 클라우드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 기업들은 IT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 위해 큰돈을 들여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설치하고 직원 교육 및 유지관리를 위해 사내에 전문가를 상주시켜야 했다.베니오프는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기업들에게 빌려주고 복잡하고 어려운 유지관리도 온라인으로 대신 해주는 서비스를 꿈꿨다. 클라우드에 기반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의 시초였다. 베니오프는 언젠가 모든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될 것이며 그 중심에 세일즈포스가 있으리라고 믿었다. 사무실에 변변한 가구조차 없었던 창업 초기 핫메일이 4억 달러에 매각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나 같으면 그 돈 받고는 안 팔았을 것”이라며 훨씬 더 큰 야망을 드러냈다.베니오프는 단 한 달 만에 첫 시제품을 완성했다. 초기 세일즈포스 웹사이트의 외형은 지금 보기엔 놀라울 정도로 초라했다.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와 검은 글씨로 서비스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이 전부였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중학생이 학교 과제로 난생처음 만들어본 홈페이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이 웹사이트에는 간략한 기업 설명, 연락처, 한두 줄짜리 고객 후기, 회원가입과 로그인 등 필요한 최소한의 사항만 담겼다.베니오프는 빠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드느라 꾸물댈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모든 면을 완벽하게 갖추기보다 최대한 쉽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제작하는 데 온 시간을 쏟았다. 베니오프는 자서전에서 “사업 초기엔 모든 부문에 초점을 맞출 수 없다.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다”며 “따라서 80%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20%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일즈 포스가 불과 수년 만에 소프트웨어 혁신의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 핵심 강점에 역량을 집중한 베니오프의 혜안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