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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세계, 지루함이 롤러코스터보다 나은 이유 

 

졸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한 궤적을 그리던 가치주들이 최근 화려한 성장주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거대한 흐름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AQR 펀드의 억만장자 투자전문가 애스네스가 말했다.
펀드매니저 클리포드 애스네스(Clifford Asness, 56세)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의 투자 철학이 옳았음을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애스네스가 1998년 공동 설립한 AQR 펀드는 가치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AQR은 기가 꺾일 정도로 오랜 시간 뜨거운 성장주에 집중 투자한 경쟁자들이 앞서 달려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러던 증시가 지난해부터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기술주를 둘러싼 거품이 꺼지면서 승자로 떠오른 이는 AQR 펀드다.

애스네스는 시장 거품과 가치주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흉측하다가 나중에는 아름답게 변하죠.”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끝까지 버텨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많은 고객이 그러지 못했다.

애스네스는 중간에 그만두고 꼬리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확신을 숨긴 적도 없다. 그는 인플레율보다 낮은 채권 금리, 실리콘밸리 은행 예금주 보호에 분노하며 트위터에 계속 글을 올려왔다. 학술 논문과 고객을 위한 투자자 서신에도 가치주의 부활은 이제 시작이라는 글을 보내고 있다.

코네티컷주 그린위치에 본사를 둔 AQR은 광범위한 시장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해외에 6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1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AQR 펀드에서는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많은 전문가가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하며 종목을 선택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명제가 하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가치주가 결국 성장주를 이긴다는 사실이다.

가치주는 둔하게 움직여서 전혀 흥미가 가지 않는 주식이다. 그래서 역발상 투자자들이나 좋아하는 주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스텔란티스나 크라이슬러-닷지-피아트 등이 가치주이고, 시장이 총애하는 매력적인 고성장주는 페라리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주는 가치주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그렇다면 성장주의 프리미엄은 어느 정도일까? AQR이 ‘비싼 주식’이라 부르는 이들 성장주는 저렴한 가치주보다 수익배수가 3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그러나 애스네스는 2배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백 년간 가치주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연준이 위기 대응을 위해 유동성을 퍼붓기 시작하면서 가치주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렴한 가치주는 계속 저렴한 상태로 있었고,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된 금리는 성장주 가격에 불을 붙여 전보다 훨씬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AQR의 고객들은 믿음을 잃어갔다. 가치주 롱포지션과 시장이 선호하는 고평가 주식 공매도를 조합한 AQR의 시장 중립형 펀드 ‘에쿼티 마켓 뉴트럴 펀드’의 자산은 24억 달러에서 5500만 달러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AQR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최대 1000명에 달했던 직원 수를 600명으로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3년간 힘든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오랜 시간이 아니지만, 감정적으로는 엄청나게 긴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애스네스는 “3~5년간 손실이 계속되면 해고되는 세상이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원의 시간이 다가왔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3년 전 슬금슬금 시작된 변화의 추세가 2022년부터 극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AQR의 시장 중립형 펀드는 수익률 27%를 기록했고, 매크로 오퍼튜니티 펀드의 수익률은 29%였다. 2개 대기업 종목 펀드는 마이너스로 내려갔지만, 시장 평균보다 손실이 적었다. 기후 민감형 기업에 롱 포지션과 쇼트 포지션 베팅을 둘 다 적용한 운용 전략을 내세우며 2021년 론칭한 ‘탄소 중립’ 펀드는 2022년 증시 평균보다 35%포인트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AQR은 미 증시에 등록된 뮤추얼 펀드 22개와 함께 다양한 오프쇼어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AQR의 투자 대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지만, 뮤추얼 펀드는 투자 결과가 공개된다. 최근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이들 뮤추얼 펀드가 최근 회복하긴 했지만 뒤처졌던 지난 수년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AQR의 ‘매니지드 퓨처스 스트래티지(Managed Futures Strategy) HV 펀드’의 경우, 지난해 수익이 무려 50%나 올랐음에도 펀드가 시작된 2013년부터 누적된 손실이 있어서 연평균 수익률은 아직 실망스러운 3.6%를 기록 중이다.

가치주 가격이 내려갈수록 투자 이론상 가치주를 매수해야 한다는 근거는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도망가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 또한 강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애스네스는 그가 ‘가치 스프레드’라고 부르는 값을 추적하고 있다. 성장주 대비 가치주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완전히 저평가됐을 때를 찾기 위해서다. 가치주가 힘을 못 쓰던 시기에 대해 애스네스는 “어떤 날은 ‘이 정도로 스프레드가 벌어졌는데 어떻게 우리를 떠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가 다른 날은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지’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애스네스는 1994년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지도교수는 가치주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보일 수 있지만 주가는 결국 예측 불가능한 무작위 패턴을 그린다는 이론으로 유명해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였다. 애스네스는 근래 모멘텀이 생긴 종목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는 확률을 연구했다. 만약 가치와 모멘텀 둘 다 선호하는 투자 전략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까? 상승세로 돌아선 가치주를 매수하는 동시에 약세로 돌아선 고평가 종목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가치와 모멘텀 모두를 노린 전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애스네스의 논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는 시카고대학 출신의 다른 금융이론 박사 두 명과 함께 골드만삭스로 가서 시장 중립형 헤지펀드를 운용하게 됐다. 그가 이들과 함께 맡은 펀드는 첫해 140% 수익률을 기록했다.

21세기가 시작되기 2년 전, 셋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다른 한 명과 함께 AQR(Applied Quantitative Research)을 설립했다. AQR 사업지분의 25%는 포트폴리오 매니저 연맹으로 증시에 상장한 어필리에이티드 매니저스 그룹(Affiliated Managers Group)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AQR 내부 관계자들이 갖고 있는데, 애스네스의 지분이 가장 많다.

가치, 모멘텀, 다른 어떤 테마가 부상하든 투자 주기에는 강세와 약세가 있기 마련이다. 일단 추세가 시작되면 길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추세에 따라 거액의 돈을 들고 투자하러 온다. AQR의 뮤추얼 펀드는 연 0.4%에서 1.7%의 운용 수수료를 받는다. 이자 비용과 공매도 경비는 따로 책정된다. 여기에 AQR의 운용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상장 펀드도 있다. 시장이 협조할 때 AQR은 그야말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상장사 어필리에이티드 그룹이 자산을 공개할 때 AQR의 비공개 펀드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드러날 때가 간혹 있다. 2017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AQR은 매출 13억 달러에 8억700만 달러 수익을 거두었다.

만약 가치와 모멘텀 테마의 상승이 수년간 지속된다면, 2023년 1분기 잠깐 약세를 보였던 가치주 투자는 앞으로 더 높은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애스네스는 가치주 스프레드가 2021년 11월 역사상 최대치인 100분위수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수년간 가치주가 약간 올라오긴 했지만, 스프레드는 아직도 88분위를 기록하고 있다.

AQR이 최근 중립형 펀드 포트폴리오 공개 당시 쇼트 포지션으로 잡았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는 현재 후행 수익 49배에 거래되고 있다. 롱 포지션에 있는 스텔란티스는 수익의 3배 정도에 매수할 수 있다. 애스네스는 가치주 반등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과감한 예측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이번에는 그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 투자학 박사 클리프 애스네스를 코네티컷 그린위치에 있는 AQR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해는 시장의 총아 엔비디아와 같은 성장주를 공매도하기에 좋은 시기였다.

학위와 성공의 관계

미국의 모든 억만장자가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대학 중퇴생은 아니다. 박사학위까지 보유한 사람이 최소 35명이고,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는 변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관련 분야에서 돈을 벌고 있는 클리프 애스네스처럼 공부한 것을 그대로 적용해 성공한 억만장자가 있는가 하면, 전공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억만장자도 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억만장자들의 전공을 통해 가장 인기 있는 분야와 전공별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학생을 살펴보자.

공학 8 명: 페기 청(25억 달러) / 판다 익스프레스 레스토랑 공동 창업자 / 미주리대학 전기공학 전공, 1974년 졸업

생물학 6 명: 아트 레빈슨(13억 달러) / 애플 회장 / 프린스턴대학 생화학 전공, 1977년 졸업

컴퓨터 과학 6 명: 데이비드 시겔 (68억 달러) / 헤지펀드 투시그마 공동 창업자 / MIT 컴퓨터과학 전공, 1991년 졸업

화학 5 명: 고든 무어(68억 달러) / 인텔 공동 창업자 / 캘리포니아공과대학 화학 및 물리학 전공, 1954년 졸업

물리학 3 명: H. 피스크 존슨(48억 달러) / SC 존슨 회장 및 CEO / 코넬대학교 물리학 전공, 1986년 졸업

- William Baldw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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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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