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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게임의 왕좌 40] 불황 극복과 확장의 한 수 

 

이진원 기자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새로운 성장 공식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누렸던 특수가 끝났고 신작 발표에 따른 반짝 실적은 이제 한정적이다. 게임사 불황기로 일컬어지는 최근, 여전히 많은 게임사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공격적인 투자와 합종연횡을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서는 곳도 있다. ‘대한민국 게임의 왕좌 40’에 선정된 게임사들의 실적과 함께 성장전략을 순위별로 살펴봤다.

▎비디오게임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HBO 시리즈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대규모 곰팡이 감염으로 인해 호스트가 좀비 같은 생물로 변하고 사회가 붕괴되는 팬데믹 상황을 그렸다. 평론가들로부터 “비디오게임의 최고의 각색”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2023년 1~3월까지 시즌1 6개의 에피소드는 평균 30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했다.
게임 지식재산권(IP) 세계관을 영상 콘텐트로 확장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HBO max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가 최근 박스오피스 순위와 스트리밍 차트를 지배하면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계에서 게임발 콘텐트 돌풍이 뜨겁다.

게임 IP를 확장해 성공하는 사례가 거듭되면서 테크 기업, 콘텐트 미디어, 게임사 간 합종연횡이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 게임산업의 주요 트렌드로 ‘빅테크의 인수합병(M&A)’과 ‘게임 플랫폼 다양화’가 제시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넷플릭스는 지난 2022년에 게임 ‘던전보스’의 제작사 보스파이트 엔터테인먼트와 핀란드의 넥스트게임즈를, 2021년에는 게임 ‘옥센프리’ 제작사 나이트스쿨스튜디오를 인수했다. 게임사 간 인수합병도 이어졌다. 지난 4월 일본 게임사 세가는 ‘앵그리버드’ 제작사 로비오를 7억76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테이크투는 지난해 징가를 127억 달러에 인수했다.

공격적인 M&A 전략은 다양한 게임 유저를 콘텐트 소비자로 유입하고 플랫폼 구독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정KPMG M&A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이동 부대표에 따르면, 게임사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의 핵심 역량은 무형자산인 콘텐트와 IP에 좌우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콘텐트의 가치를 연결해 다수의 선을 형성하고 선이 만드는 큰 그림을 그려내는 ‘링킹닷츠(Linking dots)’ 전략이 주효하다.

국내 게임사들의 가치가 단순히 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상으로 점점 높아지는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게임사에 대한 관심은 기존 게임 유지나 신작 성공이 아니라 신시장 진출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2023 대한민국 게임의 왕좌 40’은 국내 상위 게임사의 2022년 재무정보와 지난 3년간 경영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했고, 그들의 성장 전략도 살펴봤다.


1위는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가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 2조4015억원, 영업익 57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만 보면 2위 넥슨코리아가 2조5040억원으로 엔씨소프트보다 더 컸으나 영업이익과 임직원 수에서 우위를 점해 1위에 올랐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블록체인 개발사에 투자했다. 레이어1 블록체인 수이(SUI) 개발사 미스틴랩스에 1500만 달러(약 207억원)를 투자했다. 엔씨소프트는 미스틴랩스 생태계 내 웹3 게임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올해 북미와 유럽에 출시 예정인 리니지W에 블록체인 기반 대체불카토큰(NFT)을 적용한다. 리니지,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W 등 기존 게임에 대규모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진행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2위 넥슨코리아는 다수의 ‘효자’ 게임 라인업 덕분에 불황에 휩쓸리지 않고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대표작인 메이플스토리와 피파온라인4, 던전앤파이터가 견고한 실적을 유지한 덕분이다. 여기에 스테디셀러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신작 던전앤파이터모바일, 히트2도 흥행했다. 수익성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영업익은 4808억원으로 상위 경쟁사보다 적은 편이지만 영업이익 3년 연평균성장률(CAGR)은 39.55%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향후 넥슨이 추진해나갈 성장전략의 한 축은 ‘블록체인’이다. 넥슨은 현재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라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 신작을 다수 개발 중이다. 원활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글로벌 블록체인업체 ‘폴리곤’과도 협업하고 있다.

넥슨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와 [어벤저스: 엔드게임] 등을 제작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AGBO지분 11.21%를 추가로 매입해 최대 주주(지분 49.21%)로 등극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영화 [기생충] 제작사로 유명한 ‘바른손이앤에이’와 협약을 맺었다. 넥슨은 장항준 감독의 신작 영화 [리바운드]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3월에는 아프리카TV와 제휴를 맺고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3위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7677억원, 영업익 7378억원을 기록했으나 3년 CAGR은 -300.72%였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흥행 부진,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의 매출 감소 등 악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은 최근 미국 하이브리드 엔터테인먼트사 ‘트리오스코프’에 투자했다. 트리오스코프는 라이브 액션, CG 등을 결합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주목을 받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넷플릭스와 쇼타임, CBS 스튜디오 등과 함께 대형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


4위 네오플은 넥슨코리아 자회사로, 매출 9513억원을 올려 1조 클럽에서 탈락했지만 영업익 7556억원으로 업계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에는 한국과 중국에서의 매출 증가가 반영됐다. 중국 매출은 네오플의 주력 게임 던전앤파이터가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중국 지역 매출은 74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한편, 네오플은 ‘던파’ IP 확장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발표된 타이틀은 ‘아라드 크로니클: 카잔’, ‘프로젝트 오버킬’ 등 2종이다.

5, 6위에는 스마일게이트RPG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나란히 올랐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매출 7369억원, 영업익 3641억원이다. 영업익 3년 CAGR은 338.19%으로 이번 조사 대상 중 최대를 기록했다. 로스트아크가 국내 매출뿐 아니라 아마존을 통한 해외 출시에서 성과를 거둬 해외 매출이 177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도 전 세계 80개국에 서비스하며 중국, 브라질, 베트남에서 온라인게임 1위를 기록한 크로스파이어 성과로 매출 6458억원, 영업익 4185억원 등 최대 실적을 거뒀다. 출시 15주년을 맞은 크로스파이어는 드라마, 테마파크로도 확장됐다. 중국 광저우에 9917㎡(3000평) 규모의 크로스파이어 테마파크인 ‘천월화선: 화선전장’을 개장했다. 천월화선은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이름이자, 중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7위 넷마블은 지난해 영업익 132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3년 CAGR은 -154.8%다.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비용의 효율화’를 강조한 만큼, 현재 영업비용을 축소하며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엔드림이 개발하고 넥슨이 유통하는 신작 모바일게임 ‘문명: 레인 오브 파워’는 2K의 전 세계 흥행작 ‘시드 마이어의 문명 5’를 기반으로 제작된 다중접속 시뮬레이션게임 (MMOSLG)이다.
8위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게임 퍼블리셔로 출발했으나 라이온하트, 엑스엘게임즈 등 국내 PC 게임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개발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강력한 개발력을 갖춘 게임사로 거듭났다. 올해 2분기와 4분기에는 이미 한국과 대만에서 흥행에 성공한 오딘이 각각 일본과 미국에 출시될 예정이고, 국내에서는 또 다른 MMORPG 신작인 아레스가 2분기 중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성장 전략으로 ‘신작 출시’, ‘글로벌 서비스 확대’를 꼽았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2분기 일본, 4분기 북미·유럽 시장에 진출한다. 4분기 출시 예정인 신작 ‘가디스 오더’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에버소울은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9위는 다른 게임사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골프존이다. 스크린골프를 연구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 스크린골프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골프존M: 리얼스윙’을 출시할 예정이다.

10위 컴투스는 게임을 중심으로 드라마와 영화, 웹툰, 공연 등 다양한 콘텐트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컴투스는 ‘종합 콘텐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한 후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래몽래인을 비롯해 얼반웍스, 골드프레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래몽래인이 제작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최근 흥행에 성공했다.

11~20위권에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11위), 엔에이치엔(12위), 웹젠(13위), 펄어비스(14위), 네오위즈(15위), 그라비티(16위), 더블유게임즈(17위), 데브시스터즈(18위), 조이시티(19위), 넥슨게임즈(20위)가 포함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작한 라이엇게임즈도 자신들이 보유한 IP 세계관에 이용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계속해서 음원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30위권에는 전기아이피(21위), 넷마블네오(22위), 쿡앱스(23위), 엠게임(24위), 미투젠(25위), 사삼구구코리아(26위), 위메이드플레이(217위), 넷마블엔투(28위), 트리노드(29위), 비트망고(30위)가 포함됐다. 엠게임은 대표작 열혈강호온라인을 필두로 10년 가까이 해외시장을 꿋꿋하게 개척해왔다. 호황기에 무리하게 투자를 하지 않은 만큼 불황기에도 견고한 수익성을 자랑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 3년 CAGR은 58.35%다.

31~40위권에는 엔드림(31위), 모비릭스(32위), 넷마블에프앤씨(33위), 엔픽셀(34위), 에스앤케이(35위), 한빛드론(36위), 에이티게임(37위), 코그(38위), 베이글코드(39위), 플레이링스(40위)가 포함됐다. 2015년에 설립한 엔드림은 전쟁 시뮬레이션 전문 게임사다. 지난해 매출 305억원에 영업익 60억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영업익 3년 CAGR이 202.47%로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의 왕좌 40개 게임사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15조6750억원이며 현재 2만6474명이 근무하고 있다.

THRONE OF GAMES TOP 40 | 역대 동시접속자수 최다의 게임 TOP 10


▎스마일게이트RPG가 아마존 게임즈와 손잡고 지난 2022년 2월 11일 북미·유럽·남미·호주 등 160여 개국에 정식 출시한 로스트아크는 단 5일 만에 동시 접속자 132만 명을 넘어서는 등 국산 MMORPG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2월 포브스는 ‘갑자기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 된 로스트아크는 어떤 게임인가’(What Is ‘Lost Ark’ And Why Is It Suddenly The Most Popular Game On Earth?)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동시접속자수를 집계해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의 실시간 순위를 공개하는 스팀(Steam) 차트에서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동시 플레이어 수인 132만 명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포브스는 2022년 2월에 아마존을 통해 글로벌 출시한 한국의 MMORPG 게임이 세계 RPG 역사에 전례 없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스트아크는 현재 3위로 남아 있다.


역대 최다 플레이어 기록 1위 전설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1위 역시 국내 개발사 크래프톤이 제작한 ‘PUBG: 배틀그라운드’이며 지난 2018년 1월 동시 접속자수 323만 명을 기록한 바 있다. 역대 최다의 플레이어 게임 TOP 10에 국내 개발사의 게임 2개가 올라 있고, 그 외에 미국 게임 제작사 밸브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2위), 도타 2(4위), 일본 게임사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 링(5위), 미국 아마존 게임의 뉴월드(6위), 폴란드 CD프로젝트레드의 사이버펑크 2077(7위), 미국 개글스튜디오의 ‘구스구스덕’(8위), 레스폰엔터테인먼트의 ‘에이펙스 레전드’(9위), 에벌랜치 소프트웨어의 ‘호그와트 레거시’(10위)가 포함됐다.

※ 방법론 - 포브스코리아 2023 대한민국 게임의 왕좌 40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기반으로 상장사, 외감기업 등 재무정보를 파악했고, 산업 분류에 따라 ‘온라인·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기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등록된 국내 108개사를 후보로 조사했다. 평가 요소는 각 사의 2022년 매출액, 영업익, 임직원수, 영업익 3년간 CAGR(연평균성장률)이다. 개발자가 주요 자산인 게임 기업 특성을 고려해 자산 규모 대신에 임직

원수를 평가 항목에 넣었다. 각 평가 항목 수치의 범위가 다르므로 정규화하고 평가 항목별로 비중을 부과해 총점을 산출하고 순위를 매겼다. 종합 점수의 차이를 원형막대그래프로 시각화했고, 각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위상도를 그려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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