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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이 만난 부울경 혁신 리더(14) 박민준 기성전선 대표 

50년 전통 제조기업의 가슴 뛰는 도전 

장진원 기자
기성전선은 국내 기기용 케이블과 북미용 UL 인증 케이블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지켜온 전통의 제조업 강자다. 창업 후 50년을 이어온 탄탄한 저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통신용·로봇용 케이블이라는 신사업에 나섰다. 2세 경영인인 박민준 대표가 선택한 야심 찬 도전이다.

▎케이블 원재료인 구리선 앞에 선 박민준 대표.
지난 1972년 박성용 회장이 창업한 기성전선은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 중 하나다. 회사 설립 이래 51년을 오직 전선(케이블) 제조라는 한 우물을 파온 결과, 현재 북미용 UL 케이블과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기기용 케이블 국내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회장을 이어 지난 2011년부터 기성전선에 합류한 2세 경영인 박민준 대표는 50여 년을 이어온 기성전선의 경쟁력을 ‘신용과 신뢰’라는 말로 요약했다. 이는 창업주인 박 회장이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놓지 않고 이어온 경영 철학이자 원칙이다. 박 대표는 “평생 신용과 신뢰를 지켜온 부친의 모습을 후배 경영인으로서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지나온 50년에 이어 다가올 50년을 위한 지속가능 경영 역시 창업주의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될 거란 믿음에서다.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성전선의 혁신 의지는 지난 2019년 자회사 피츠케이블(FITS CABLE)로도 이어졌다. 통신용 케이블인 UTP 케이블과 로봇용 특수 케이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활성화하려는 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실이다.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기성전선을 최영찬 선보엔 젤파트너스 대표가 찾았다. 견실한 성장과 이를 가능케 한 기업문화,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노력을 박 대표를 만나 직접 들었다.

기성전선은 1972년 설립되어 지난해 50주년을 맞았다. 대기업이 장악한 전선 시장에서 기기용 전선 등 특수 케이블 분야의 한 축을 탄탄하게 다져온 경쟁력이 궁금하다.

사실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난 뒤 할 말이 별로 없을 것 같아 걱정이 컸다. 반면 나름대로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회사의 비전과 그간의 경영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전선은 1972년에 부친이신 박성용 회장께서 사상공단에서 창업하셨다. 요즘 말로 하면 벤처 창업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회장님의 경영 원칙과 철학은 신용과 신뢰라는 말로 이어져왔다. 지금도 이를 강조하신다. 2세 경영인으로 일선에서 직접 서보니 50년을 지켜온 그 원칙이 기업과 경영을 관통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후배 경영인으로서 존경할 뿐이다.

케이블 업종에서 유독 신뢰와 신용이 강조되는 배경이 있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리먼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전선업계가 한때 지독한 치킨게임에 빠진 적이 있다.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되니 가격이 제일 중요한 경쟁 요건으로 부상했고, 가격만 따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계 전반의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당시 우리도 가격 면에서 밀리며 영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품질 저하를 감수하면서까지 치킨게임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컸다. 하지만 당시 회장께서 “신뢰와 신용을 잃으면 안 된다”는 말로 사업 방향을 정리하셨고, 그간 해왔던 대로 고품질 전략을 유지했다. 그 결과 기성전선 제품은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강화됐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은 믿을 수 있는 기업과 제품이라는 평가였다. 결국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업종이 갖는 독특한 배경도 있다. 제조업은 필연적으로 협력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협력과 도움이 없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특히 케이블은 구리가 주원료인데, 비철금속 중 금은동 순으로 비싼 원자재다. 업계에서 신용이 없으면 대기업에서 전기동을 구매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 기성전선은 여러 위기에도 전기동 수급에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50년간 쌓아온 신용과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주요 제품 라인업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전선은 하이·미디엄·로 볼티지(voltage)로 구분한다. 대기업은 초고압 케이블을, 우리는 중저압 케이블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저전압 케이블은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면 전신주에 등에 쓰이는 전력용 케이블, 조선소 등에서 쓰는 용접용 케이블, 기계설비에 들어가는 조작용 케이블 등이 있다. 미국의 UL 인증을 받은 북미시장용 케이블도 우리가 생산하는 주요 품목이다. 마지막으로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기기용 케이블이 있다. 2019년 설립한 자회사인 피츠케이블에서는 UTP라는 통신용 케이블을 주로 생산한다. 이 중에서 UL과 기기용 케이블은 국내 주요 가전사들이 고객사로,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

기기용 케이블에서 기성전선이 시장 1위를 차지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전선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선업은 구리 가공이 핵심이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업종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점차 공정별 전문기업들이 자리 잡으며 분업화되기 시작했다. 구리를 가공하는(신선) 전문업체, 피복을 입히는(압출) 전문업체 등이다. 이에 비해 기성전선은 구리 신선부터 압출까지 수직계열화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이다. 원천기술이 있으니 어떤 제품이든 개발해서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서 우리 같은 수직계열 기업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박 대표님은 기성전선에 합류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가업을 이을 생각은 아니었나.

회장께서는 평생 공부를 멈추지 않은 분이다. 올해 82세 이신데 요즘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신다. 사전을 보시는 게 취미일 정도다. 가풍이 그렇다 보니 나 역시 자연스럽게 산업과 가업보다는 학업에 관심이 컸다. 교수가 되는 게 부친과 내 꿈이었다. 1995년 대학에 입학해 경영학을 전공했고 MBA도 마쳤다. 이후에도 국책연구소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일했다. 이후 박사과정을 위해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다 가업을 잇기 위해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영학 전공이니, 이후 기업경영에 도움이 됐겠다.

학문적인 경험이 경영에 도움이 됐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학문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분석하는 게 기본인데, 경영은 미래를 대비해야 하니 결이 다르다. 오히려 공부 경험이 도움이 되는 건 정신력인 것 같다. 워낙 밤새고 고생하며 공부했다. 자신과의 싸움이랄까. 힘든 일을 겪어도 ‘이게 뭐가 힘들어’ 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직원들이 이런 CEO의 성향을 힘들어하는 것도 같다.(웃음) 어떤 현상이든 즉자적인 판단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통찰과 판단력도 공부할 때 얻은 습관이다.

공부에서 경영으로 방향을 튼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

자수성가한 창업주의 2세들은 아버지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지켜보면서 커온 사람들이다. 벤처기업이 지금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역사를 오롯이 봐온 거다. 나 역시 어릴 적 공장에서 컸다. 공장에서 놀던 사진이 수두룩하다. 경영보다 학문에 뜻을 두었던 건 어쩌면 두려움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청춘을 바쳐서 일군 회사를 내가 잘 경영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컸다. 내 인생은 물론이고 회사까지 실패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CEO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어디 있겠나. 창업주는 전쟁을 치른 사람들이다. 그때 마음을 바꾸게 한 원동력이 바로 책임감이다. 학업을 이어야 할지 가업을 이어야 할지 갈등하던 차에 회사를 직접 찾았다. 아주 어릴 때 이후에는 회사에 간 적이 거의 없는데, 회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어마어마한 책임감에 압도됐다.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은사를 찾아뵙고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1초의 고민도 없이 가업을 이으라고 말씀하시더라. “교수는 너 말고도 할 사람 많지만, 기성전선은 너 말고는 없다. 고생스럽겠지만 도전해봐라.” 너무나 단순명료했다. 그렇게 입사한 지 어느새 12년째다.

2~3세가 오면 기존 임직원들은 환영보다는 경계, 더 심하면 거부가 많은 게 현실이다. 박 대표는 어땠나.

나 역시 두려웠다. 그런데 모두 “오세요, 오세요” 하며 반겨주더라. 그 말이 너무나 큰 힘이 됐다. 자신감도 커졌다. 기성전선에는 50년 넘게 장기근속한 분도 많다. 애사심이 큰 직원들이 어떤 기업보다 많다는 건 CEO로서 내가 가진 가장 큰 행운이다. 그분들이 우리의 자산이다. 가끔 놀라곤 한다. 내가 만약 월급쟁이라도 저렇게 일할 수 있을까? 중책을 맡고 계신 분들이 대표를 지지해준다는 건 너무나 고마운 일이자 행운이다.

2016년에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전통을 이어가는 것 못지않게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것이 새 CEO의 역할 아닌가.

회사에 합류한 후 느낀 우리 모습은 도전보다는 안주였다는 게 솔직한 소감이었다. 그러다보니 ‘안 된다, 해봤다’는 패배의식이 강했다. 2013년에 ‘비전 2022’를 선포한 이유다. 창립 50주년인 2022년까지의 성장 로드맵이었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현재 기성전선의 성장을 견인한 좋은 계기가 됐다. 지난해 50주년에 이어, 최근에는 ‘비전 2030’을 만들고 있다. 고맙게도 2013년처럼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2030위원회’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직원들이 직접 세우는 완전한 보텀업 방식이다.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너무 기대가 크다. 그동안 우리 직원들이 멋지게 성장해온 결과라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과 일하는 나는 정말 운 좋은 CEO다.

일하는 방식이나 시스템의 변화도 중요할 것 같다.

정확하다. 구체적으로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게 글로벌 시장 진출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이다. 기성전선은 오랜 기간 내수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이제는 글로벌 진출이 아니면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 결과 현재는 일본, 필리핀, 베트남, 몽골까지 시장을 넓혔다. 지금은 케이블에 바코드가 붙은 제품이 많지만,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전산 프로그램(TOMIS)을 활용해 원자재 입고부터 출고까지 완벽한 이력·추적관리 시스템을 갖춘 것도 우리가 업계 최초다.

2019년에는 미래 성장을 위해 피츠케이블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다. 미래는 로봇의 시대라 생각한다. 인체가 혈관과 근육으로 움직이듯, 로봇은 케이블로 움직인다. 케이블이 없으면 안 된다. 기성전선은 기기용 케이블 강자지만 고압용 케이블 시장에선 경쟁력이 없다. 로봇 케이블 시장은 현재 유럽과 일본이 독차지하고 있다. 로봇은 이제 막 개화되는 시장이다. 여기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현재 피츠케이블은 통신용 전선이 주요 품목이지만, 시작일 뿐이다. 미래 사업 방향은 로봇 케이블을 명확히 겨냥하고 있다. 관련 설비도 갖춰가는 중이다.

서빙이나 물류용 로봇, 협동로봇 시장 등이 정말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그렇다. 피츠케이블의 타깃은 모든 로봇이다.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우리가 로봇 케이블의 강자가 될 거라 확신한다. 로봇 관련 전시회에 가보니 어마어마한 케이블이 들어가 있더라. 세탁기를 예로 들면, 작동을 알리는 각종 라이트 하나하나마다 엄청난 수의 케이블이 연결돼 있다. 로봇에 들어가는 케이블은 일반 가전기기의 3~4배 수준이다.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기기용 전선보다 훨씬 가능성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로봇용 케이블이 일반 기기용 케이블과 다른가.

그렇다. 전선이라는 게 밖에서 보면 모두 같은 구리선으로 보이지만, 그 안의 굵기가 손가락 정도부터 머리카락 수준까지 무척 다양하다. 로봇은 계속 움직이는 기계다. 뼈가 부러지면 움직일 수 없듯이, 로봇용 케이블은 내굴곡성이 없으면 안 된다. 머리카락만큼 가는 전선을 실타래처럼 수천·수만 번 꼬아서 절연체를 입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래야 100만 번을 구부려도 끊어지지 않는다. 기술은 이미 확보했다. 남은 건 레퍼런스와 영업의 문제다. 관련 설비도 3분기에는 모두 갖출 계획이다. 전통 제조기업이 여전히 도전해볼 시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 뛰는 일이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으면 실패는 없다.

많은 중견 제조기업의 한계도 바로 신사업 진출이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성전선 본사는 대기업 벤더이다 보니 정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바쁘게 돌아간다. 매일매일이 전쟁이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새 제품을 개발해서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할 여유가 없다. 독립적인 자회사를 꾸려 도전에 나선 이유다. 어렵긴 하지만, 자식처럼 성장하는 걸 보는 게 재미있고 보람차다. 특히 신설법인이다 보니 여러 시도를 과감하게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직원들에게 세발자전거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기성전선 본사, 코일센터, 피츠케이블이라는 세 바퀴로 달리면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다양한 시너지가 발생할 거란 뜻이다. 요즘 유행하는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가 중요한 가치다.

CEO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직이 성과를 얻으려면 문화가 큰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박민준 대표가 최영찬 대표에게 구리 신선 작업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좋은 질문이다. 문화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수용이 전제돼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기성인의 일하는 5가지 방법 중 첫째가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이다.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큰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에선 CEO부터 모든 간부가 회의시간에 늦는 일이 전혀 없다. 평소엔 직원들에게 독서활동을 권한다. 독서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자기개발이다. 말과 글로 보고하고 소통하는 게 바로 회사 일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보고와 소통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임직원들이 책을 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한다. 재미있게 일하는 환경도 중요하다. 2년 전에는 ‘매출은 높게, 원가는 낮게, 우리는 즐겁게’라는 경영전략을 세웠다. 우리는 작은 기업이지만 사업장마다 카페가 있고, 1년에 두 번 ‘즐거운’ 한마음 워크숍을 떠난다. 주제를 갖고 토의하는 워크숍은 임직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행사다. 우리는 대학 MT처럼 즐기며 소통하는 워크숍이 원칙이다.

독서를 업무 역량으로 연결하는 관점이 흥미롭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일주일독(一週一讀)하려고 노력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젊은 직원들이 데이트하기에도 좋다.(웃음)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하나가 레이 달리오의『성공 원칙( PRINCIPLES FOR SUCCESS)』이다. 그가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때가 직원이 5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을 때라고 하더라. 회사 규모가 커지면 소통이 어려워진다. 그러니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책을 읽고 만든 기성전선만의 경영 원칙이 있다. 우리는 PPFF라고 부른다. P1은 Principle, 즉 모든 일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P2는 Process, 즉 원칙을 시행할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다음은 어떻게 실행에 옮길까에 대한 원칙이다. F1은 Fact, 사실적 보고를 말한다. 우리 회사에선 ‘그럴 거 같다’는 보고는 금기다. 보고와 계획은 신뢰가 있는 사실적 보고가 원칙이다. 팩트는 신용과 신뢰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그렇다’와 ‘그럴 것이다’는 결과물이 너무도 다르다. F2가 Fairness, 즉 공정함이다. 기회와 과정, 결과의 공정함을 말한다. 사내 규정을 만들 때도, 누군가에게 상을 줄 때도 항상 “공정함이 확보됐느냐”고 꼭 묻는다. 그게 없다면 차라리 상을 주지 않는 게 낫다. 기준이 명확하니 직원들이 일하기도 훨씬 편해졌다.

50년을 이어왔다. 앞으로의 기성전선은 어떤 기업이 될 거라 기대하나.

대표이사 취임 때 매출이 약 500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기성전선과 피츠케이블 연결매출이 약 1200억원이었고 올해는 1300억원을 예상한다. 외형적인 성장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실 있는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잘하고 잘되는 건 아무 의미 없다. 10년 후에, 20년 후에도 잘해야 한다. 지금 아무리 좋아도 10년 후에 망하면 결국 망하는 거다. 한때 지구에서 가장 힘 센 동물이었던 공룡이 이제는 화석이 되지 않았나. 기업도 화석이 되지 않으려면 변화에 잘 적응해야만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성전선의 미래를 크게 세 가지로 그리고 있다. 첫째, 변화에 잘 적응하는 유연한 조직이다. 둘째,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인정받는 기업이다. 내수시장 1위는 이제 의미가 없다. 마지막은 단순한 빅 컴퍼니(Big Company)가 아닌 굿 컴퍼니(Good Company)로 성장해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가 되는 것이다.

※ 최영찬 - 선박과 플랜트 분야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보공업의 차세대 경영인이다. 제조업체들이 스타트업 및 투자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고 미래 사업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기업 연합형 CVC인 라이트하우스를 창업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컴퍼니빌딩 프로젝트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을 공동경영 형태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창업한 2개 법인과 별도로 3개 프로젝트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 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202306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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