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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인정할 때, 문제해결이 시작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명확하게 기준을 정했고,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면 문제를 인정하는 일은 어려울 수 없다.
일하다 보면 “그래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마주할 때가 있다. 우리가 새롭게 출시한 서비스는 잘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지금 건강한가, 여러 팀의 이니셔티브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가. 같은 상황을 보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문제가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확실히 존재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좁혀진다. 상황에 대한 정보를 비슷한 수준으로 갖고 있지 않거나, 문제의 기준을 다르게 정의했기 때문이다.

상황 인식에 대한 온도 차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배경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참여자들이 문제를 둘러싼 배경지식을 유사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기초로 숙의하는 것이다. 이게 자연스럽게 이뤄지려면 상황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평소에 과하다 싶을 만큼 이야기를 나누고, 구성원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가능한 열어두고, 그런 정보가 조직 안에서 잘 흘러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중요한 의사결정의 맥락이 담긴 회의록을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특별한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게 하거나, 회의록 전문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한 내용을 요약하여 간명하게 다시 전달하거나, 서비스 현황을 누구나 자주 볼 수 있게 업무 공간 곳곳에 디지털 대시보드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일 등이다.

기준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조금 더 단순한 문제일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 방향으로 열심히 해보죠’는 충분한 게 아니다. 현재 팀 현황과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포함한 제약 안에서 언제까지 어느 정도를 달성하면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을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다르게 이해할 여지가 없지 않겠는가.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실패의 기준이다. 늘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는 기업 활동의 특성상, 꼭 회사가 망해야만 실패하는 게 아니다. ‘그것’을 충분하게 달성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그것을 위해서 하지 않기로 했던 ‘다른 것’의 기회비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명확하게 기준을 정했고,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면 문제를 인정하는 일은 어려울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문제를 인정하는 바로 그 순간, 문제해결이 시작된다.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202207호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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