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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서와 함께하는 미래 | 빠르게 진화하는 검색의 형태몇 년 전부터 내가 구글 같은 검색창을 이용해서 활자 위주의 검색을 하면 주변에서 놀라는 반응이 많아졌다. 요즘은 잔뜩 뭔가를 읽어야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는 활자 위주의 검색보다, 빠르게 동영상으로 스캔할 수 있는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구텐베르크 시절의 금속활자 발명부터 현재의 생성형 AI까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즉, 검색 기술이 많은 사회적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지 않았나 싶다.AI가 많은 유저의 일상으로 녹아들면서 가장 먼저 변하게 될 양상은 이런 검색의 모습이다. 전문가에게 직접 찾아가 자문했던 것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는 것으로, 전화를 걸어 음성으로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활자로 검색하던 것이 이제는 영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속도는 점점 증가하는 반면 검색을 위한 노력은 줄고 있다. AI 보급과 활용이 점차 늘면서 주목할 부분은 연관 검색어의 한층 더 발전된 버전인 검색의 ‘예측’이 아닐까 한다.미래의 검색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바이스를 붙들고 있는 대신, 챗GPT를 머금은 시리(Siri)처럼 자연스러운 대화와 질의응답을 하면서 유저의 스케줄, 루틴, 기존 검색 패턴 등을 분석해서 유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예측 후 정리하고 갈무리하여 의사결정을 돕게 될 전망이다. 가령,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야 하는 경우, 원하는 여행 일정에 따라 최저 시간·비용, 최적 동선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현지 날씨에 맞춰 어떤 옷을 가져가야 하는지 여행 목적에 맞게 요일별 코디까지 제시할 수 있다. 이런 소소한 것까지 검색의 노력을 줄여주는 건 단순히 시간을 벌어주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데, 바로 일상에서 오는 인지부하(cognitive load)를 낮추는 것이다.워킹맘으로서 힘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일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직장 일을 해결하며 가정의 대소사까지 챙기는 것인데, 여기서 오는 인지부하가 상당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들 중 시간상 집안일을 제법 공평하게 나누는 남녀 사이에서도 여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육아와 가정 내의 크고 작은 일에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한 후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데는 정보처리 능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지만, 이 일은 대부분 여자들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예: 육아 관련 기관 설정, 학교·학원 정보 파악, 집안의 대소사 관련 기획·실행). 얼핏 보기에 소소하지만 품이 많이 들어가는 검색·정보처리 관련 일들을 AI를 활용해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워킹맘들의 인지부하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현재의 기술로도 생성형 AI가 전하는 검색 결과나 글, 슬라이드 제작 등 아웃풋은 만약 같은 결과를 사람이 제출했다면 (만점이나 고득점은 아니지만) 제법 괜찮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다. 다만, 어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로 퀄리티를 관리하려면 중간관리자와 리더십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우려하는 만큼 인력이 AI로 당장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AI 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애플의 새로운 도약이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AI의 대중화를 이끌어낸다면, 적당한 수준의 콘텐트를 빠르고 방대한 분량으로 생성해야 하는 것과 관련된 직종들은 곧 생성형 AI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발표회에서는 빠졌지만 곧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 제품인 비전 프로에도 AI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애플이 점점 자사 제품만을 위한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만들어내는 장벽이 높고 견고해질수록 국제 메타버스 표준화 작업이 더욱 요원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