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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애플 지능의 빛과 그림자 

지난 6월에 개최된 애플의 글로벌 개발자 학회(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WWDC) 이후 전 세계 언론사들과 SNS가 들썩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6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캠퍼스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며 연설하고 있다. / 사진:AP PHOTO/JEFF CHIU
애플이 AI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애플 지능(Apple Intelligence)으로 리브랜딩을 해버렸다. 혹자는 수년간 별 볼 일 없었던 애플의 신기술 발표회 중 최고의 혁명이라 극찬했고, 이에 따라 주가도 덩달아 급등해 잠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제치고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시총 3조2440억 달러)이 되기도 했다. 물론, WWDC 발표 이후 모두가 다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있는 기술을 새로 발명한 것처럼 리브랜딩하는 건 애플을 따라올 회사가 없다며 꼬집는 기사도 많았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앞으로 소비자들이 겪어야 할 실망감을 걱정하는 평론가도 있었다.

필자가 하는 일이 메타버스 관련이라 센터에 있는 작업용 컴퓨터는 윈도스 OS를 사용하지만, 집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전부 애플 제품이다. 다양한 애플 제품들로 이루어진 에코시스템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그냥 작동한다(It just works)”라는 슬로건의 힘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사용자가 특별히 뭔가 기능을 알아내고 루트를 찾아가지 않아도 적절한 때에 스마트폰, 이어폰, 컴퓨터, 태블릿, TV까지 서로 연동되면서 일상생활 중에 필요한 기능들이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유도한다. 아이패드가 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태블릿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애플 WWDC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생성형 AI의 새로운 기술 발전이 아니라, 그 기술을 다수의 일반 소비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다는 점이다.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을 비롯해 생성형 AI와 관련된 서비스가 다양하게 출시됐지만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AI 서비스의 혜택을 보려면 계정을 생성하고 컴퓨터를 제법 원활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해서 일부 얼리어답터를 제외하고 일상에서 생성형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애플의 시도가 주목을 받아야 할 부분은 미국에서도 보급률이 92%를 넘는 스마트폰에 AI가 탑재되고, 컴퓨터와 태블릿도 AI로 연동되어 일상적인 활용도를 대폭 높인 점이다.

WWDC 같은 기술 발표회는 아무래도 혁신을 위한 잔치인 경우가 많아 기존 기술을 재포장한 것이 무슨 대수인가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이 발표된 이후에도 총사용자수가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한 경우가 많다. 우리 주변에는 기술의 모든 기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파워유저보다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의 혁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얼마나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제품에 적용하는지가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을 이해하고 필요한 용도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게 된다.

경제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에 기반한 멧커프의 법칙(Metcalfe’s law)에 따르면, 통신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소수의 사람이 사용하던 SNS의 초창기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수십억 인구가 사용하는 SNS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가장 혁신적인 AI 기술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AI 기술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AI 비서와 함께하는 미래 | 빠르게 진화하는 검색의 형태

몇 년 전부터 내가 구글 같은 검색창을 이용해서 활자 위주의 검색을 하면 주변에서 놀라는 반응이 많아졌다. 요즘은 잔뜩 뭔가를 읽어야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는 활자 위주의 검색보다, 빠르게 동영상으로 스캔할 수 있는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구텐베르크 시절의 금속활자 발명부터 현재의 생성형 AI까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즉, 검색 기술이 많은 사회적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지 않았나 싶다.

AI가 많은 유저의 일상으로 녹아들면서 가장 먼저 변하게 될 양상은 이런 검색의 모습이다. 전문가에게 직접 찾아가 자문했던 것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는 것으로, 전화를 걸어 음성으로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활자로 검색하던 것이 이제는 영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속도는 점점 증가하는 반면 검색을 위한 노력은 줄고 있다. AI 보급과 활용이 점차 늘면서 주목할 부분은 연관 검색어의 한층 더 발전된 버전인 검색의 ‘예측’이 아닐까 한다.

미래의 검색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바이스를 붙들고 있는 대신, 챗GPT를 머금은 시리(Siri)처럼 자연스러운 대화와 질의응답을 하면서 유저의 스케줄, 루틴, 기존 검색 패턴 등을 분석해서 유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예측 후 정리하고 갈무리하여 의사결정을 돕게 될 전망이다. 가령,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야 하는 경우, 원하는 여행 일정에 따라 최저 시간·비용, 최적 동선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현지 날씨에 맞춰 어떤 옷을 가져가야 하는지 여행 목적에 맞게 요일별 코디까지 제시할 수 있다. 이런 소소한 것까지 검색의 노력을 줄여주는 건 단순히 시간을 벌어주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데, 바로 일상에서 오는 인지부하(cognitive load)를 낮추는 것이다.

워킹맘으로서 힘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일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직장 일을 해결하며 가정의 대소사까지 챙기는 것인데, 여기서 오는 인지부하가 상당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들 중 시간상 집안일을 제법 공평하게 나누는 남녀 사이에서도 여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육아와 가정 내의 크고 작은 일에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한 후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데는 정보처리 능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지만, 이 일은 대부분 여자들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예: 육아 관련 기관 설정, 학교·학원 정보 파악, 집안의 대소사 관련 기획·실행). 얼핏 보기에 소소하지만 품이 많이 들어가는 검색·정보처리 관련 일들을 AI를 활용해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워킹맘들의 인지부하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기술로도 생성형 AI가 전하는 검색 결과나 글, 슬라이드 제작 등 아웃풋은 만약 같은 결과를 사람이 제출했다면 (만점이나 고득점은 아니지만) 제법 괜찮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다. 다만, 어느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로 퀄리티를 관리하려면 중간관리자와 리더십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우려하는 만큼 인력이 AI로 당장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AI 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애플의 새로운 도약이 그들이 기대하는 만큼 AI의 대중화를 이끌어낸다면, 적당한 수준의 콘텐트를 빠르고 방대한 분량으로 생성해야 하는 것과 관련된 직종들은 곧 생성형 AI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발표회에서는 빠졌지만 곧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 제품인 비전 프로에도 AI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애플이 점점 자사 제품만을 위한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만들어내는 장벽이 높고 견고해질수록 국제 메타버스 표준화 작업이 더욱 요원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2407호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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