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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11)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 

만인을 위한, 만인이 쓰는 인공지능(AI)을 꿈꾸는 청년 

김영문 기자
AI란 단어는 이제 기술 부문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쓰인다. 그래서 투자업계는 AI 기업을 더 까다롭게 평가한다. 최근 투자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평가 기준은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이 와중에 한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슈퍼브에이아이’가 2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사용자 입장에서 AI를 도입하는 게 왜 어려운지부터 파고든 덕분이다. 박진호 대표는 사용자 입장에 서서 11번째 인터뷰이로 김현수 대표를 마주했다.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는 AI 도입 최대 난관인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자동화하는 플랫폼 ‘스위트’를 시장에 내놨다. 스위트를 활용하면 기존보다 최대 8.3배 빨리 고품질의 데이터 세트를 구축할 수 있다.
“이제 마케팅업계에서도 인공지능(AI)이 화두입니다. ‘AI 마케팅’이란 말이 정말 흔해졌어요. 실제 독일 스포츠패션 브랜드 아디다스도 AI 모델을 가지고 소비자 3억 명에 대해 1만 가지 넘는 속성을 분석해 고객 한 명이 3개월 이내에 운동화를 살 확률을 계산한다고 하잖아요. 순간 드는 생각이 ‘3억 명의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분류했지?’였습니다. 비단 마케팅 분야에서만 느끼는 바는 아니겠죠?”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가 지난 10월 13일 서울 강남에 있는 슈퍼브에이아이(Superb AI) 사무실에서 김현수 대표를 만나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김 대표의 대답이 이어졌다.

“맞습니다. AI 업계의 고질적인 난제가 ‘데이터’죠. 정확히 보셨어요.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먼저 AI가 각종 데이터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합니다. 최근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이라고 하잖아요. 그림이나 영상에서 사물이나 사람 등을 객체별로 따주고 라벨을 붙이는 일입니다. ‘데이터 라벨러’라는 직업도 생겨났는데, 아시다시피 3억 명의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라벨링한다는 게 쉽지 않죠.”

슈퍼브에이아이가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에 주목한 이유다. 김 대표는 “사실 사람이 하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100% 자동화 솔루션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며 “AI 개발자들이 전체 업무의 80% 정도를 데이터 준비 작업에 할애하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 작업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주면 기업이 AI 활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김 대표는 AI를 좀 다르게 활용하고자 한다. 아직까지 AI는 단순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현실 탓이다. 그가 보는 건 좀 더 ‘스마트’한 AI다. AI 하면 늘 머신러닝과 딥러닝 차이가 따라 나오는 이유다. 둘 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가지고 기계학습을 하는 방식인데, 차이가 있다. 머신러닝은 엔지니어가 약간 개입해 조정해야 하지만, 딥러닝은 자체 알고리즘 신경만으로 정확성 여부를 판단한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손전등을 가지고 머신러닝 모델로 프로그래밍한다고 가정했을 때, 누군가 ‘어둠’이란 단어를 말하면 손전등이 켜지는 식으로 이를 계속 학습하면 그 단어가 포함된 구절을 인식하면 불이 켜진다”며 “딥러닝 모델로는 ‘안 보여’ 또는 ‘스위치가 안 켜져’라는 말이 있어도 빛 센서로 불을 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딥러닝이 인간이 결론을 내리는 방식과 비슷한 논리 구조를 사용한다고 해서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을 쓴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도 여기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는 딥러닝이 분명 유리해 보인다. 이 때문에 산업계도 딥러닝 AI 모델을 선호한다. 제조업계의 제품 판별, 보안 위험물 인식, 유통 분야에서 상품을 인식하는 수준도 머신러닝을 훨씬 뛰어넘는다. 문제는 오류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양질의 ‘학습 데이터 세트(Training Data Set)’가 필요하다. AI는 이미지, 소리, 텍스트 등 인간보다 훨씬 많은 표본을 학습하고 분석·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래서 AI 개발은 데이터 수집, 라벨링, 학습, 분석, 서비스 배포, 적용 순으로 단계를 거친다”며 “하지만 대다수 AI 도입 기업이 라벨링에서 에너지를 다 써버려 AI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이 문제를 늘 고민했고, 김 대표는 라벨링 부담을 덜어주고자 슈퍼브에이아이를 차렸다.

사실 김 대표는 AI 업계에서 몇 년 전부터 유명해졌다. 김 대표는 이미 2020년 미국 포브스의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포브스코리아와도 인터뷰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21년 5월엔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4기 최연소 민간위원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11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가 발간하는 세계적 정보기술(IT) 전문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한국 35세 미만 최고 혁신가’ 13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1999년부터 매년 선정한 ‘최고 혁신가’에는 래리페이지 구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의 새 이름) CEO 등도 포함돼 있다. 한국 수상자로는 김 대표가 처음이다.

김 대표는 앞서 말한 기업의 데이터 라벨링 부담을 줄여주고자 플랫폼 ‘스위트(Suite)’를 개발했다. 스위트는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구축, 관리, 분석 등 모든 관련 작업을 통합해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그는 “AI 개발에 필수적인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할 때 데이터 시각화와 분석을 돕는다”며 “데이터 라벨러, 프로젝트 관리자, AI 리서치 엔지니어들이 서로 내용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직관적인 UI·UX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스위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머신러닝 오퍼레이션(MLOps)·데이터옵스(DataOps)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적 성과를 만들고, 총 10건의 미국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스위트의 가능성을 알아본 투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지난 9월 21일 22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1차 펀딩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월 시리즈 A 투자에서 110억원을 유치한 이후 1년 반 만에 시리즈 B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이로써 슈퍼브에이아이가 지금까지 받은 총투자금액은 약 360억원에 달한다. 올해 시리즈 B 투자에는 기존 투자자인 프리미어 파트너스, 미국 듀크대학교, KT 인베스트먼트 등이 추가 출자했으며, 신규 투자자로는 산업은행, KT&G,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만도의 모회사 한라그룹 등이 참여했다.

투자업계만큼이나 박 대표도 슈퍼브에이아이에 관심이 많았다. AI와 데이터에 대한 궁금증을 끊임없이 풀어내는가 하면 김 대표가 걸어온 길도 꼼꼼하게 다시 체크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스위트에서 데이터를 손에 넣어 대중의 욕구를 파악하고 시장의 패턴을 읽으려 할 것”이라며 “현업에서 보면 글로벌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아니 골목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나조차도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데이터를 찾는 입장에서 AI 플랫폼 스위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태블릿 PC 메모장에 빼곡히 적은 내용을 되짚어가며 질문을 이어갔다.

나도 대학원에서 AI 과정을 들었다. 이전에는 그저 만능인 기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능력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듯했다. 예를 들어 어느 동물의 특징을 미리 인식한 AI가 초콜릿이 박힌 빵을 보고도 그 동물이라 인식하는 에러도 꽤 있어 보였다. 결국 양질의 데이터로 제대로 학습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만큼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구축하고 가공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과 자원은 한정돼 있다. 실제 나도 창업 전에 대기업에서 AI 연구개발자로 일했는데, 알고리즘 개발보다 데이터 라벨링에 매달리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실제 현장에서 여러 사람이 AI 개발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엑셀, 자체 개발한 라벨링 툴 등이 서로 다르거나 합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다. 자연스레 데이터 품질은 떨어지고, AI는 ‘섬세하지 못한’ 학습을 이어가면서 오류를 범하고,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도 문제가 생긴다.

좋은 또는 양질의 데이터라는 게 대체 뭔가.

정확도와 편향성 여부, 두 가지 측면에서 따져봐야 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다양한 자동차를 라벨링한다고 치자. 자동차를 사람이라고 태깅(라벨링)하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라벨링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가 편향적인 것도 문제다. 고속도로 영상이나 이미지가 화창한 날씨에 대낮만 찍힌 데이터만 있다면,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나 밤길, 비포장도로 같은 곳에서 자율주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창업하기 전 SK텔레콤 T브레인에서 리서치 엔지니어로 일하며 직접 느낀 바다. 자율주행 데이터 세트를 구축할 때 한국의 교통 상황이나 신호체계 등이 해외에서 수집된 것과 달라 실정에 맞는 도로 데이터부터 다시 수집하고 라벨링해야 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만든 AI 개발 자체가 비효율을 거듭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던 셈이다.

미국 듀크대에서 전자공학과와 생명공학과를 수석 졸업했고, 컴퓨터공학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입학했다고 들었다. 보통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면 글로벌기업에서 일하거나 현지에서 창업을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학원 1년을 마치고 SK텔레콤에 입사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2016년이었을 거다. 당시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AI와 인간의 대결에서 이세돌이 1승 4패로 졌지만, 한국에서 AI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SK그룹 등 다수의 한국 대기업이 AI를 연구소를 차리면서 대거 투자에 나섰다. 미국 대학에서 AI 연구하던 한국 유학생은 거의 다 제안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 박사를 마치면 한국에서 일할 기회가 더는 없을 거 같아 첫 직장으로 SK텔레콤을 택했다. 이곳 T브레인 부서에서 자율주행 차, AI 스피커, 게임 AI 알고리즘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그렇게 SK텔레콤에서 2년을 일하고 불현듯 창업을 결심했다. 미국 박사과정에 다시 돌아가지 않았고, 창업도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사실 SK텔레콤에서 많이 배웠다. 당장 상업화가 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AI 개발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 늘 AI 개발과정의 비효율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마침 당시 창업 열풍이 불면서 직장 근처 공유오피스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해 일했고, 그 모습을 지켜봤던 나를 비롯한 같은 부서 동료였던 공동창업자 5명도 주말마다 공유오피스에서 ‘해결 방법’을 고민했다. ‘파편화돼 있고 비효율적인 AI 개발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까’, ‘데이터 라벨링 과정만이라도 자동화하면 많은 기업이 AI 도입에 나설 수 있을 텐데’, ‘글로벌기업도 AI를 도입하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며 머리를 맞댔다. 일단 우리는 AI 개발 문제를 데이터로 정의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공동창업자 면면이 대단하다. 이정권 CTO는 논문 피인용만 약 10,000회에 달할 정도로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 연구자이고, 이종혁 공동창업자는 국제대회 수상 이력을 가진 ‘프로그래밍 천재’로 불린다. 차문수 공동창업자도 인공지능 연구, 웹 개발, 기술 인프라 등 전 분야를 커버하고, 이현동 공동창업자도 20대 초반부터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직접 일군 천생 사업가라고 들었다.

그렇다. 모두 대기업에서 AI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같은 것을 보고 느꼈기 때문에 공동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개발자들도 AI를 개발하면서 데이터를 구축하고 가공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게 불편했을 거다. 창업 전에 공유오피스에서 모여 각자 쓴 이미지와 컴퓨터 비전, 영상인식 등에 관한 논문을 펼쳐보며 치열하게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창업을 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AI 개발을 논해야 할지도 말이다. 그러다 거의 모든 분야가 ‘데이터’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한 발 물러서서 어떤 분야에서도 쓸 수 있는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 플랫폼을 구상했다.

슈퍼브에이아이, YC 졸업한 7번째 한국 기업


막강한 공동창업자 덕분인지, 창업 후 1년도 안 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았다. 2019년 초 스타트업계 명문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이하 YC)를 졸업한 7번째 한국 기업이라고 알고 있다. 매년 YC에 지원해 입성하는 기업이 2%도 채 안 된다고 들었다. 어떤 경험이었나.

2018년 10월에 지원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우리는 그해 4월에 창업 후 6개월 만에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매출도 어느 정도 나오고 있었다. 초기에는 몇몇 기업에서 데이터를 넘겨받아 우리 알고리즘으로 태깅해 넘겨주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했다. 별다른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내 SNS 계정으로 제안이 들어와 이런 사업 경험도 있겠다 싶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AI 개발 열풍이 불었고, YC도 관심을 가졌던 아이템이었다. 선정되고 나서 3개월간 YC에 있었는데, 이때 사업을 꾸려가는 기법보다 철학과 장기적인 목표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10년 후 어떤 회사가 돼 있을 것인가’, ‘1조원짜리 회사가 될 계획을 A4 용지 한두 장으로 써라’ 같은 과제가 많았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슈퍼브에이아이 모습은 아주 달라졌지만, 우리가 어떤 지향점을 두고 가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미국 투자까지 유치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2019년 3월 YC를 졸업하고 YC, 미국 듀크대학교, 뮤렉스파트너스, KT 인베스트먼트, 페가수스테크벤처스 등 실리콘밸리와 한국 투자자로부터 초기 시드(seed) 자금으로 25억원을 투자받았다. 특히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이 AI 분야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설득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미국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중국이 오히려 AI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았고, 한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소했다. 실제 선례가 없어 우리도 답답했지만, 한국은 실력파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으면서 잠재적인 기업 수요가 많은 나라라고 끊임없이 설득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데이터 라벨링 그 자체보다 이를 뛰어넘는 장기 비전을 갖추면 좋겠다는 조언과 함께 투자를 결정했다.

이미 미국 사무소를 열고 활동 중이라 들었다.

그렇다. 창업하고 6개월 만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테오에 사무실을 냈다. YC에 지원했을 때와도 맞물린다. 지금은 한국 기업도 스위트를 많이 쓰지만, 당시만 해도 전 세계 AI 기술 기업은 거의 다 실리콘밸리에 있었다. 사업을 하려면 이들과의 기술적 협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미국 서부, 동부 곳곳에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수시로 화상회의를 하며 정기적으로 현지에서 모이고 있다.

외국인 직원이 많이 늘었는데, 직원들끼리 소통은 어떻게 하나. 역시 영어를 잘해야겠다.

최소한 소통하는 데 언어가 장벽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최근 통번역사를 고용해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미국 직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했다. 물론 팀장급들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없는 분들로 구성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므로 미국 현지 직원들과 긴밀한 소통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이 스위트를 쓰면 데이터 라벨링을 100% 자동화할 수 있나.

사실 완전 자동화 라벨링은 불가능하다. AI 데이터 라벨링의 자동화는 AI가 스스로 100% 태깅하고, AI가 AI를 만든다는 의미다. 언젠가는 이런 시기가 올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어려운 얘기다. 그래도 스위트를 쓰면 AI 개발 기간을 최대 10배 정도까지 단축할 수 있다. 이렇게 절약한 에너지를 AI 개발 뒷단에 있는 알고리즘 고도화에 집중하면 된다. 간혹 스위트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자동화된 머신러닝 정도로 이해하거나 데이터 라벨링을 에디팅하는 툴을 만드는 곳으로 이해하는 기업이 있지만 이건 데이터가 있을 때 모델 학습만을 자동화한 거다. 데이터 구축 과정의 ‘비효율’은 여전한 셈이다. 우리가 스위트를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구축, 관리, 분석 전 과정을 지원하는 올인원(All-in-One) 플랫폼으로 만든 이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AI 개발 기간을 줄여줄 수 있는지 예를 든다면.

데이터 라벨링 자체가 원래 100% 사람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이걸 AI 개발진이 관련 분야에 맞춰 스위트 AI 플랫폼을 가르친다. 어떤 사물 형태가 영상이나 이미지에서 보이면 이렇게 태깅해야 한다는 걸 AI가 학습하도록 보여주는 거다. 그럼 스위트가 영상과 이미지를 분석하며 태깅을 시작한다. 정확하게 찍힌 것뿐만 아니라 흔들리거나 기울어진 이미지도 학습시켜 태깅 영역을 확대한다. 더불어 AI 개발진에게 라벨링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알려준다. 예를 들어 데이터 라벨링 도중 ‘트럭 인식이 차선 변경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알림이 뜬다. 기존에는 라벨링 작업 후 모델 학습에 들어가서야 이런 문제가 발견돼 부족한 데이터를 보충한 후 다시 학습해야 했다.

그럼 AI를 도입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슈퍼브에이아이를 찾으면 되나.

그렇긴 한데, AI 모델 자체를 개발해달라고 하는 기업들의 요청은 정중하게 거절한다. 우리가 데이터 라벨링 자동화를 꺼낸 이유 역시 AI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업계에 쌓인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업계 전문지식)를 투여하려고 고민 중인 기업과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다. 우리가 데이터 라벨링 회사가 아니라 AI 개발 플랫폼 회사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플랫폼 위에서는 어떤 기업이든 데이터를 좀 더 쉽게 라벨링하고 딥러닝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분석·보관하고 관리하는 데 중심을 둔다면, 딥러닝 모델을 학습하거나 배포하는 방향성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AI를 도입하는 기업 몫이다. 최소한 기업이 왜 ‘AI’를 도입하려고 하는지, 도입해서 무엇을 최적화하려고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최소의 데이터로도 충분히 좋은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맞다. 스위트가 추구하는 AI 자동화 알고리즘의 핵심이기도 하다. 처음 AI 개발에 나섰을 때 라벨링된 데이터가 없다면 최소의 데이터는 수작업으로 정리해 학습시켜야 한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토대로 어떤 데이터를 더 추가해야 하는지 분석할 수 있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AI로 추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한다.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데이터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AI가 처리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AI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면.

크게 확장 가능성(Scalable), 유연성(Flexibility), 한계비용 체감(Compounding) 등 세 가지를 꼽는다. AI 기술은 무조건 좋은 데이터가 많아야 기술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쌓이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음으로 AI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계속 바뀌고 진화하기 때문에 기업은 늘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라벨링부터 AI 서비스 등에 필요한 경제성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펼쳐질 메가트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모든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것이다. 사실 AI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지금 업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AI를 홀대하는 기업은 감히 미래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한국 시장에서 AI에 대한 이해도가 몇 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업계에 쌓인 노하우를 AI로 풀어 그간 놓쳤던 부분까지 잡아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하고자 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만능은 아니지만, AI를 잘 이해하고 다룰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무기로 삼을 수 있다고 믿는다.

궁극적인 목표가 뭔가.

지금은 데이터 라벨링을 자동화할 수 있는 스위트를 밀고 있지만, 진짜 내가 고민하는 건 AI 개발 생태계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거의 모든 기업이 AI 도입에 나설 것이란 확신에서 비롯됐다. 그때가 되면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비교적 쉽게 AI 개발·도입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어떻게 하나. 우리 미션이 AI 기술 장벽을 낮추는 데 있는 까닭이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세계 최대 오픈소스 코드 커뮤니티 ‘깃허브’에 들락거리듯, 우리도 전 세계 AI 개발자가 드나드는 AI 개발의 산실이 되고 싶다.

※ 박진호는… 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동하 객원기자

202211호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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