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가 시작되면서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법인의 성과지표와 결산을 낼 생각을 하니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을까 싶다. 특히 나의 2022년은 2021년보다도 더 빨리 삭제된 것 같다. “20대엔 인생의 속도가 시속 20㎞라면, 50대엔 시속 50㎞로 간다”라고 하시던 부모님 말씀처럼….가끔 내 시간보다 다른 사람의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다 보면 지루한 일을 할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 때도 있다. 군대 간 친구가 벌써 전역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란 적도 있었고.‘천문학적 시간’이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으로 하루, 한 달, 1년을 정하는 시간이라면, ‘생물학적 시간’은 사람의 세포가 죽고 사는 것에 따라 정해진 각자의 수명이다. 천문학적 시간과 생물학적 시간은 제한되어 있어서 개인이 바꾸기 힘들다. 좋은 음식과 건강을 강화하는 의약품, 의학기술이 발달해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모든 생명에 끝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심리학 학사 시절, 나는 시간과 관련된 간단한 실험들을 설계해볼 수 있었다. 두 그룹으로 나눠 빨리가는 시계와 느리게 가는 시계를 두었다. 빨리가는 시계를 놓아 의도적으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조작한 그룹에 속한 실험자들은 느리게 가는 시계가 있었던 그룹보다 동일한 과제를 ‘더 재밌다’라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재밌는 일에 몰입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이처럼 ‘심리학적 시간’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기에 잠재력이 무한하다. 한 시간이 60분, 하루가 24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평균수명이 80년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80년보다 짧게 또는 길게 살 수 있다.같은 80년의 삶이 주어져도 40년의 가치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40년의 삶이 주어져도 100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짧게 살면서도 오래 사는 방법은 심리학적 시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렇게 주관적인 시간을 학자들은 ‘카이로스의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