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노동력 부족과 기후 위기 속 로봇에 의존하는 농부들 

 

스타트업들은 노동력 부족, 물 부족, 기후변화, 줄어드는 벌 개체수 등 농촌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인공지능, 자율주행기술, 로봇공학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미국 중서부에 펼쳐진 광활한 농장들이 곡창지대라면 캘리포니아는 생산 부서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생산하는 미국 최대의 생산지가 노동력 부족과 물 부족,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스타트업들이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이 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밭과 과수원에는 곧 나무에서 과일과 견과류를 따는 드론, 밭에서 잡초와 작물의 상태를 관리하는 자율주행 전기 트랙터, 농장의 로봇 벌집에 살면서 꽃가루를 옮기는 벌 등이 등장할 것이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밭에서 사용되는 기술들이다.

모나크의 CEO 겸 공동 설립자인 프라빈 펜메트사는 자사의 MK-V 트랙터 중 한 대를 가리키며 “현재 구입 가능한 상용 전기 자율주행 트랙터는 저게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트랙터는 지난 2월 캘리포니아주 툴레어에서 열린 세계농업엑스포에서 방문객들을 위해 가짜 과수원 사이를 지나다니며 성능을 시연했다.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에 있는 이 스타트업은 투자금 1억1000만 달러 정도를 유치했으며 와인계 거물의 후계자인 카를로스 몬다비를 공동 설립자로 참여시켰다. 지난해 8억9000만 달러로 판매가 시작된 자율주행 트랙터에는 작물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센서가 장착됐다.

펜메트사는 “노동력, 물, 심지어 비료나 제초제 같은 자원은 모두 비용이 높다. 우리 트랙터와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농부들이 그 모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포브스에 말했다. 그는 이어 “운전자 한 명이 트랙터 하나에 앉아서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한 운전자가 트랙터 3~4대를 동시에 관리하므로 작업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량 생산이라는 장기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급성은 AI를 바탕으로 한 기술 발전과 맞아떨어진다. 공장을 자동화하고 그럴듯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들어내 수백만 명을 놀라게 했던 바로 그 기술이다. 곧 실현될지도 모를 로봇 택시와 자율주행 트럭의 기반 기술이기도 하다. 비록 여러 최신 기술 분야에서 벤처투자자금이 얼어붙었지만 농업기술 분야에는 여전히 돈이 모이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이 분야 거래 988건에서 최대 106억 달러가 투자됐다.

캘리포니아주는 생산성이 대단히 높은 샌와킨밸리 농장을 필두로 지난해 포도, 아몬드, 복숭아, 양배추, 당근, 기타 가치 높은 작물들을 생산해 총 5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전체 농작물 생산량의 12%에 달하는 양이 여기서 생산됐다.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등 농업이 주로 이뤄지는 주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러나 밭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이주노동자가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에는 이 문제가 한층 두드러졌다. 많은 작물이 익었는데도 사람이 없어서 수확하지 못했고, 그 결과 슈퍼마켓에서 일부 상품이 부족해졌다.

전미농사개량동맹은 최근 한 블로그 게시물에서 “식료품점 매대에 상품이 부족한 것은 농부들이 작물을 키우고 가축을 길러서 국가에 식량을 공급하는 일을 그만뒀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수요를 따라가는 데 필요한 노동자가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서부에서 생산되는 밀이나 옥수수에 비해 수확하는 데 노동력이 더 많이 드는 작물을 키우는 캘리포니아 농부들에게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캘리포니아 농사개량동맹의 노동문제 담당 이사인 C 브라이언 리틀은 “우리 회원들은 거의 매년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농부들은 노동력을 절감하는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인다. 이들은 아몬드 나무나 피스타치오 나무를 흔드는 기계를 약 20년 전부터 사용해왔다.

리틀은 “캘리포니아는 이제 세계의 주요 아몬드 산지 중 하나다. 예전에는 아몬드를 재배하려면 30명 정도가 긴 막대기와 가방을 들고 과수원을 걸어다니며 나무에서 아몬드를 떨어뜨린 뒤 땅에서 주워야 했다”며 “이제는 30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몬다비가 소유한 포도밭에서 작업을 시작한 모나크의 트랙터는 비슷한 크기의 디젤 트랙터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펜메트사는 절감되는 연료와 노동력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2년 만에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가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농사 장비에 제공하는 최대 80% 인센티브를 받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 트랙터의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는 정확한 물 주기, 비료·제초제 사용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추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펜메트사는 말했다.

농사 장비 제조업체 CNH 인더스트리얼과 트림블 벤처스, 앳원 벤처스, 트라이벨리 벤처스, 웨스턴 테크놀로지 인베스트먼트 등 벤처투자사들로부터 1억1000만 달러 투자를 받은 모나크는 제품이 더 널리 활용되도록 만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NH에 기술 사용권을 부여하고 폭스콘과 계약하여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자 한다.

모나크를 비롯해 이 업계의 주요 기업인 존 디어 등 로봇 트랙터 제조사들은 작물 관리와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테벨 에어로보틱스 테크놀로지스는 자율주행기술로 수확을 돕는다. 최근 샌와킨밸리에 미국 지사를 연 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카메라 비전과 다 익은 과일을 골라내는 알고리즘을 갖춘 소형 자율 비행 로봇을 제조한다. 이 로봇은 흡착력이 강한 팔로 과일을 따서 컨베이어에 조심스럽게 올려놓는다.

엑스포에서 시연된 이 회사의 ‘알파봇’ 시스템은 8개 자율 비행 로봇을 하나의 자동 컨베이어와 연결하고 2.5초마다 하나의 과일(사과, 복숭아, 자두, 살구 등)을 따서 놓았다. 그다지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정밀함을 우선시하여 설계됐으며, 인간과 달리 밤낮없이 일한다.

엑스포의 텐트 아래에서 로봇들이 가짜 나무에 자석으로 붙어 있는 사과를 따는 가운데, 테벨 미국 지사의 이타이 마롬 지사장은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노동법 때문에 과일 따는 노동자가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며 “쉬지 않고 매일 일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첫 제품은 캘리포니아주 킹스버그에 있는 대규모 과일 재배 업체인 HMC 팜즈에서 활용되고 있다. 테벨의 비행 로봇은 이탈리아와 워싱턴주의 과수원에도 공급된다.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마롬은 “20만 달러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부들에게는 인간 노동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과일·견과류 농가에는 수분에 필수적인 벌 개체수 감소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일벌들이 벌집과 여왕벌을 버리고 떠나는 군집 붕괴 현상은 제초제로 인한 피해, 서식지 상실, 외부 종의 위협, 부족한 영양 등과 관련이 있다.

비와이즈의 CEO 겸 공동 설립자인 사르 사프라는 “우리는 지구에서 벌을 잃고 있다. 매년 벌 군집의 35%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비와이즈는 벌을 안전하면서 기후를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서 키우는 로봇 벌집을 만들어 1억2000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 사프라는 “벌들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과일, 채소, 씨앗, 견과류의 75%에서 수분을 맡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1년에 35%씩 사라진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와 이스라엘 오스랏에 있는 사프라의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로봇 벌집 1000개를 배포했다. 이 벌집은 외부에 설치된 태양에너지 발전 패널로 구동된다. 이 금속 상자 안에는 벌집 10개(각각 벌 최대 10만 마리)가 들어 있으며 벌들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카메라와 AI 소프트웨어, 음식과 물을 공급하고 벌을 위협하는 해충을 제거하기 위한 정밀 로봇기술이 탑재돼 있다.

사프라는 “기본적으로 양봉업자가 벌을 위해 하는 일들의 97%를 로봇이 자동으로 해준다”며 “이것을 밭에 놓으면 벌들이 자기 할 일을 한다. 수분을 시키고, 꽃가루를 모으고, 꿀을 생산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도 군집이 붕괴되지 않는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다. 벌들을 위한 5성급 호텔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는 이 제품이 벌들의 연간 군집 붕괴율을 평균인 35%에서 8%로 낮췄다고 추정한다.

비와이즈의 로봇 벌집은 특정 작물의 수분 시기에 농부들에게 임대되며, 작물의 성장기에 맞춰 이 농장에서 저 농장으로 옮겨진다. 사프라는 재무 수치 공개를 거부했지만 현재 1년에 1000개인 벌집 생산량을 연간 1만 개로 늘리고 이 사업을 “수백만 달러 규모”로 키울 생각이다.

※ 1. 비와이즈(Beewise) 설립자(왼쪽부터) Hillel Schreier, Eliyah Radzyner, Saar- Safra, Yossi Surin, Boaz Petersil.

※ 2. 비와이즈의 로봇 벌집은 수분 시기에 맞춰 이 농장에서 저 농장으로 옮겨진다.

※ 모나크 트랙터의 전기 자율주행 트랙터 MK-V는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을 장착했다.

※ 이스라엘 스타트업 테벨은 사과, 복숭아, 살구 등 과일을 따는 드론을 개발했다.

- ALAN OHNSM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304호 (2023.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