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돌아가지만 더 빠른 길 

 

당장의 조급함을 채우기보다 긴 호흡과 안목에 집중하는 게 좋다. 돌아가는 길이 때로는 더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마음이 급할 때 지름길을 찾아보곤 한다. 어떻게든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분기가 끝나기 전에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내려고, 혹은 하루아침에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을 때 말이다. 흥미롭게도, 그렇게 애써 찾아낸(찾아냈다고 생각한) 지름길이 실상은 우리를 목적지까지 빠르게 데려다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왜 그럴까?

거리가 짧은 경로라도, 그 길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마주해 오히려 시간을 더 허비하기 쉬운 까닭이다. 퇴근 시간대 도로를 생각해보면 쉽다. 대로변을 따라 직진하는 게 제일 빠를 것 같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길이기에 느리게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골목 사이사이로 가면 막히지 않아 조금 돌아가더라도 더 일찍 도착하지 않던가. 좋은 방법이 내 눈에 보였다면 상대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길이 아이러니하게도 더 안 좋은 경우가 있고, 먼 거리를 돌아가도 가장 먼저 도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급할수록 잠시 멈춰서 ‘멀리 피해 돌아가지만, 사실은 가장 곧은 길(우직: 迂直)’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업을 시작했던 10여 년 전을 되돌아보면, 그때는 의욕이 넘친다는 핑계로 나 자신과 동료들을 몰아붙이거나 중요한 결정을 잘못 내릴 때가 종종 있었다. 서비스 초창기에 시장 반응을 보고(당시엔 과감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영업 인력을 한두 달 사이에 세 배 이상 늘린 일이 그중 하나다.

서비스가 고객에게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데, 당장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영업력을 늘리는 투자를 우선시한 것이다. 서비스 품질이 더 높아졌을 때 영업 인력을 늘려도 좋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는 모두 열심히는 했어도 소득은 생각보다 적은 상황을 마주했다. 조급한 마음에 지름길에 천착하는 서툰 사장의 모습이었으리라.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함께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가령 다이어트를 할 때는 ‘자는 중에도 살이 빠진다’는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기보다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며 늘 과식하지 않는 것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더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이번 분기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음 분기 기회를 헐값에 당겨쓰는 무리수를 두기보다, 반 발씩 빠르게 다음 분기를 위한 기회를 심는 일에 힘쓰는 것이 더 빠른 성장으로 가는 경로가 될 테다.


나아가, 탁월한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일 빠른 길은 기실 누구보다 ‘거울에 보이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보인다. 결국 리더의 그릇 크기만큼만 인재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202211호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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