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암호화폐는 목적이 아닌 수단 

 

암호화폐는 플랫폼에 새로운 가치와 유동성을 공급해 지속적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활용돼야 한다.
최근 테라 사태로 암호화폐 업계가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신뢰를 크게 잃었다. 필자는 서비스 및 플랫폼이 소신 있고 정확하게 돌아가는 암호화폐 외에, 탈중앙화 금융을 표방하는 일부 암호화폐나 코인 발행 자금이 사업의 목적인 대다수 암호화폐는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문제점을 얘기해보겠다.

첫째, 암호화폐 발행인들은 탈중앙화 금융(DeFi)을 얘기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국가의 통제를 떠나서는 살 수 없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금융·조세 관련 기관은 기존 법정화폐의 가치를 훼손하도록 방관하지 않는다. 둘째,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거래를 관리하는 인력 대다수는 정보기술(IT) 전문가이지 금융 전문가가 아니다. 공급과 수요를 조정하는 중앙 알고리즘을 단기간에 비전문가가 설계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다. 셋째, 블록체인은 해킹할 수 없다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수시로 해킹을 당한다. 문제는 중앙화 거래소의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는 핫월렛이지만, 탈중앙화 거래소만 이용하면 거래 속도와 유동성이 떨어진다. 이 부분은 언젠가 해결되겠지만 각국 국세청에서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넷째, 익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기업이 보유하는 암호화폐는 내부 관리 및 횡령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테라폼랩스의 직원 한 명이 법인 소유의 비트코인을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유사한 문제가 수시로 터지고 있다. 엑시인피니티도 수천억원대 해킹을 당했고, 미 재무부는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암호화폐, 즉 코인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 화폐의 3가지 기능은 교환의 매개 수단·가치 저장의 수단·가치 척도의 단위이다. 대다수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려 하고 있지만, 시기상조로 보인다.

현재의 암호화폐는 교환의 매개 수단이나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 일부 기능을 할 수 있으나, 변동성이 워낙 커 가치 척도의 단위로는 아직 터무니 없는 얘기다. 이런 단점 때문에 암호화폐가 기존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수단적 역할은 새로운 가치와 유동성을 플랫폼에 공급하여 선순환 구조를 형성함과 동시에 지속적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암호화폐가 플랫폼에서 활용하고 있는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대체하고, 정량화되지 않은 가치를 유동화하며 사용자 및 고객의 편리성과 부가가치를 얻는 데 초점을 맞추는 등 현실 가능성 높은 부분들부터 구현해나간다면, 더욱 성숙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스캠성의 ‘선발행 후플랫폼’ 코인들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이승주 TDI 대표

202207호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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