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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현 대한항공 부사장·CMO 

디지털 장착한 대한항공의 새로운 비행 

신윤애 기자
대한항공은 전사의 IT 시스템 전체를 클라우드로 옮긴 유일무이한 항공사다. ‘진화하는 고객에 뒤떨어져선 안 된다’는 경각심으로 시작한 작업이다. 팬데믹 기간에도 멈추지 않았던 이 프로젝트는 국경 폐쇄로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항공에 역대 최고 매출이라는 반전 결과를 선물했다. 디지털전환을 선언한 지 7년, 클라우드 이전으로 디지털 기반을 단단히 다진 대한항공은 이제 더 멀리, 더 높이 비상할 일만 남았다.

▎ 사진:대한항공
2017년 8월에 국내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이 디지털전환이자 ‘클라우드 올인(All-in)’을 선언했고 2018년 6월에 전사의 IT 시스템을 모두 클라우드로 이관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3년 만에 해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될수록, 규모가 클수록, 보수적일수록 디지털 도입이 어렵다고 여겨지는데 대한항공은 위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데믹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아시아나 인수합병이라는 대대적인 변화도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3년 전에는 클라우드 올인(All-in)을 선언했고, 오늘은 올던(All Done)이라고 말하겠습니다.” 2021년 9월 AWS코리아가 마련한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서 장성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렇게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약속한 3년의 시간에서 한 달이 지난 2021년 7월 대한항공은 클라우드 이전을 마쳤다. 항공사로서는 전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이듬해인 2022년, 대한항공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팬데믹으로 비행기를 띄울 수조차 없었던 항공사 대부분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반면,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13조4127억원, 영업이익은 97% 증가한 2조8836억원이었다. 대한항공은 클라우드를 도입한 덕분에 여객기를 빠르게 화물기로 전환하고 늘어나는 화물운송 수요를 매출로 연결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고 평가된다.

대한항공이 남들보다 빠르게 디지털전환을 감행할 수 있었던 건 경영층의 강력한 스폰서십 덕분이다. “고객은 고도화된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고 진화해가는데, 서비스업을 하는 우리가 그들의 기술적인 기대치를 충족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영층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이전 회사에서 항공산업 컨설팅을 담당하면서 대한항공의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정비 부문(cMRO, complex Maintenance, Repair, Overhaul) 구축을 통해 대한항공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조원태 회장님(당시 사장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화 주제는 늘 클라우드였어요. 고도화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고객을 응대하려면 직원들도 디지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클라우드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안은 잘 지켜지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만 해도 클라우드는 여러 부분에서 리스크가 많은 선진 기술이었기 때문에 돌다리 두드리듯 여러 정보를 수집했던 것 같아요. 이미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계셨습니다.”

지난 6월 4일, 김포에 있는 대한항공 본사에서 만난 장성현 부사장이 대한항공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입사를 위해 선대 회장님과 1시간 30분 동안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고 어려웠던 인터뷰를 했다”며 “2017년 4월에 대한항공 정보시스템실장으로 입사해 클라우드 도입, 디지털전환을 책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성현 부사장은 1997년 오라클 ERP 컨설턴트로 입사해, 오라클 미국 HQ 개발 관리자, 오라클 아시아(중국, 한국) R&D 제품전략 이사, 오라클 싱가포르 항공산업 컨설팅 본부장, 오라클 한국 기업성과 관리 BI영업 부문장, 오라클 한국 컨설팅 서비스 부문장, 오라클 한국 애플리케이션&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영업 부문장 등을 거친 IT 전문가다. 이후 대한항공에 입사해 화물관리, 운항 관제 시스템, ERP 등 전체 워크로드를 AWS 클라우드에 전면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20년 넘게 아웃소싱하면서 잊고 있었던 보안, 관리 체계와 거버넌스를 모두 재점검했고, 새로운 웹사이트와 모바일앱 출시 속도를 기존의 온프레미스 인프라에 비해 90%나 높였다. 장 부사장은 “이 외에도 홈페이지와 앱을 개편해 직접판매 비율을 높였고,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고객의 데이터를 하나의 아이디 아래 모으는 ‘원 아이디’를 실현하는가 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모빌리티 환경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는 IT 부서를 비롯해 마케팅, 홈페이지(이커머스), 객실 승무부, 고객 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사장 자리에 올라 대한항공의 디지털전환을 이끌고 있다.

어느 덧 7년 째에 접어든 대한항공의 디지털전환 여정에는 난관이 꽤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는 일이어서 모든 과정과 결정이 도전이었고, 팬데믹 시기에는 생존이라는 더 큰 과제에 직면해야 했다. 그때마다 장 부사장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감과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순간마다 동료들에게 확신을 심어줬고 결국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

“우리의 디지털전환은 이제야 시작”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대한항공의 디지털전환 여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항공업계에서 최초로 100% 클라우드 이전을 완료했다.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후 내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디지털전환, 즉 클라우드로의 전환이었다. 회장님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의지와 스폰서십 덕분에 꾸준히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발표하며 내세웠던 ‘3년’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쉬지 않고 업무에 매진했다. 가장 먼저 IT 조직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을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디지털전환을 통해 1년, 3년, 5년마다 이뤄야 할 비전을 공유했고, ‘Change’, ‘Collaborate’, ‘Challenge’를 바탕으로 조직원 모두에게 기술경쟁력을 길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나아가 우리의 모든 시스템이 클라우드에서 운영되기 시작할 때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고객 서비스 방식이 얼마나, 어떻게 개선될지 설명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어떤 상황이었나.

20년간 아웃소싱하며 데이터센터가 노후화돼 있었다. 도입 시기별로 다른 OS와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개발 프레임워크, 많은 애플리케이션의 소스 전체를 수동으로 빌드하거나 배포해야 했고, 모바일화도 되어 있지 않았다.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실습해야 하는데, 이전까진 인력 대부분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만 집중했다. 타운홀미팅에 모인 140여 명에게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아이비엠에 지원해 합격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3년만 잘 따라와주면 어디든 합격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길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사실 나도 클라우드 환경은 구축만 해보았고 직접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서 두렵기도 했지만, 모두에게 자신감과 비전을 심어주고 싶었다. 또 많은 교육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후 AWS를 파트너로 선정해 클라우드 전환이라는 대항해를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3년 안에 IT 업체로 이직한 직원들이 꽤 있다.(웃음)

타사에 아웃소싱을 맡기고 있었는데 AWS를 선택한 이유는.

대한항공은 20년간 IBM에 IT 관련 업무를 아웃소싱했다. 당연히 시간과 비용의 효율화를 위해 IBM 클라우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AWS를 선택한 건 아마존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이커머스 산업을 서포트하는 DNA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1969년 업을 시작한 대한항공은 이제 전 세계 40개 국가에 비행기를 띄우고, 세계 톱 20 안에 드는 대형 항공사다. 막대한 데이터를 지닌 데다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었다. 또 우리가 가고자 하는 디지털전환 방향과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직원들을 함께 교육하고 디지털전환을 향한 준비를 해나갔다. 우선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해 자신감을 심어줬는데, 당시 진행했던 과제가 ‘KalSpoon’이다. 이전까진 실물 쿠폰으로 운영되던 시스템을 전 세계 공항에서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구현했다. 단 2주 만에 얻은 결과였다.

3년 만에 목표를 완수했다. 그 과정은.

페이즈(phase)를 1~3차로 나누어 난도를 높여가며 차근차근 디지털전환을 실현했다. 우선 Phase 1인 2018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는 데이터센터와 운영관리 체계를 개선했고 Phase 2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주요 응용시스템을 AWS에 본격적으로 이관했다. 마지막 Phase 3인 2020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는 난도가 높은 패키지 시스템을 이관하며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을 마무리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ERP까지 AWS 클라우드에 올렸다는 점이다. ERP가 AWS 클라우드 환경에서 순탄하게 돌아가도록 한 건 대한항공이 최초일 것이다.

최초의 일엔 많은 우여곡절이 따른다.

ERP 시스템의 클라우드 이관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AWS 인프라에서 동작하도록 인증된 상태가 아니었고 전 세계적으로 참고할 만한 사례조차 없었다. 우선 십수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데이터가 82TB나 되었는데, 클라우드에 올리기 위해서 데이터 정리부터 시작해야 했다. 또 기존에 사용하던 툴들이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아키텍처 구성도 변경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슈들이 발생했고 ERP 팀이 밤샘작업을 하며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했다. 사실 ERP 솔루션 업체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될 일인데 괜히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원망들도 들었다.

그럼에도 의견을 굽히지 않은 이유가 뭔가.

클라우드를 배우는 과정이 이제 시작인데, 처음부터 일을 쉽게 해보겠다고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해버리면 우리만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술은 계속 진화하는데 비용을 줄이거나, 특정 업체에 선호도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그 순간부터 우리의 기술력이나 이해도는 분산되기 시작한다. 동료들이 해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온리 원 클라우드로 간다는 애초의 계획을 밀고 나갔다.

그 믿음이 결실을 맺었나.

그렇다. 개인적으로 클라우드라는 건 네트워크 역량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항공과 같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 고객과 직원들이 어디에 있더라도 동일한 경험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전까진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를 아웃소싱해왔다. 다시 말해, 디지털전환에 필요한 핵심 역량들을 아웃소싱하고 애플리케이션 운영, 관리만 하는 상황이었다. All In Cloud 전환 과정에서 클라우드 기술 역량은 어느 정도 내재화되었다고 판단했고 있고 이제 네트워크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역량 내재화를 목표로하고 있다.

화물운송 분야에서도 디지털 역량이 유용하다.

입사 후 내가 맡은 첫 임무가 화물 분야를 SaaS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였다. 메인 프레임에서 DB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곧장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메인 프레임은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벤더, 파트너, 조업사, 포워더(운송주선인) 등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어카운트가 들어오면 그때마다 시간과 비용이 드는 개발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체제에서는 별다른 개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시 변화된 내용을 적용할 수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팬데믹 시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팬데믹 당시 여객기는 운항이 올 스톱됐지만, 되레 화물기는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넘쳤다. 마스크, 백신 등을 쉴 새 없이 실어 날라야 했다. 우리가 솟아날 구멍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는 일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화물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기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여 운항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준비는 완료된 상황이었고 경영진의 승인만 남은 상태였다. 다행히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곧 바로 팬데믹 극복 프로젝트에 돌입할 수 있었다. 여전히 메인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의사결정이 원래는 느린 편이었나.


기업의 의사결정이 고객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항공업은 수많은 검증 절차를 거쳐 사안을 결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날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환불 신청이 접수됐다. 회사가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할 정도였다. 당시 회장님을 포함해 임원진 12명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커피 브레이크 타임을 갖곤 했는데, 그 자리에서 화물기로 전환하는 사안에 대한 세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했다. 수익성이 있는지, 얼마나 빨리 전환할 수 있는지, 정말 팬데믹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였다. 작은 마진이지만 당연히 위기 극복에 열쇠가 되어줄 것이며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우리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2022년 대한항공은 역대 최대 매출, 이익을 달성했다. 팬데믹 기간에 항공사 대부분이 존폐 위기에 몰렸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팬데믹 시기에도 클라우드 이전 작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식 홈페이지와 앱을 리뉴얼했다. 여객 부문에서 가장 큰 페인포인트는 티켓 구매가 공식 홈페이지보다는 여행사나 OTA(Online Travel Agency) 등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수수료가 발생할뿐더러 고객 데이터를 모을 수 없게 된다. 결국 홈페이지와 앱을 사용할 때 불편했던 점을 개선하고자 리뉴얼을 시작했다. 그 방법은 AWS 위에서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MSA를 하게 되면 전체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불편 사항이나 오류 사항 등 특정 부분만 빠르게 개선하고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결제, 인벤토리, 환불, 조회, 콘텐트 등을 12개 영역(현재는 15개로 확장)으로 쪼개어 진행했고 1년 후 새로운 홈페이지와 앱을 론칭했다.

반응은 어땠나.

만든 사람 입장에선 만족스러웠다. 테크놀로지, UI 모두 좋았다. 그런데 놓친 부분이 있었다. 사용자들의 연령대 관련 사용성(Usability)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대한항공 앱은 전 세계의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사용한다. ‘예쁘면 뭐하나, 사용하기 어렵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앱 평가 점수도 0.5점, 한마디로 처참한 결과였다. 모든 고객에게 곧바로 조치를 취해줄 테니 연락을 달라는 응답을 남겼고 접수된 사항들을 재점검하며 개선해나갔다. 클라우드이기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이때 홈페이지와 앱의 콘셉트를 다시 생각했다. 결론은 스케줄 조회, 예매, Check-in, 부가서비스 신청, 환불처리라는 주요 기능을 가장 간편하게 달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AWS의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활용하면서 2차 론칭을 했다. 팬데믹 이후 활성화됐고, 결국 공식 홈페이지와 앱에서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팬데믹 시기 직접판매가 평균 17%에 그쳤다면 지금은 40%가량 된다. 앱 평가 점수도 4.8점으로 올라갔다.

공식 홈페이지까지 가세했으니 데이터가 더욱 방대해졌겠다.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여객, 화물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면 수백 PB(페타바이트)에 이를 것이다. 우리는 서비스업, 운송업이기 때문에 고객 맞춤 데이터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티켓팅부터 비행을 마치기까지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 고객이 탑승했을 때 “지난주에 불편하다고 했던 서비스를 개선하겠습니다. 식사는 매번 요청하던 스테이크를 드시겠어요?”라는 식으로 응대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 ‘원 아이디’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티켓팅 데이터, 체크인 데이터, 비행기 탑승 데이터, 요청 사항이나 식사 관련 기록 등을 이름, 여권번호를 입력해 모든 정보를 통합 검색하는 기능이다. 지금까진 단계마다 여권번호, 스카이패스 번호, 티켓번호, 이름에 따라 정보가 분산돼 한 사람의 정보를 한데 모으기 어려웠다. ‘원 아이디’ 태스크 포스(Task Force)를 만들고 2년간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보안 강화, 데이터 매칭을 위한 로직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ESG 경영에서도 데이터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 제주, 부산 공항 등에 직영 라운지를 운영한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존 엑셀로 데이터를 예측하는 방식에서 AWS 머신러닝을 이용한 예측으로 전환하여 정확도를 70%에서 90% 이상으로 높였고, 적정 재고 유지, 버려지는 음식물을 최소화하여 연간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 여객기에 탑재되는 탑승객의 수하물 양을 예측하고 남은 공간에 일반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머신러닝 모델을 구현하여 새로운 판매 기회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AICC도 시작한다.

AICC(AI Contact Center, 인공지능 콘택트센터)는 AI 기술을 통한 음성봇·챗봇 등이 소비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클라우드 기반 지능형 고객센터다.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면 단순 안내와 상담을 넘어 고객관리와 맞춤형 상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때 맥락에 맞지 않는 답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게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학습에 필요한 원천 데이터를 잘 가공해서 파이프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AWS와 많은 연구를 했다. 힘든 부분은 데이터가 모두 구조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PDF, 이미지, 중첩테이블은 물론 수기 형식의 비정형 데이터들은 사람이 보기에는 직관적일 수 있지만, AI의 학습에 방해 요소들이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데이터 클렌징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임직원을 위한 디지털 환경 구축에도 진심이다.

직원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임직원 항공권, 항공기 무게·균형 조율 시스템, 예약·발권 시스템, 복리후생 시스템 등을 리뉴얼 중이다. 일례로 임직원이 티켓을 구매하려면 다른 시스템에서 신청해야 했는데, 이젠 공식 홈페이지로 옮겨서 고객과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했다. 더불어 ‘제로트러스트 지능형 클라우드망(SD-WAN)’으로 모든 네트워크를 전환하게 되는데 본사뿐만 아니라 124개 도시의 센터에 적용한다. 네트워크 작업이 완료되면 우리 직원들은 가장 가까운 클라우드 에지(Edge)의 클라우드프런트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사내 시스템을 접속하게 되며 모바일기기로도 불편함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오히려 세이브되는 비용이 많다. 네트워크 유지 비용을 따져보니 2019년 대비 47%가 절감됐다. 전 세계 지점의 네트워크 회선을 유선으로 구축·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 갖추어진 클라우드망을 필요한 만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절감한 비용은 보안 강화에 투자한다.

보안이 강화되는 원리가 뭔가.

누가 어떻게 우리 서버에 들어오는지, 어떤 네트워크가 페어링되는지 바로 확인해서 조치할 수 있다. 예전엔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웬만한 시스템은 VPN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제는 에지에서 해당 인물이, 해당 디바이스가 접속해도 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체크하고 필요한 경우 접속을 차단한다.

블록체인 기술도 활용하나.

백신은 수송 중 온도조절이 잘되어야 한다. 팬데믹 기간 백신 수송을 위해 온도조절 컨테이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했는데, 이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시범 운영을 했다. 또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위조 티켓이 많아졌다. 위조 티켓의 진위를 가려내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원 아이디 또한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블록체인 사용과 관련한 표준이 나오게 되면 빠른 시일에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인수합병한 아시아나의 디지털전환도 남은 과제겠다.

아직은 법적으로 서로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아시아나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는 환경이다. 승인이 떨어지고 아시아나 주식을 매입한 후 우리 계열사가 되면 (직접 데이터를 보지 못해도) 대한항공의 거버넌스를 적용할 수 있다. 다행히 아시아나에도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 IT 시스템이 있다.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등 세 가지를 중요한 포인트로 두고 어떻게 대한항공과 잘 어우러지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 기초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할 일이 매우 많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웃음)

기술적·제도적인 고민거리가 있다면.

우선 지금까지 많이 고생한 우리 IT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빚을 진 마음이다. 덕분에 우리는 디지털전환의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 환경이 구축됐으니 앞으로 더 큰 일들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게임회사나 IT 회사가 아니다 보니 기술개발에 대한 한계점을 정하는 게 고민이다. 물론 충분히 기술력을 길러야 하지만 우리의 급여, 직급 체계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에서 7년이 흘렀다. 앞으로의 7년은 어떨까.

대한항공은 디지털전환을 하며 불가능해보이는 도전을 해왔다. Full Service Carrier로는 최초로 ERP라는 거대한 레거시를 포함한 전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으며,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작업과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네트워크 환경 구축이 완료되면 업무 시스템들이 완전한 모빌리티가 가능해진다. 또 5개 글로벌 서비스센터를 클라우드 기반의 AICC로 전환 중인데 AICC에서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객실, 정비, 운송 현장의 업무 혁신에 생성형 AI를 확대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대한항공은 이런 최초의 경험, 혁신의 DNA로 계속 선진사례를 남기며 앞서가는 항공사가 될 것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407호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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