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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업계 최후의 거물 

 

실리콘밸리의 회의론자들, 월스트리트의 적들과 수년 동안 전투를 벌인 끝에 마이클 델은 마침내 세기의 거래를 이뤄냈다. 대출과 뒤집기를 통해 500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일궜다. 이제 델의 가장 큰 야망이 눈앞에 있다. 다른 억만장자들처럼 우주여행은 아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자선 재단 본사에서 만난 PC 산업의 개척자 마이클 델은 그날 아침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블루 오리진의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갔고,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지구에 머물러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델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 전주에는 다른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이 억만장자 우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혁신과 야망을, 어떤 사람은 비대한 자아와 오만을 보았다. 델이 본 것은 기회였다.

델은 “우리는 신생 우주 기업에 제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며 “막대한 컴퓨터 연산력과 데이터, 인공지능 없이는 그런 공학적 위업을 달성할 수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델은 지난 10년 동안 공개 석상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격렬한 인수 협상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대신 델은 사업으로 말했다. 9년 전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델 개인과 회사가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하향세였던 PC 시장을 따라 델도 팜이나 블랙베리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심지어 그때도 델은 기회를 발견했다. 델은 대중의 냉소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기업 실버레이크와 억만장자 공동 대표인 이곤 더반에게 요청해 2013년 자신의 회사를 249억 달러에 상장 폐지했다. 사상 최대의 IT 기업 레버리지 바이아웃이었다. 3년 뒤 델과 더반은 670억 달러를 마련해 IT 인프라 거물 EMC 코퍼레이션을 인수했다. 델은 미국 기업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부채를 쌓아 올려서 무려 700억 달러의 레버리지 위에 제국을 세웠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자동차, 통신, 전력망, 병원, 물류 네트워크가 모두 디지털 사업이 되면서 관리 및 저장이 필요한 데이터들을 갈수록 많이 쏟아냈다. 이제 델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데이터 인프라 공급자 자리를 차지했다. 델은 “세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7~8개월마다 두 배씩 성장한다”고 말했다.

56세 현역

델 테크놀로지스의 가치는 750억 달러로, 상장 폐지 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포브스의 추산에 따르면 막대한 레버리지 덕분에 델, 더반의 실버레이크, 공동 투자자들은 총 4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델의 개인 자산은 500억 달러로 늘었다. 여러 측면에서 사상 최대의 바이아웃 쿠데타를 설계한 주인공은 바로 델이었다.

델은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의론자들은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 델은 현금을 퍼부으며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 자산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렸다. 저렴한 이자 덕분에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자금 조달에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델은 금융에 해박하다. 절대 IT밖에 모르는 공돌이가 아니다.” 사모펀드 대기업 KKR을 공동 설립한 억만장자 조지 로버츠의 평이다. 레버리지 바이아웃의 선구자인 로버츠는 이 거래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로버츠는 “델은 적시에 회사를 다시 사들였다. 돌이켜보면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56세인 델은 초기 PC 시대의 창업자들 가운데 아직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최후의 IT 거물이다.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스티브 발머 등 델의 경쟁자들은 나이가 들어 은퇴했거나 자선사업, 아니면 하와이제도나 NBA 팀 등 트로피 자산으로 관심사를 바꿨다.

곧 델은 두 개의 상장기업에서 군림하게 된다. PC 및 IT 인프라 대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분사한 기업인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부문의 강자 VM웨어다. 두 기업 모두 관리 가능한 수준의 부채와 성장 및 인수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세일즈포스 설립자이자 델의 친구인 억만장자 마크 베니오프는 “모두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주목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델이 조용히 기업 IT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축적해왔음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PC 태동기에 마이클 델처럼 빛났던 기업가는 많지 않다. 1983년 델은 텍사스대 기숙사에서 최초의 PC를 미국인 수백만 명에게 판매한 회사를 설립했다. 표어는 ‘더 빠르게, 더 훌륭하게, 더 저렴하게’였다.

델은 어린 시절부터 갈고닦은 효율성과 능숙한 재정 관리를 무기로 초저가에 주문 제작 컴퓨터를 만들어 판매했다. 델은 13세 나이에 휴스턴에 있는 집에서 우표 목록을 책으로 만들고 경매에 붙여 우편으로 발송하는 사업을 통해 별다른 초기 자금 없이 무려 2000달러를 벌어들였다. 치과 교정사인 아버지 알렉산더와 주식 중개사인 어머니 로레인은 아들의 재능에 깜짝 놀랐다. 10대 때 델은 신문 구독을 권유했는데, 지역 기록 보관소를 부지런히 훑어서 신문 구독 가능성이 높은 신혼부부의 주소를 찾아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16세 때 애플 IIe를 구매해서 분해한 다음에 구조를 학습했다.

델은 1983년 텍사스대에 의대생으로 입학한 뒤 PC로 돈을 벌었다. 하드 드라이브와 메모리 칩을 들고 다니며 당시 막 생겨나던 PC 애호가들에게 판매했다. 1984년 1월에는 IBM 컴퓨터 지역 대리점이 너무 많은 재고를 떠안았음을 알게 됐고, 여분의 PC를 10~15% 할인가로 구매해 수익을 남겼다. 그해 4월까지 매달 8만 달러를 벌어들이다가 대학을 중퇴해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델은 IBM PC의 부품을 다시 조립하면 재고관리를 통해 비용을 4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혼자 고객을 상대하며 이메일과 전화로 주문을 받아서 PC를 조립하고 1~3주 내에 배송했다. 21세가 된 1986년에 델의 매출은 3400만 달러에 달했다. 1988년 7월 23세 나이로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 3000만 달러어치를 매도하며 백만장자가 됐다.

델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과 함께 IT 천재의 반열에 올랐다. 컴퓨터 산업을 주류로 만든 ‘오리지널 30세 이하 리더’ 클럽이었다. 1991년 당시 26세였던 델은 순자산 3억 달러로 포브스 400대 부자 미국인 중 한 명이 됐다. 구매자들은 델의 사용자 맞춤 설정, 서비스, 저렴한 가격을 좋아했다. 10년 동안 매출이 급등해 2000년에 델은 세계 최대의 PC 판매사가 됐고, 델의 지분은 160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이루는 토대가 됐다.

그때부터 제국에 서서히 균열이 생겼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델 자신이 시작한 PC 마진 경쟁이었다. 2004년 은퇴한 델은 금융위기를 앞두고 회계 스캔들과 랩톱 등 트렌드에 뒤처져 재정적 위기에 처한 기업으로 돌아왔다. 아이폰, 아이패드, 저가형 크롬북이 등장하면서 수익성이 더욱 하락했고, 시장은 델의 서버와 스토리지 사업을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델은 휘청거리며 인수에 140억 달러를 낭비했다.

2012년에는 PC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가 됐다. 델은 노키아 같은 공룡 기업과 같은 부류로 치부됐다. 공식을 바꿔야 했다. 델은 초기 델 PC에서 그랬듯이 자신의 회사에 새로운 장점을 더하여 다시 한번 가치 있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 델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며 “레몬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성공 방정식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델은 가족 사무소인 MSD 캐피털에서 수십억 달러를 가져와 경쟁이 치열한 사모펀드 바이아웃에 쏟아부었다. 초기 투자 가운데 하나는 실버레이크 펀드였다. 2012년 이 회사의 파트너 체제가 바뀌는 중이었고, 야심 찬 젊은이 이곤 더반은 대형 투자를 성사시키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더반은 그해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델을 찾아가 회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하와이에 있는 두 사람의 집이 회의 장소가 됐다.

델은 하와이 코나에서 산책하면서 회의를 하자는 데 동의했다. 델이 선호하는 회의 방식이다. 더반은 델의 소규모 자산에 대해 물을 계획이었지만, 산책을 시작한지 3분 만에 올인을 했다. 더반은 “그냥 상장 폐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회사가 너무 평가절하되어 있어서 우리 돈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당신이 빌 게이츠와 다른 점은 제품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델은 KKR의 친구 조지 로버츠와 통화한 뒤에 상장 폐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사진에게 IT 업계 최초의 초대형급 레버리지 바이아웃을 준비하라고 알렸다. IT 업계는 미사용 현금을 쌓아두기로 유명하다. 레버리지 바이아웃에는 정확히 그 반대의 자세가 필요하다.

2013년 바이아웃은 월스트리트에서 펼쳐진 격렬한 전투 가운데 하나였다. 칼 아이칸이 저항하는 주주들을 이끌었지만, 사실 델과 더반 외에는 델을 구매하려는 사람, 즉 PC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데 돈을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델의 저평가된 자산 덕분에 안전에 여유가 있다고 봤다.

“델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뛰어나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알맞은 방식을 택하는 능력이 있다”며 “수십억 달러를 무모하게 소진해버리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조건은 완벽했다. 델은 “남는 돈을 쌓아두면 자본이 저렴해지고 대차대조표에 막대한 현금이 쌓이겠지만, 자산의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며 “방정식을 뒤집으면 상식을 깨는 ‘부채가 많은 IT 기업’이 된다. 현금흐름만 예측할 수 있다면 이기는 전략이다.”

이곤 더반은 오스틴에 있는 델의 대궐 같은 저택에서 중요한 회의를 한 뒤 전용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요새 같은 주변 경계 때문에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 ‘성’이라고 불리는 집이다. 2015년의 성 금요일이었다. 두 사람은 대형 인수에 필요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EMC 코퍼레이션 임원들을 설득하는 중이었다.

EMC의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자회사, 세계적인 수준의 데이터 스토리지 사업은 경쟁사 휴렛팩커드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델은 수년 간 EMC에 공을 들여왔다. 2008년 금융위기 도중에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EMC의 규모가 큰 IT 부서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자산을 자신의 제국에 더하려는 것이었다. 낮은 주가는 인수 기회임을 나타냈다.

몇 달 동안 델과 더반은 세계 각지에서 EMC 임원들을 만났지만 인수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델은 EMC CEO 존 투치, 이사회 의장 빌 그린과 해리 유라는 EMC 임원을 초대하기로 했다. 투치의 은퇴가 다가오고 EMC의 지분을 대거 매입한 행동주의 투자사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회의를 서둘러야 했다. 델이 프리미엄 가격을 제시해 인수하는 것이 확실한 해법이지만, 더반과 델이 650억 달러를 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반과 EMC의 유는 실리콘밸리로 날아가서 거래를 협상했다. 유가 냅킨을 꺼내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EMC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의 강자 VM웨어 지분 81%였다. 나머지 19%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었고, 회사의 가치는 350억 달러였다. 상식적으로는 델이 EMC 전체를 현금으로 사야 했지만, 유는 EMC가 상장 거래되는 ‘트래킹 주식’을 통해 VM웨어 지분을 등록하는 방안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는 자신이 이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억만장자 금융 천재 존 말론을 찾아가기도 했다. 유는 냅킨에 줄을 그어가며 더반에게 델의 현금 인수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알려줬다. 착륙했을 때 더반은 델에게 전화를 걸어서 돌파구를 찾아냈다고 전했다.

9월 초 6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된 거래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델과 더반은 뉴욕시로 날아가서 로펌 스캐든 아프스의 복도에서 EMC 이사진을 기다렸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의 억만장자인 제이미 다이먼 CEO가 그들과 함께 있었다. 델은 자신에게 연 매출 750억 달러 기업을 이끌 에너지가 남아 있으며, 현금도 가지고 있다고 회의적인 EMC 이사진을 설득해야 했다.

EMC 이사진은 이사회를 마친 뒤 델을 초대했고, 더반과 다이먼도 따라갔다. 델은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텍사스식 말투로 자신이 회사의 문화를 지킬 것이며 회사를 망가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 회의적인 이사는 델의 진정성에 대해 물었다. “수십억 달러 자산이 있는데, 은퇴하고 해변으로 가서 쉬지는 않을까?” 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 쌍둥이 자식이 모두 대학에 가서 집에서는 할 일이 없습니다.” 델의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 뒤에 돈 얘기가 나왔다. 델에게 현금이 있을까? 이제 다이먼의 차례였다. 다이먼은 “돈은 있습니다”라며 “거래에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달 뒤 670억 달러 규모의 인수가 승인됐다. 델은 무려 500억 달러의 부채를 끌어들여서 투자할 만한 등급이던 EMC를 쓰레기 등급으로 만들었다. VM웨어의 53%를 대표하는 트래킹주식을 발행해 현금을 120억 달러 이상 절약했다.

다이먼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델의 진정성이나 싸워 승리하는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나는 가끔 신용 모델을 사용하는 사람을 놀리곤 한다. 중요한 건 누구와 파트너를 맺는지다. 델과 더반은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꾸준한 노력

냅킨 거래의 효과는 단지 돈을 절약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VM웨어는 JP모간과 전 세계 100여 개 은행이 대출에 참여한 사상 최대급의 담보였다. 델이 인수하고 수년 뒤에 VM웨어의 가치는 500억 달러로 급등했다. 덕분에 VM웨어는 델과 더반의 ATM이 됐다.

2018년 두 사람은 VM웨어에서 현금 90억 달러를 꺼내서 주주들의 트래킹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려 했다. 처음에는 주주들에게 달러당 60센트를 지불하려 했으나 엘리엇 매니지먼트나 칼 아이칸 등 델의 숙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이들은 델을 마이카벨리에 빗대며 이런 행동이 ‘전체주의’라고 비난했다. 결국 이 거래는 달러당 80센트, 총 140억 달러로 더 공정하게 재조정됐다. 이 거래와 함께 델은 회사를 델 테크놀로지스라는 이름으로 상장했다.

이 새로운 이름은 처음에 실적이 썩 좋지 않았다. 부채 더미에 올라앉은 델의 가치가 VM웨어의 이자를 제외하고 나면 0보다 작다는 사실이 주가에 반영됐다. 델은 VM웨어를 완전히 분사하는 쉬운 길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주주들도 만족하고 델은 더욱 부자가 될 것이었다. 시장이 오는 가을 마무리될 이 거래를 받아들이면서 델의 주가가 급등했고, 기업가치는 두 배가 되어 200억 달러로 치솟았다. 거래의 일부로 델은 VM웨어로부터 90억 달러 이상을 가져와서 바이아웃 대출과 수십억 달러의 담보 대출을 갚았다.

“델은 올바른 선택을 했다. 패를 아주 잘 활용했다”고 델의 주주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파트너 제시 콘이 말했다.

이제 델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한다. 레버리지 바이아웃 전까지 델은 회사 지분을 15.6% 보유하고 있었고 가치는 40억 달러 미만이었다. 금융공학의 기적으로 인해 델은 이제 델 테크놀로지스의 지분 52%, VM웨어의 지분 42%를 보유하게 됐다. 델이 보유한 델 홀딩스의 총 가치는 400억 달러다.

마크 베니오프는 “마이클이 회사 지분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보면 놀랍다”며 “이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의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이클 델이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로 압축된다. 델은 IT 업계가 중대한 순간에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읽어냈다.

팬데믹 도중 재택근무가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PC는 다시 부흥기를 맞이했다. PC 판매 시장 규모는 지난 분기 20% 증가한 133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아마존 웹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는 그토록 성공을 거뒀음에도 IT 세상을 지배하지는 못했다. 기업들은 AWS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중요하거나 오래된 데이터는 온프레미스 IT 인프라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보관한다. EMC를 인수하면서 델은 IT 부문의 최대 성장 시장인 데이터센터 인프라 서비스 분야의 강자가 됐다.

델은 장비를 기업에 판매하고 그 관계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추가하기를 즐겨왔다. 현재 델은 데이터 저장장치, 서버, ‘초융합’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이다. 북미 최대의 데스크톱 컴퓨터 및 모니터 판매회사이기도 하다. 이제 델은 자신의 입지를 활용해 기업의 IT 요구 사항을 하나로 통합해 제공하고자 한다.

델은 대기업, 중간 규모 기업에 영업을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이미 귀사에 필요한 20가지 제품 가운데 8개 제품을 저희 회사에서 구매하고 계십니다. 20가지를 전부 구매하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그만한 가치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델이 최근 출시한 에이펙스는 한층 더 매력적인 제품이다. 고객의 사용을 바탕으로 데이터 및 클라우드 관리 구독을 제공한다. 한때 들쭉날쭉하던 매출이 반복 서비스가 되면서 사용량 증가에 따라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킨다. 회계연도 2021년 1월 기준 매출 940억 달러, 운영 현금 흐름 130억 달러를 기록한 에이펙스는 향후 글로벌 GDP의 두 배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델은 가장 큰 기회는 ‘에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생성되는 위치와 가까운 곳에서 관리하는 개념을 뜻한다. 에너지, 교통, 의료, 통신 인프라가 디지털화되면서 델은 이런 ‘에지’의 수요가 매년 17%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델은 “가트너는 전체 데이터의 75%가 5년 내에 에지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기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시대를 준비하면서 5G 인프라, 버추얼 데스크톱 등 통신 장비 부문이 성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델은 올해 부채 160억 달러를 상환해 투자 등급 평가를 획득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어음 시장에 복귀해 대출 부문을 성장시키고, 더 많은 고객에게 자금을 지원해 휴렛팩커드 등 경쟁사로부터 점유율을 가져오려는 것이다. 여기에 마이클 델 제국의 왕관인 VM웨어가 있다. 분사가 완료되고 나면 VM웨어는 자체적인 길을 가면서 인수를 계획할 것이다. 델은 5년 규정이 충족되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게 되는 노동절 이후까지 기다릴 심산이다.

델은 “머지않아 초대형 거래가 있을 테니 기다려야 하냐고요? 아마 아닐 겁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무수히 많은 크레인이 하늘을 수놓는 오스틴에서 델은 IT 업계의 정점을 다시 차지하고 있다. 델의 아내 수잔은 낮은 세금과 더 높은 삶의 질을 찾아 오스틴을 떠난 실리콘밸리 CEO들을 다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본금 18억 달러(배분: 22억5000만 달러)와 190억 달러의 투자 기업 및 가족 사무소를 바탕으로, 이들은 급등하는 시장을 활용해 기업을 공개한 신흥 IT 억만장자들의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다.

델이 은퇴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델은 플로리다 보카 레이튼에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다. 델은 “지루해서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베이조스, 게이츠, 엘리슨 등 다른 동료들이 이타주의, 쾌락주의, 우주여행의 쾌감을 좇아 떠났지만 델은 계속해서 업계에 머물 생각이다. 델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델의 대담한 거래

마이클 델은 자신의 데날리 홀딩스로 2016년 존 투치 CEO가 운영하는 EMC를 670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절묘한 솜씨를 발휘했다. EMC는 VM웨어의 지분 81%를 보유하고 있었다. 델은 VM웨어의 지분 53%(클래스 V 주주)에 대한 트래킹주식을 발행해 칼 아이칸, 폴 싱어의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델과 이곤 더반의 실버레이크는 나머지 28%를 보유했다. VM웨어는 델이 EMC를 인수할 때 대출한 500억 달러의 담보가 됐다. JP모간의 지미 리와 제이미 다이먼이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 어린 시절의 IT 거물들 (왼쪽부터)1992년 애리조나에서 열린 PC포럼에 참석한 빌 게이츠가 당시 27세였던 델,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설립자 빌 조이와 대화하고 있다. 프레딕션 컴퍼니의 도인 파머가 영향력 있는 TI 뉴스레터 편집자이자 콘퍼런스 주최자인 에스터 다이슨과 대화하고 있다.

- ANTOINE GARA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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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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