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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반독점 해법 될 수도 있는 AI 경쟁 

 

검색 대기업 구글은 지난 수년간 극심한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뛰어난 AI 기술을 위한 경쟁이 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까?
구글이 AI 경쟁에서 한 방 먹은 것 같다는 사실은 구글 내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직원들에게 AI 서비스를 테스트하라는 새로운 지시를 내렸고,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하기 위해 정책이 재조정됐으며, 떠났던 설립자들이 갑자기 코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오픈AI의 챗봇 기술로 강화된 새 빙(Bing) 검색엔진 버전을 출시하면서 구글도 이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지르려는 의도로 자체 챗봇 바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구글 본사에서 모두가 AI로 법석을 떠는 사이 규제가 조금 느슨해질 수도 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구글이 검색에서 적어도 일부분은 패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구글은 검색 분야를 독점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포브스가 인터뷰한 독점 전문가들과 경쟁사 관계자들은 구글이 전투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인공지능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 제품보다 자사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시장 지배력이 또 한 번 반복될 뿐이라고 본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부활한 적과 달라진 경쟁 관계가 구글을 오랜 기간 괴롭혀온 반독점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 연방통상위원회 위원을 지낸 윌리엄 코바치는 포브스에 “독점 기업은 사업부를 뒤집어엎고 경쟁사에 대응할 정도로 급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구글은 아마 이 부분을 지적하며 ‘절대 무너지지 않는 지배력은 없다. 업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 기사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심화되는 AI 경쟁은 워싱턴DC의 규제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촉발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두교서에서 의회에 IT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집행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2021년 이후 상원과 하원은 모두 자사 제품을 경쟁사보다 “자체적으로 선호”하거나 앱스토어 관리자라는 위치를 활용하여 신규 진입자를 무력화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IT 기업을 겨냥한 초당적 법안을 소개하면서 구글을 인용했다.

AI 챗봇이 독점 문제를 악화?

연 매출 2800억 달러 이상을 올리고 글로벌 웹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 91%를 차지하는 구글은 여러 행정부에서 반독점 정책의 주요 대상이었다. 2020년에는 여러 해에 걸쳐 구글의 힘을 억제하려는 위협과 호소 끝에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사업에 소를 제기했다. 1990년대 법무부와 여러 주 연합이 마이크로소프트에 PC 소프트웨어 시장 독점 혐의를 제기한 이래 미국에서 처음 제기된 대규모 반독점 사건이다. 규제 당국은 구글이 핵심 사업인 검색에서 경쟁사들에 미치는 영향의 면면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는 구글이 마케팅업체와 배포 업체에 구글의 광고 기술을 사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규모를 부풀렸다며 구글의 광고 사업 부문을 분할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주 검찰도 구글의 광고 경매 및 자체 선호 문제와 관련하여 구글에 소송을 걸었다.

이 모든 혐의는 구글이 경쟁사를 짓누르기 위해 자사의 지배력을 발휘했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AI 검색에서 구글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묶음 판매하고 신흥 경쟁사들을 집어삼킨다는 혐의를 받는 구글은 자유시장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괜찮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구글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AI 선도 업체 중 하나이며 오픈AI의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가능케 한 기술의 선구자다. 구글은 과거에 검색을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지배했기 때문에 아직 제한적으로만 출시된 바드는 상당한 이점을 지닌 채 검색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구글에서 광고 부문 상무를 지내고 검색 스타트업 니바를 설립한 스리다하르 라마스와미는 “경쟁과 선택은 혁신에 대단히 중요하다”며 “구글이 현재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해서 검색 분야에서 그 누가 구글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실제로 검색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챗봇이 기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난 수년간 경쟁사와 배포 업체들은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선호하면서 트래픽을 공개 웹으로 보내지 않고 자사 서비스로만 돌린다고 불평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구글은 파란색 링크 목록 10개를 제공하는 대신 하나의 답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바꿨다. 구글이 다른 업체를 몰아내기 위해 자사의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이용한다는 게 반독점 주장의 요지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배적인 검색·광고 인프라에 AI를 씌운 바드가 구글의 입지를 한층 굳힐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구글은 소위 ‘추천 스니펫’이라 불리는 답변 상자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추천 스니펫은 검색어에 대해 하이라이트된 답변을 웹사이트의 발췌본으로 표시하며, 그 아래에 원본 사이트 링크가 제공된다. 이는 사용자를 원본 자료로 보내지 않고 구글 홈페이지에 머무르게 만든다는 불만이 나온다. 바드의 초기 스크린샷을 보면 이 서비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원본 사이트 링크는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바드와 새 빙은 검색어에 아주 상세하게 답변하기 때문에 때로는 검색엔진을 떠날 이유를 제거한다. 예를 들어 IT 전문지 와이어드는 빙의 챗봇을 사용하여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를 기준으로 최고의 반려견 침대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는 와이어커터를 인용하여 해당 사이트에서 선정한 최고의 침대를 설명과 함께 제시했지만 돈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해당 기사를 방문할 유인은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구글이 같은 방식을 채택한다면 배포 업체들은 구글이 사람들을 자사 생태계에 일방적으로 가둬두지는 않을지 우려할 것이다.

반독점 전문가이자 저자인 디나 스리니바산은 포브스에 “동일한 전개가 기술만 바뀌어서 반복된다”며 “데이터를 부당하게 가져다 쓰는 것은 오래전부터 웹사이트와 앱들이 구글이나 기타 IT 기업들과의 사업에서 겪어왔던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는 단지 기술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AI 검색 경쟁을 이유로 구글이 법원에 자사가 더는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지라도, 중대한 조치를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코바치는 말했다. 법원에서 기업의 분할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결국 그런 명령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갈수록 확산됨에 따라 기존 기업과 신규 진입자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산타클라라대 법학과 에릭 골드먼 교수가 말했다. 그는 하이테크로 인스티튜트의 공동 소장이기도 하다. 회사가 경쟁에 최소한이라도 참여하려면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판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25년 동안 웹을 정돈해온 구글에는 막대한 이점이 있다. 골드먼은 “구글은 더 나은 데이터세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경쟁자보다 앞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혐의가 제기될 때 구글은 다른 IT 대기업을 가리키면서 그런 주장을 뿌리쳐왔다. 2014년에 당시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우리의 가장 큰 검색 경쟁사는 아마존”이라며 “사람들은 아마존을 검색 업체로 생각하지 않지만 뭔가를 사려고 할 때 아마존에서 검색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제 주요 경쟁사는 그 자신도 한때 반독점법의 대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조차 빙의 새로운 버전을 발표할 때 일종의 경쟁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IT 매체 버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늘 우리는 검색 시장의 경쟁을 조금 더 치열하게 하고자 한다”며 “구글은 분명 나와서 춤 솜씨를 자랑할 것이다. 구글을 그렇게 춤추게 만든 것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임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빙을 제대로 조정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빙의 챗봇이 보인 반응에 사람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대결이 반독점 규제를 떨쳐내고자 하는 구글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경쟁을 장려하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고 경쟁사들은 지적한다. 검색 스타트업인 유닷컴은 지난해 12월에 AI 채팅 기능이 탑재된 자사의 검색엔진 버전을 빙보다 1개월 반 앞서 출시했다. 이 회사의 리차드 소처 CEO는 포브스에 “경쟁하기 아주 힘든 분야인데 이 대기업들이 경쟁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우리는 덩치가 엄청나게 큰 고래들 싸움에 끼어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 2023년 2월 6일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의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구글의 인공지능 챗봇 ‘바드(Bard)’는 초기 ‘신뢰할 수 있는 테스터’ 그룹에 독점적으로 제공되고 올해 후반에 널리 출시될 예정이다. 2022년 12월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oogle for India 2022’ 행사에서 연설하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캠퍼스

- RICHARD NIEVA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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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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